카드론 늘렸다 역풍 맞은 은행계 카드사들...신한·KB '역성장' 충격
입력 2025.05.13 07:00
    신한·국민카드 1분기 순익 각각 27%, 39% 감소
    건전성 악화로 충당금 확대하면서 순익 뒷걸음질
    '쉬운 대출' 카드론 늘려온 카드사들, 경기침체 역풍
    신용판매 비중 높은 삼성카드, 작년 이어 1위 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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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실적 경쟁을 위해 공격적으로 늘렸던 '카드론'이 역풍으로 돌아왔다. 지난 1분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순이익이 전년동기 대비 두 자릿 수 비율로 급락한 배경이다. 경기 침체 국면에서 카드론 등 대출성 자산이 급속히 부실화하며 대손비용이 급증, 순이익을 깎아먹은 것이다.

      반면 보수적으로 건전성을 관리해 왔던 삼성카드는 작년 말에 이어 1분기에도 1위를 지켰다. 업계에선 단기 실적 성과에 집중하는 카드론 위주 영업에 경종이 울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는 각각 1357억원, 845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각각 26.7%, 39.3% 줄어든 수치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의 순익이 줄어든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분기 충당금 전입액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1분기 신한카드의 충당금전입액은 25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8% 늘었고, KB국민카드는 284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46.5% 크게 증가했다.

      경기 둔화로 카드론 등의 자산에서 건전성이 나빠지면서 추가적인 충당금을 쌓은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카드의 지난 1분기 연체율은 1.61%로 작년 4분기 말(1.51%)대비 0.1%포인트 올랐고, 같은 기간 국민카드 연체율은 1.61%로 전분기 말(1.31%) 대비 0.3%포인트 상승했다.

      하나카드와 우리카드의 연체율 또한 치솟았다. 지난 1분기 말 하나카드 연체율은 2.15%로 전분기(1.67%)대비 0.48%포인트 올랐고, 우리카드는 1.88%로 전분기(1.44%)보다 0.44%포인트 상승했다.

      이처럼 지주계열 카드사들의 건전성이 악화한 것과 달리 삼성카드는 연체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면서 작년 4분기에 이어 1분기에도 카드업계 순이익 1위 자리를 지켰다. 신한카드와 삼성카드의 순이익 격차는 487억원 상당이다.

      지난 1분기 삼성카드 순이익은 1844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3.7% 늘어났다. 연체율 또한 1.03%로 전년 말(1.00%)대비 0.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충당금전입액은 1740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동기대비 0.7% 줄어들었다.

      사실상 건전성 악화에 따른 충당금 적립금 규모가 지난 1분기 카드업계 1,2위를 가른 셈이다. 이처럼 건전성 추이에 뚜렷한 차이가 드러난 것은 양사의 포트폴리오 차이에 기인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삼성카드가 결제사업 비중이 높은 반면, 신한카드는 카드론 등 대출성 상품 비중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카드 영업자산 비중 가운데 신용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70.7%에 달하는 반면, 신한카드의 신용판매 비중은 46.4%로 이보다 낮았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 카드자산 내 현금서비스 및 카드론, 리볼빙 등 대출성자산 비중은 35.9%로 업계 평균(42.4%)보다 낮았다. 특히 카드론 비중은 22.9%로 신한(28.6%)이나 KB국민카드(28.2%)를 비롯한 카드사 중에서 가장 낮았다.

      신용평가업계 한 관계자는 "여러 요소를 종합적으로 봤을 때 삼성카드가 가장 보수적인 경영전략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라며 "경기가 좋을 때는 카드론이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지만 지금처럼 대손 우려가 높아지는 시기에는 리스크가 큰 자산으로 평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카드론은 다른 상품 대비 금리가 높아 카드사들이 단기적으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상품으로 꼽힌다.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 카드사들 입장에서는 단기간에 수익을 늘릴 수 있는 카드론 확대 유인이 크다는 지적이다. 특히 은행계 카드사의 경우, 1년의 실적이 곧바로 연임 여부와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최고경영자(CEO)들이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분석도 적지 않다.

      그러나 경기침체 및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는 국면에서는 카드론을 비롯한 대출성 자산이 되려 리스크가 높은 자산으로 돌변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카드 시장이 포화된 상태에서 애플페이를 앞세운 현대카드 등이 약진하며 '실적 경쟁'이 치열해지자, 카드론 등 위험자산을 늘릴 수밖에 없었을 거란 지적도 적지 않다.

      올해 들어 카드업계는 입을 모아 건전성 및 비용 관리를 올해의 화두로 꼽고 있다. 당장 올해 1분기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등 경기침체가 장기화하고 있어 건전성 차이에서 비롯한 순익 차이를 쉽게 좁히기 어려울 거란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국민카드는 건전성 지표 개선을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고 대응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연체채권 회수율 제고를 위한 채권배분 전략을 최적화하고 다중채무자 등 취약차주 유입 증가에 대응해 심사전략을 정교화하겠단 방침이다.

      국민카드 관계자는 "견고한 건전성 관리정책 실행과 향후 경기회복 진행 시 점진적으로 건전성 지표가 개선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자본효율성 관점에서 성장을 추진하고, 비용이나 사업효율화를 통해 내실성장을 도모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향후 지속가능한 손익창출력 확보를 위해 수익성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최적화하겠다"며 "생산성 향상에 방점을 두고 조직 개편 등 내부 정비를 지속하고, 시장 상황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면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시도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