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이탈 가장 큰 리스크…"장기 실적 영향"
신뢰 회복, 위약금 변수까지 투심 회복도 '난망'
늑장 대응에 따른 시장 내 질책 여론도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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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에서 SK텔레콤의 목표주가를 낮춰 잡기 시작했다. 유심 해킹 사태 초기 조심스러운 평가를 낸 일부 증권사들조차 실적 추정치를 잇따라 하향하며, 올해 영업 실적 전반에 대한 불확실성을 반영했다. 특히 위약금 면제에 따른 고객 이탈, 가입자 모집 중단 장기화가 중장기 실적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해킹 사태 전 5만8000원선이었던 SKT 주가는 5만100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사태 초기 증권가는 파급 효과를 계산하기 이르다며 투자의견과 목표주가를 '유지'했지만 잠재적 손실 규모가 커지며 목표주가를 줄줄이 낮춰 잡는 모습이다.
신한투자증권은 13일 SK텔레콤에 대해 "주가 회복 위해선 가입자 이탈이 진정될 필요가 있다"며 투자의견을 기존 '매수'에서 사실상 매도의견인 '트레이딩 바이(Trading BUY)'로 낮췄다. 목표주가도 기존 6만7000원에서 5만7000원으로 하향한다고 밝혔다.
같은 날 대신증권도 SK텔레콤의 목표주가를 기존 7만7000원에서 6만7000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은 7만원에서 6만7500원으로, IBK투자증권은 7만7000원에서 7만원으로 각각 목표가를 낮췄다. 유진투자증권(6만5000원→6만원), 신영증권(7만원→6만5000원) 등도 일제히 목표주가를 하향했다.
단순 보안 사고에 따른 일시적 충격을 넘어 고객 이탈, 위약금 면제에 따른 재무 부담, 고객 신뢰 회복에 소요될 비용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IBK투자증권은 "목표주가를 9.1% 내린다"며 "최근 발생한 보안 사고에 따른 유심 교체 비용과 가입자 유출 및 신규 가입자 모집 중단 등 악재를 반영해 연간 실적 추정치를 하향 조정했다. 과징금·과태료 등 잠재 비용 발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유진투자증권은 "고객 이탈에 따른 매출 손실, 유심 교체 비용, 과징금, 향후 고객 신뢰 회복 및 재유치를 위한 마케팅 강화 등의 요인을 고려하면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은 불가피하다"며 "투자심리 개선을 위해선 가입자 모집 재개와 위약금 정책 방향이 먼저 명확해져야 한다"고 내다봤다.
5만원선이 깨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초기 사태를 진단할 때 유심 교체 가입자 천만명, 6월까지 신규가입이 제한될 경우를 가정해 주가하단을 5만원선으로 봤지만 현 흐름에선 이 가격선마저 무너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아직까지 나와야 할 뉴스들이 남아있는 상황이지만 가입자 이탈이 거세질 경우 주가는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증권가는 향후 SKT 주가에 미칠 가장 큰 문제로 '가입자 이탈'을 꼽고 있다. 과징금, 유심 교체 비용 등은 그 금액이 크다 하더라고 올해 안에 발생할 재무적 부담이지만 가입자 이탈은 통신사 실적에 지속적으로 반영될 수 있단 이유에서다. 통신업계에선 한번 이탈한 가입자를 다시 유치하기 어려운 만큼 이 점도 변수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짚었다.
SK텔레콤은 12일 열린 실적발표를 통해 해킹 사고 이후 번호이동 고객 수가 평소보다 늘었단 점을 인정했다. 윤재웅 마케팅전략본부장은 "유심 교체와 보호서비스 신청 고객이 몰리며 불만이 있었고, 이 과정에서 타사 이동 수가 증가했다"며 "고객 신뢰 회복을 위한 일정 수준의 비용 소요는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가입자 이탈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않을 수 있단 전망도 나오지만 SKT에 대한 시장 여론은 지속해 악화하는 모습이다.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선 "SKT가 진정성을 보이려면 신규 가입자 모집을 최소 1년은 중단해야 한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SKT가 통신 3사 중 유일하게 유심 정보 암호화 처리를 하지 않았다는 점, 안일한 대응을 통해 시장 혼란을 키웠단 점에서 근본적 쇄신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통신보안업계 관계자는 "인증키 값이 뚫려버린 건 엄청나게 큰 문제로 봐야 한다. 통신 서비스 표준 약관을 보면 회사 사유로 문제 발생 시 위약금을 면제해 주는 조항이 있다"며 "손해배상에 대한 적극 대처가 필요한데 안일하게 대응하니 사태가 계속 커지는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