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DI 주주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하기 위한 신주인수권증서 가격이 양호한 수준에서 거래를 마치며, 유상증자 흥행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삼성SDI의 주가가 단기간 내 상승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많아, 차익 거래 여지는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삼성SDI 유상증자 신주인수권증서인 '삼성SDI 40R'은 상장 거래 마지막날인 지난 12일 3만175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13일 장 마감 기준 본주 가격(17만900원)에서 1차 발행가액(14만6200원)을 뺀 이론가격(2만4700원)보다 높은 수준이다. 삼성SDI 40R은 지난달 30일 상장돼 이날까지 총 5거래일 동안 거래됐다. 확정 발행가액은 16일 산정되고, 19일 공고될 예정이다.

삼성SDI 40R은 상장 첫날 3만6600원까지 치솟았으나, 다음 거래일에는 2만6700원까지 급락했다. 이후 반등해 마지막 거래일에 10% 넘게 오르며 3만1750원으로 마감했다.

그 사이 삼성SDI 주가는 유상증자 발표 직전 수준인 17만원대를 회복했다. 지난달 23일에는 19만원대까지 올랐지만, 13일 종가는 17만900원이다. 지난 3월 유상증자 발표 직후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해 4월 초 장중 166400원으로 52주 최저가를 기록했는데, 주가가 다시금 신저가 수준에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신주인수권 가격이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인 배경에는 모회사 삼성전자의 초과청약 결정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상증자 흥행에 힘을 보태는 동시에 지분 희석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기준 삼성SDI 지분 19.58%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특수관계인 지분을 포함하면 20.49%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이사회에서 삼성SDI 유상증자에 초과청약하기로 의결했다. 총 228만4590주의 신주를 인수하기로 했으며, 이는 보유 지분율(19.58%)을 상회하는 물량이다. 단순 지분율대로라면 약 185만주를 인수하면 된다.

삼성전자는 공시에서 "구주주 배정 물량 및 초과청약 물량을 합산한 총 출자 예정 주식 수"라며, "초과청약 배정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삼성SDI의 주가가 중단기적으로 뚜렷한 상승 모멘텀을 가지기 어렵다는 점이다. 유상증자에 참여해 수익을 얻으려면 발행가와의 차익 외에 주가 상승이 동반돼야 하는데, 지금처럼 정체된 흐름에선 차익 실현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삼성SDI 주가는 1년 전 고점인 49만4500원 대비 60% 이상 하락한 상태다.

증권가에선 삼성SDI 주가가 당분간 횡보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지금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낮지만, 반등을 이끌만한 뚜렷한 촉매도 부재하다는 판단이다.

삼성SDI는 올해 1분기 434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증권가에서는 이번 분기를 저점으로 본다. 유상증자를 통해 자금 조달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경쟁사 대비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저평가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배터리 업황 전반이 회복세에 접어들지 못한 점은 주가 반등의 제약 요인으로 꼽힌다.

한 이차전지 분야 연구원은 "이번 1분기 실적은 부진했지만 저점일 가능성이 높고, LG에너지솔루션 대비 PBR이 5배 이상 저평가된 점을 고려할 때, 삼성SDI 단독 요인으로 주가가 크게 흔들릴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연구원은 "추가 급락 가능성은 낮지만 뚜렷한 반등 재료도 보이지 않는다"며, "중국 이차전지가 유럽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고, 유럽의 CO2 배출 규제 유예로 전기차 수요 회복이 지연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들의 주가가 함께 눌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 2차 발행가액 산정이라는 변수는 남아 있다. 하지만 최근 삼성SDI 주가의 변동 폭이 크지 않았던 만큼, 1차 발행가액과 유의미한 차이는 없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삼성SDI는 14일 종가와 그 전 일주일간 가중산술평균 주가를 기준으로 발행가를 산정하며, 1차와 2차 발행가액 중 낮은 가격이 최종 확정 발행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