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람코, 국내 최초 '데이터센터 리츠' 띄운다…조 단위 펀드 모집
입력 2025.05.14 07:00
    오피스 투자 난항 속 '데이터센터 리츠'로 전략 전환
    가산·안산 자산 담은 1조 펀드 조성…상장 후 엑싯 구조
    리츠 시장 내 'IDC 특화 상품' 첫 등판 가능성 주목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코람코자산운용이 국내 최초로 데이터센터(IDC)를 중심으로 한 상장 리츠를 추진한다. 오피스 중심의 기존 투자 전략이 한계에 직면한 가운데, 복수의 데이터센터 자산을 펀드로 구성해 중장기적으로 리츠에 편입하는 방식으로 엑시트(투자금 회수)를 구상 중이다.

      IB(투자은행) 업계에 따르면 코람코자산운용은 현재 최소 1조원 규모의 데이터센터 전용 블라인드 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가산동과 안산 등에서 자체 개발 중인 데이터센터를 포함해, 대기업과 공동 추진하는 프로젝트 등 복수 자산을 선제적으로 편입해 펀드 기반을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해당 펀드는 향후 상장 리츠(부동산투자회사·REIT)로 전환돼, 임대료 기반의 인프라형 상품으로 구조화할 계획이다. 기존 오피스 리츠 대비 임대 안정성과 배당 지속성이 높다는 점에서 연기금, 금융기관 등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수요 확보에 유리하다는 판단이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오피스 시장은 공급 증가에 비해 수요의 지속 가능성 확보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코람코도 오피스 중심 블라인드 펀드 조성보다는 데이터센터 등 하이브리드 대체자산 중심의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펀드 초기 자산 중 하나인 '케이스퀘어 가산'은 서울 금천구 가산동에 위치한 대규모 데이터센터다. 지하 3층~지상 11층, 연면적 약 4만1214㎡ 규모로 이달 중 준공 예정이다. 서버랙 설치 수 기준으로는 총 7단계 중 세 번째 등급인 매시브(Massive)급으로 분류되며, 약 5000억원이 투입됐다.

      케이스퀘어를 시작으로 코람코자산운용은 '직접 개발 후 리츠 편입'이라는 자체 밸류체인을 정착시킨다는 방침이다. 안산시 시화국가산업단지 내 약 5200억원 규모로 개발 중인 매시브급 데이터센터도 후속 편입 자산으로 계획돼 있다. 이 자산은 2026년 가동을 목표로 한다.

      현재 자산운용사가 직접 시행 주체로 나서는 데이터센터 개발은 드문 사례다. 그간 이지스자산운용, 마스턴투자운용 등이 통신사나 디벨로퍼와의 협업을 통해 간접 참여한 적은 있으나, 개발 리스크를 자체 부담하는 방식은 흔치 않다.

      이에 따라 코람코 내부에는 데이터센터 개발과 운영을 전담할 별도 본부가 설치됐다. 통신사와 IDC 업계 출신 인력들이 다수 합류해 수요자 관점에서의 상품 설계 및 기술 전략 수립을 병행 중이다. 이 조직이 작성한 제안서를 기반으로 현재 국내외 연기금,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투자자 유치(태핑)에 돌입한 상태다.

      논의 중인 리츠는 물류센터 리츠와 유사하게 배당 여력이 비교적 명확한 특화형 구조로 설계되고 있다. 데이터센터라는 특수 자산을 기반으로 한 상장 리츠는 국내 최초 사례로, 상장 시점은 펀드 안정화 이후로 예상된다. 실제 리츠 구성이 시장에 공개되기까진 다소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유현선 본부장을 중심으로 데이터센터 투자 경험이 있는 인력들이 블라인드 펀드 조성에 투입될 예정"이라며 "입지나 수요 측면에서 검토 중인 자산의 조건은 나쁘지 않지만, 아직 거래 사례가 많지 않아 일부 기관은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람코자산운용 측은 "데이터센터 블라인드펀드 결성이나 상장 리츠 전환은 아직 논의 단계로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