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스메드, 파두 이후 첫 1兆 '기특' 상장...거래소 벽 넘을 수 있을까
입력 2025.05.14 07:00
    매출 성장했지만 고정비 부담에 적자 지속
    기술성 평가 'AA', 기술 특례상장 기준 상회
    최근 3년 누적 적자만 1400억원...매출은 증가세
    '새로운 수술 기법' 얼마나 보급될지가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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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파두'로 위기에 몰린 기술특례(기특) 상장을 '리브스메드'가 되살릴 수 있을까. 의료기기 업체 리브스메드가 2023년 파두 이후 처음으로 '조 단위' 몸값을 내걸고 기특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기특 상장에 대해 거래소가 보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물꼬를 틀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증권가의 관심이 모인다.

      리브스메드는 지난 7일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를 청구했다. 총 247만주를 100% 신주로 공모할 예정이며,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1조원을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리브스메드는 기술성 평가에서 'AA'와 'A'등급을 획득해, 기술특례상장 기준을 상회한 상태다. 기술특례상장은 이익 실현 등 재무요건을 면제해주는 대신 기술력과 성장성을 중심으로 심사하는 제도로, 전문평가기관 두 곳 중 한 곳에서 A 이상, 다른 한 곳에서 BBB 이상을 받아야 예심 신청 자격이 주어진다.

      리브스메드의 주력 제품은 복강경 수술기구 '아티센셜'이다. 기존 복강경 수술 기구는 일자형으로 섬세한 수술이 불가능한데, 이 단점을 해결한 수술 도구로 주목받았다. 기존 복강경 수술처럼 의료보험 급여를 적용받으면서도, 글로벌 수술로봇 시장을 장악한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로봇수술기구 '다빈치'처럼 섬세한 수술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시장에선 여전히 적자 상태인 리브스메드가 높은 몸값으로 기술특례상장을 택한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파두 사태' 이후 거래소의 심사 기준이 한층 까다로워진 상황에서, 기특상장 방식으로 예심을 청구한 점은 도전적이라는 평가다.

      지난해에만 50여곳에 가까운 기업이 거래소의 예비심사 단계에서 자진 철회하거나 미승인 판정을 받았다. 이중 절반 이상이 기특 상장 절차를 밟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일반적으로 예심청구 전 주관사와 거래소가 사전조율 절차를 거치긴 하지만, '깜짝 미승인'도 많았다는 점에서 아직 심사 결과를 예단하긴 어려운 시점이란 지적도 나온다.

      재무 사정상 그리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리브스메드는 매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271억원으로 전년보다 5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239억원에서 265억원으로 확대됐다. 최근 3년간 누적 적자만 14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까지 쌓인 결손금 규모는 총 2730억원으로, 이로 인해 2023년말까지만 해도 자기자본이 마이너스(-)1170억원인 완전자본잠식 상태였다. 상장을 앞두고 지난해 투자자들이 보유 상환우선전환주를 대거 보통주로 전환하며 자본잠식에서 겨우 벗어났다.

      리브스메드는 7년여에 걸친 연구개발 끝에 '아티센셜'을 개발했다. 아티센셜을 활용한 수술이 의료보험의 급여 적용을 받게 된 게 지난 2018년의 일이다. 일반적으로 의료보험 적용을 받는 의료기기는 보급이 원활해지는데, 이후에도 7년 넘게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란 평가다. 신규 의료기기는 채택하는 병원이 늘어나고, 개별 의사들이 따로 시간을 내어 해당 기기를 활용한 수술을 학습하고, 또 익숙해져야 하기 때문에 보급이 느릴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단 리브스메드의 매출액은 2022년 97억원에서 2023년 173억원, 지난해 271억원으로 성장 국면에 있다. 결국 이 같은 매출 성장이 지속될 수 있을지, 언제 적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가 상장 심사에서 핵심적으로 다뤄질 사안으로 꼽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현 연간 매출 규모가 고정비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재무적으로 안정적이라고 볼 순 없지만, 그나마 매출 성장에 속도가 붙었기 때문에 기특 상장이라도 노려볼 수 있었을 것"이라며 "현 매출 성장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가 예심 통과를 가를 것 같다"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성공적 회수' 역시 이 같은 매출 성장 추이가 지속될지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이번 공모는 신주 100% 구조로 진행된다. 벤처캐피탈 등 10여곳의 기존 투자자들은 일정기간 보호예수(락업)을 거친 후 지분 매각에 나설 수 있다. 지난해 말 기준 이정주 대표이사가 보유한 지분은 45.3%, FI 등 투자자들의 지분은 총 37.4%에 달한다. 

      특히 스톤브릿지벤처스는 약 1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데, 2016년 첫 투자 당시 30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지분을 확보한 이후 단 한 차례도 구주매출에 나서지 않았다. 상장 시 기업가치가 1조원을 넘기면, 약 30배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다.

      FI 관계자는 "다빈치의 국내 생산 버전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다수 FI가 포트폴리오로 보유 중이고, 락업 조건 등은 아직 협의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