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준 지주 실적 영향은 제한적
ROE 개선 위해선 결국 시간 필요한데
노조 위로금·新규제 대응 등 숙제 많아
'보수 정권' 인사 임 회장 연임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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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가 숙원 사업이었던 보험사를 품게 됐다. 장기적으로 종합금융그룹으로서의 시너지를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그룹의 재무 개선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란 평가다.
인수 후 통합(PMI) 과정을 거쳐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까지는 결국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당장 내달 예정된 대선부터 연내 도입이 예정된 기본자본 킥스비율 규제까지 변수가 선적해 있어 보험사 인수 후에도 우리금융의 고민이 클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 2일 금융위원회는 우리금융의 동양·ABL생명 자회사 편입 승인을 최종 의결했다. 우리금융은 실사와 대금 납입 등 후속 절차를 거쳐 7월 초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주주총회에서 새 경영진을 선임하고 최종 자회사 편입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인수가 최종 마무리되고 두 생명보험사가 우리금융의 재무제표에 연결될 경우, 지주 차원에서의 순이익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겠지만 당장 수익성 지표인 ROE(자기자본이익률)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연결 기준 동양생명의 순이익은 3143억원에 총자산은 34조5000억원, 자기자본은 약 2조원 수준이다. 같은 기간 ABL생명은 연결 기준 1051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고, 총자산과 자기자본은 각각 18조8000억원과 6963억원 수준이었다. 단순 합산한 두 회사의 순이익 규모는 4194억원이며, 자본은 2조7000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3조86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말 기준 자기자본은 35조9000억원 수준이다. 우리금융의 실적에 동양·ABL 생명의 실적을 합산하게 되면, 그룹의 순이익은 약 3조5000억원에 자본 규모는 38조6000억원까지 오르게 된다. 이러한 가정 하에 보험사 인수 후 우리금융의 ROE는 약 9%대 초반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지난해 9.3%대의 ROE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물론 이는 회사들의 실적을 단순 합산한 수치에 따른 결과이기에 실제와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는 평가다. 앞서 우리금융은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을 통해 보험사 인수 후 그룹의 당기순이익 약 10% 수준의 증액과 1%포인트 수준의 ROE 개선을 기대한다고 언급한 바 있다.
타 금융지주들과 비교했을 때도 인수 후 당장 순위 변동을 기대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순이익을 기준으로 우리금융의 사정권 안에 놓인 곳은 3조738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한 하나금융인데, 두 보험사의 실적을 합산해도 당장 하나금융을 뛰어 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4대 금융그룹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사가 없는 우리금융은 1분기 유일하게 순이익이 줄었다. 카드와 캐피탈을 제외한 대부분의 계열사가 지주 실적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한 상황에서, 보험사 인수를 통한 포트폴리오 확장은 피할 수 없었을 거란 분석이다. 다만 이번 인수가 그룹의 수익 구조를 드라마틱하게 바꿀 순 없다는 점에서, 일부 경영진을 위한 '트로피' 성격이 강한 것 아니겠느냐는 지적도 이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 매물의 한계와 우리금융의 자금력으로 볼 때 유의미한 비은행 확장이 가능할지는 이전부터도 의문이었고, 동양생명 인수 후에도 비슷한 평가가 이어질 것"이라며 "우리투자증권 출범 이후에도 증권사 추가 인수에 대한 소문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 보통주자본비율을 감안하면 쉽지 않은 문제"라고 평가했다.
우리금융의 1분기 말 기준 보통주자본비율(CET1비율)은 12.4%에 머문다. 이른바 '이복현 룰'로 불리는 13%에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 이 비율 역시 지난해 3분기 말 12% 미만으로 하락한 이후 적극적으로 대출 등을 통제해 수익성을 낮추는 대신 자본적정성을 챙긴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올해 1분기 우리금융의 순익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자본비율은 크게 개선된 점 역시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동양·ABL 생명 인수시 순자산가치와 매수가 차이로 인해 최소 4000억원의 염가매수 차익이 생긴다 해도, 일정 부분 CET1 비율 하락을 피할 순 없을 거란 분석이다. 우리금융과 증권가에서는 CET1 비율 하락분을 10bp 안팎으로 설명하고 있다. 이후 동양·ABL 생명의 수익성이 개선되면 우리금융의 CET1 비율 역시 함께 개선될 거란 전망도 제시한다.
문제는 금융당국이 보험사 자본의 질 개선을 새로운 규제 도입을 예고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은 상반기 내로 기본자본 킥스비율 도입을 예고한 바 있는데, 이 경우 기본자본을 늘리기 위해서는 자본성증권 발행이 아닌 유상증자를 실시하거나 이익잉여금을 쌓는 형태로만 가능하다. 지주 차원에서 두 보험사에 대한 추가적인 자본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과 ABL생명의 지급여력비율(K-ICS)은 각각 155.7%와 153.6%이다. 이는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겨우 웃도는 수준이다.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는 취득가액과 순자산의 증감을 합산한 금액이 금융지주 보통주자본의 10%를 넘으면 이 초과분을 CET1비율에서 차감한다. 현재 투입금액(1조5500억원) 수준에서는 CET1비율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지만, 추가적인 자본 투입 필요성이 생기면 점점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풀이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한 것은 그룹 차원에서 분명히 긍정적인 일이지만, 당장 해결해야 할 숙제가 많다"라며 "보험사 덕을 보기 위해서는 자금 지원을 통한 자본 적정성 개선과 안정적인 PMI가 선행되어야 하는 만큼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현안도 남아있다. 당장 눈 앞에 놓인 동양·ABL생명 노조의 위로금 요구 문제를 해결해야 하고, 두 보험사의 합병 문제도 처리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수를 주도한 임종룡 회장의 연임이 중요한데, 내달 예정된 대선 이후 정권 교체 여부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실무는 성대규 인수단장이 맡고 있긴 하지만, 인수를 주도한 임 회장의 역할이 크다는 평가다.
임종룡 회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맡았고, 정부 말기에는 경제부총리로까지 지명된 바 있다. 탄핵 흐름 속에서 결국 경제부총리를 역임하지는 못했지만, 그만큼 박근혜 정부의 신임을 받았던 '보수 정권' 인사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정권 교체 여부에 따라 내년 3월 이후 연임이 불투명하다는 평가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우리금융 내부적으로 임 회장이 연임하지 못할 것에 대한 우려가 크다"라며 "우리투자증권이 이제 막 투자매매업 본인가를 받았고, 보험사도 인수 후 과제가 산적한 상황인데 연임이 불발되면 또 외부 인사가 회장이 될 가능성이 커 사업의 연속성이 떨어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