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무부담·구씨 일가 갈등 등 과제 산적
김동선의 '푸드테크 그룹' 구상 첫발에
재무 부담 급증, 신평사도 우려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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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아워홈 경영권 지분(58.62%) 인수를 최종 완료했다. 8695억원 규모의 거래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부사장이 주도한 이번 딜은 7개월간의 여정 끝에 일단락됐다.
시장에서는 "진짜 과제는 이제부터"라는 평가가 나온다. 막대한 재무 부담과 구씨 일가와의 갈등, 사업 통합 리스크 등 해결해야 할 숙제들이 산적한 탓이다.
김동선 부사장의 청사진은 명확하다. 기존 리조트 사업에서 벗어나 급식·식자재 유통까지 아우르는 '푸드테크 그룹'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아워홈의 연매출 2조2440억원이 연결 재무제표에 편입되면 단순 외형은 3배 이상 커진다. 자회사 한화푸드테크와의 시너지를 통한 주방 자동화, 그룹 계열사 내 식자재 조달 내재화 등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당면한 재무 부담은 만만치 않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한화호텔앤드리조트의 순차입금은 2023년 1561억원에서 2024년 1928억원으로 증가했다. 아워홈 인수로 1차 7508억원, 2차 1187억원의 자금이 추가로 투입된다. 순차입금/EBITDA 비율은 2024년 2.0배에서 인수 후 3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한신평은 "보유 유동성 및 영업현금창출력 대비 큰 규모의 인수자금 지출로 차입부담 증가와 재무안정성 저하가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한화 유통사들이 우리은행 주선으로 2500억원 인수금융을 통해 우선 조달했지만, 향후 재무 부담 완화를 위한 추가 대책이 절실한 상황이다.
더 큰 골칫거리는 인수 과정에서 쌓인 갈등이다. 이번 M&A는 한화그룹의 전통적인 '철통 보안'과 달리 실시간으로 공개되며 논란을 낳았다. "투자설명서(IM)가 시장에 도는 것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 정도였다.
한화비전을 통한 자금 조달도 내부거래 논란으로 무산됐다. 경영권을 인수하는 상황임에도 불구, 김동선 부사장 본인이 아워홈 이사회 의장을 맡는다는 계획이 나오지도 못했다. 업계에선 구지은 전 부회장과의 충돌 우려가 원인으로 거론된다.
가장 큰 변수는 여전히 구씨 일가다. 구지은 전 부회장(20.67%)과 구명진 씨(19.60%)는 한화그룹 인수에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인 IMM크레딧솔루션과의 계약 조건도 걸림돌이다. 5년 후 한화그룹의 아워홈 지분이 67%에 미달하면 보장수익률이 6%에서 8%로 상향된다. 구씨 자매 중 적어도 한 명의 지분을 추가 인수해야 부담을 줄일 수 있지만, 협상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워홈이 담당 중인 범LG그룹 계열사 급식 물량 이탈 가능성도 있다. LG그룹 계열사 디앤오(D&O)가 급식 사업을 하고 있어 경쟁이 불가피하다. 화학 사업에서 한화와 경쟁하는 LG그룹이 급식에서도 물량을 빼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딜은 김동선 부사장에게 그룹 내 입지를 좌우할 시험대가 됐다.
최근 김승연 회장은 ㈜한화 지분 11.32%를 세 아들에게 물려주기로 했다. 김동관 부회장 9.8%,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과 김동선 부사장이 각각 5.4%를 받는다. 김동관 부회장이 그룹 최고 지위를 굳힌 가운데,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 건설부문(한화건설) 승계를 노리고 있어 형과의 협력이 관건이다.
결국 급한 것은 자금 조달이다. 김동선 부사장은 한화에너지 IPO에서 보유 지분 25% 중 일부를 구주매출해 승계 비용 등을 마련해야 한다. 반면 김동관 부회장과 김동원 사장은 여유가 있어 지분을 보유할 가능성이 높다. 향후 그룹 내 지분 구조에서 김동선 부사장이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김동선 부사장 체제 이후 한화갤러리아는 급속히 축소되고 있다. 과거 유동화한 갤러리아 광교·천안점 일부는 매수권을 포기할 전망이다. 명품 시장 경쟁력 상실이 원인이지만, 그룹 내 자원 한계로 인한 선택이라는 시각도 있다.
김 부사장의 구상에 대해 시장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동종업계 대비 5배 이상 고평가로 인수했는데, 한화갤러리아 F&B 매출 비중이 9.4%에 불과한 상황에서 '푸드테크 그룹'을 표방하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김동선 부사장은 아워홈 인수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지만, 진짜 시험은 지금부터다. 재무 건전성 회복, 사업 시너지 창출, 구씨 일가와의 갈등 해결 등 모든 과제를 풀어내야 한다. 김 부사장의 경영 역량은 물론, 한화그룹 3세 승계 구도에서의 입지까지 좌우할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IB 관계자는 "아워홈 인수는 김동선 부사장의 경영 능력을 시험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라며 "유통사뿐 아니라 금융, 에너지 등 한화그룹 전반이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