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떠나 미국 바라보는 K뷰티…LG생건·아모레의 벤치마킹 대상된 에이피알
입력 2025.05.16 07:05|수정 2025.05.16 07:18
    에이피알 1분기 해외 매출 비중 71% 달해
    LG생활건강은 32%, 아모레퍼시픽은 44%
    미국에서의 K뷰티 인기, 피크아웃 우려도
    미국 전체 화장품 시장 중 한국 비중은 3% 불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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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뷰티 '빅2'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높았던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북미, 일본 등으로의 다변화를 추구하는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펼치면서 '우등생' 에이피알이 벤치마킹 대상이 되는 모양새다. 미국에서 K뷰티 영향력은 커지고 있지만 지속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라는 평이 나온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다양한 국가를 공략하는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을 통해 실적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 기존에 두 회사는 모두 중국을 중심으로 해외시장을 공략했지만, 최근에는 특히 북미시장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그 배경에는 미국에서의 K뷰티 성장세가 자리하고 있다. 지난해 K뷰티의 미국 수출액은 17억100만달러로 프랑스(12억6300만달러)를 제쳤다. 미국은 국내 화장품 수출액의 16%를 차지하며 중국(20%)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다. 

      LG생활건강은 2019년 미국 화장품회사 더에이본컴퍼니(The Avon Company)를, 아모레퍼시픽은 2022년 K뷰티기업 코스알엑스를 인수하는 등 북미시장에서의 입지 확대를 위한 투자를 계속해오고 있다.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의 국내 매출 비중은 각각 68%, 54.1%로, 아직 해외보다 국내 비중이 더 큰 상황이다. 

      LG생활건강의 경우 32%의 해외 매출 중 중국(12%), 북미(7%), 일본(7%), 기타(5%) 등으로 아직도 중국 비중이 가장 높다. 최근 LG생활건강은 미국 현지 유통채널을 강화하기 위해 미국 자회사 LG H&H USA에 1억3000만달러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1분기 ▲중화권(16.3%) ▲서구권(11.5%) ▲기타 아시아(9.2%) 순이었던 해외 매출 비중이 올해 1분기 ▲서구권(19.9%) ▲중화권(12.4%) ▲기타 아시아(12.0%)로 변화하며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이 효과가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그럼에도 이들 회사보다 시장의 주목을 더 받는 곳은 에이피알이다. 다올투자증권이 인디브랜드, ODM, 대형브랜드 순으로 선호도를 제시하면서 최선호로 에이피알을 제시하는 등 증권가에서는 '전통의 빅2'보다 에이피알을 최선호주로 꼽고 있다. 

      그 이유로는 높은 성장세와 빅2보다 규모는 작아도 해외 매출 다변화에 앞서있다는 점 등이 꼽힌다. 올해 1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에이피알의 해외 매출 비중은 71%로, 전체 매출 중 미국 비중이 27%에 달한다. 유럽과 중동 등을 포함하는 기타 지역 비중은 23%로 전년 동기 대비 441.9% 성장했으며, 중화권과 일본도 각각 11%로 고른 비중을 보이고 있다. 

      한 증권가 연구원은 "중국이나 면세 등 기존에 비중이 높았던 채널들은 이제 수익성 관리가 초점이 됐다"면서 "향후 실적 방향성은 미국과 일본 등에서의 매출과 이익이 얼마나 빠르게 올라 실적에 기여하는지 여부가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에이피알 등 인디브랜드들은 레거시 브랜드와 비교해 더 신선하고 역동성이 좋은 편"이라면서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은 구다이글로벌의 조선미녀나 에이피알 등 인디브랜드들이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후 후발주자에 가깝다"고 짚었다. 

      미국에서 K뷰티의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단기적인 유행에 그칠 수 있다는 피크아웃에 대한 리스크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선 증권사 연구원은 "K뷰티가 미국 수입 화장품 시장 중에서는 1위가 맞지만, 미국은 미국 브랜드가 워낙 꽉 잡고 있어 미국 전체 화장품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3%에 불과하다"면서 "과거 중국의 사례와는 달리 구조적으로 미국시장에서 변화가 있는 것으로 보기는 아직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이피알을 비롯한 브랜드들이 지금 잘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워낙 유행이 빠르게 변화하는 업계다 보니, 피크아웃 우려는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