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상반기 끝나가는데"…M&A 침체 장기화에 우려 커진 자문사들
입력 2025.05.16 07:06|수정 2025.05.16 07:19
    상반기 기대 모았던 대형 거래들 줄줄이 중단
    IB '딜 기근 직격탄…회계·로펌 '성장 부담'
    불확실성 완화·PEF 재개 기대에 하반기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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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5월에 접어들며 올해도 거의 절반 가까이 지나갔지만, 인수합병(M&A) 시장 분위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기대했던 만큼 거래(딜)가 활발하게 진행되지 않으면서 IB, 회계법인, 법무법인 등 관련 자문사들은 벌써부터 ‘연간 실적’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IB들이 절박하게 신규 딜 발굴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회계펌과 로펌 등은 그나마 우상향중인 매출 곡선을 연말까지 유지해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는 평가다.

      올해 상반기 성사가 기대됐던 조 단위 대어 딜들은 '큰 손'인 PEF 업계가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이며 진척이 더딘 모습이다. CJ제일제당의 그린바이오 사업부 매각은 공식 철회됐고, HPSP나 클래시스 매각 등도 사실상 진행이 중단된 상태다. DIG에어가스 등도 매각 절차가 지연되고 있다.

      한 IB 관계자는 “수출 상황이 안 좋으니 내수로 해결해야 하는데, 내수 시장에서는 회계법인을 이길 수가 없다”며 “사정이 다들 좋지는 않은데, 그나마 시작부터 ‘빅딜’을 수임하고 가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IB들은 회계법인을 부러운 눈길로 바라보고 있지만, 정작 회계법인들은 성장 압박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상반기에 실적 결산을 하는 주요 회계펌들은 3월부터 FY2024 결산에 들어간다. 삼정회계법인이 3월 말, 안진은 5월 말, 삼일과 한영은 6월 말이 실적 결산 시점이다.

      3월 말 결산을 마친 삼정KPMG는 재무자문(딜) 부문에서 130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전년 대비 2%대 성장을 기록한 것으로 파악된다. 법인 전체 매출은 다소 늘었지만, 이익 규모가 줄면서 파트너들 성과급 규모는 축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재무자문 부문은 이익이 소폭 늘었지만, 인원 자체가 줄어든 영향이 있다는 분석이다.

      6월 말 결산인 삼일PwC는 재무자문 부문에서만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예상되고 있다. 안진과 한영은 재무자문 부문에서 각각 1000억원 이하의 매출이 전망된다.

      한 대형 회계펌 관계자는 “진행 중인 딜이 적은데 벌써 상반기가 다 가고 있다 보니 걱정이 많다”며 “관세 영향이 있는 사업들은 다들 일단 상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다른 대형 회계펌 관계자는 “회계펌들이 매출은 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성장은 더뎌진 상황”이라며 “올해 더 잘하자고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수임 경쟁 속 성장 압박을 받고 있는 로펌들도 벌써부터 올해 성적 대비에 한창이다. 결산 시즌인 연말이 관건이지만, 지금 여러 ‘먹거리’를 확보해놔야 하반기 결실을 얻을 수 있기에 긴장감은 벌써 느껴지고 있다. 

      지난해 주요 로펌들은 어려운 법률 자문 시장에서도 최대 매출을 경신하며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갔다. 기업자문 등이 주춤했어도 송무 등을 강화하며 빈자리를 메웠다.

      주요 로펌 간 격차가 좁혀지면서 올해 매출 경쟁은 더욱 치열할 전망이다. 지난해에도 실적 결산 시기에는 각 로펌에서 유독 정산 독촉이 분주한 내부 분위기가 나타났다. 각 로펌들은 인력 충원 등을 이어가며 매출 증대에 집중하고 있다.

      기업자문 부문에서 올해 상반기 ‘유독’ 수임 성적이 두드러지는 하우스는 없다는 평가가 많다. 광장은 M&A 거래에서 전 직원들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부당이득을 취했다는 혐의로 당국 수사를 받았는데, 어수선한 내부 분위기를 단속하고 힘을 내고 있다. 태평양은 SK실트론 매각을 수임했지만 현재 매각 진행 여부가 아직 불투명하다. 

      세종과 율촌은 격차가 좁혀지면서 각각 올해 목표치를 더욱 높게 잡고 있다. 화우도 최근 윤희웅 전 율촌 대표를 대표변호사로 영입하며 기업자문 부문 강화를 꾀하고 있다. 크로스보더 거래 전문가 등 기업자문 부문 인력 보강을 꾸준히 노리는 분위기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올해는 시장이 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는데, PEF들 펀딩 상황이 좋지 않아서인지 생각보다 활발하지 않다”며 “지난 연말~올초 시작된 딜 중에 중단된 건들이 많고, 관세나 대선, 당국의 PEF 규제 분위기 등 대외 불확실성이 높다 보니 시작하는 건들도 적다”고 말했다.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작년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올해도 하반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며 “물밑 검토는 늘었지만 성사율이 높지 않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상반기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하반기에 대한 기대의 불씨는 여전히 살아 있는 분위기다. 드라이파우더가 쌓인 PEF들 중 ‘올해는 딜을 해야’ 하는 곳들도 다수이기 때문이다. 6월 대선 등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걷히면 본격적으로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는 딜들도 많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대형 로펌 관계자는 “빅딜들은 중단이 많았지만, 중소형 딜들은 꾸준히 이어지는 분위기”라며 “규모가 있는 딜들도 최근 실사에 들어간 사례들이 생기면서, 하반기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