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장기화에 고전 중…산업 변수도 산적
시장선 체력 보강 위해 추가 합병도 거론
덩치 커지면 상장 난이도↑…FI 동의 필요
동의 않는 해외 FI 자금 조기 상환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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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은 그룹의 지원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엔텀,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등 우량 회사를 흡수합병하며 기초 체력을 강화했다. 회사를 재무적으로 압박하던 설비투자(Capex) 부담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설비투자 예정액은 3조5000억원으로 작년(7조5000억원)의 절반 수준이다.
SK온의 사정이 나아졌으나 아직 낙관적인 전망은 많지 않다. 전기차 수요부진(캐즘) 장기화로 설비 가동률이 낮으니 실적 전망을 내기도 어렵다. 글로벌 관세 전쟁 영향을 살펴야 하고, 미국 내 보조금 삭감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사업을 유지할 기반을 겨우 마련했지만 여러 변수들을 완충하기엔 부족하다는 평가다.
SK이노베이션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다양한 배터리 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시장에선 SK온에 계열사를 추가로 합병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SK온 자체적으로 투자금을 부담하거나 충격파를 감수하기 어려우니 현금창출력이 좋은 회사를 붙이려 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온이 두 회사를 합병했어도 여전히 돈이 모자란데 차입하기도 어렵다"며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버틸 현금흐름을 만들기 위해 계열사를 추가로 붙이려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SK㈜는 작년 SK머티리얼즈에어플러스, 에센코어를 SK에코플랜트에 넘겼는데 이달엔 SK머티리얼즈 등의 반도체 소재 기업을 추가로 넘기기로 결의했다. SK에코플랜트 사례를 고려하면 SK온도 지난번처럼 '합병' 지원을 기대할 만하다.
다만 SK온은 추가 합병 가능성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역시 SK온 추가 지원에 대해 "논의 중인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SK온은 그룹 안팎에서 자금의 블랙홀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자금이 필요해도 손을 벌리기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역시 주력 사업의 악화로 고전하고 있다. SK온이 꼭 살려야 할 회사긴 하지만 지원 부담이 적지 않다. 다시 지주사에 손을 벌릴 상황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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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에 계열사를 또 붙이려면 재무적투자자(FI)의 동의도 필요하다.
SK온은 2022년 이후 국내와 해외 투자자 컨소시엄으로부터 각각 1조2000억원, 1조6000억원을 조달하며 2026년까지 상장하기로 약속했다. SK온에 새로운 회사를 붙이면 사업의 안정성은 높아지지만 상장 난이도도 올라간다. 친환경 배터리사라는 상징성도 희석되니 상장 전략을 짜는 것도 쉽지 않다.
FI들은 지난 SK온과 계열사 합병에 동의하는 조건으로 주주간계약을 보강했다. FI가 보유한 동반매도요구권(Drag-along)과 매수청구권(Put option)에 <특정 사건이 적격상장 12개월을 초과해 지연시키거나 중대 장애 초래할 것이라고 대표 투자자가 합리적으로 판단하는 경우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추가했다. FI들이 회사 재무사정과 상장 전망에 따라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나마 한국투자금융그룹 등 국내 투자자들은 SK그룹 수뇌부와 친분이나 사업적 관계 때문에 SK온의 의사 결정에 우호적이다. 반면 힐하우스캐피탈 등 해외 투자자들은 보다 깐깐한 목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합병 카드를 꺼내려면 적잖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SK온으로선 해외 FI의 존재가 부담스럽다.
이런 배경 탓인지 올해 들어서는 SK온이 해외 투자자 자금을 먼저 상환하려 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한 금융업계 관계자는 "SK온 국내 투자자 사이에선 SK온이 해외 FI 자금을 먼저 상환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며 "상장 전망이 불투명하니 양쪽이 합의해 관계를 조기 종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SK그룹 측에서도 해외 컨소시엄 투자자들을 찾아 회사의 계획을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내용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회사 지배구조 변경이나 자금 조기 상환 등에 대한 초기 협상에 들어갔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SK온은 FI 자금 조기 상환 가능성에 대해서도 선을 긋고 있다.
SK온이 FI 자금을 조기 상환하게 된다면 SK이노베이션의 지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SK이노베이션은 영구채 발행부터 각종 자산 유동화까지 다양한 자금 조달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외 투자사와 금융사들로부터 수조원대 자금을 유치할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