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 LNG 밸류체인 유동화로 5조원 조달 추진
입력 2025.05.19 07:00
    발전사 등 LNG 밸류체인 자산 유동화 초기 검토
    자산 매각보다 일시적인 유동성 차입 형태 유력
    SK이노, 최대 5조 희망…KKR·브룩필드 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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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SK이노베이션이 액화천연가스(LNG) 관련 자산들을 유동화해 최대 5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조달한다.

      16일 투자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은 발전, 트레이딩, 광구 등 LNG 밸류체인 전반의 자산을 묶어 유동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외부 투자자들과 의견을 주고받기 시작한 초기 단계로 이르면 상반기 중 거래의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SK이노베이션 유동화 자산으로는 나래에너지서비스(지분율 100%), 파주에너지서비스(51%), 여주에너지서비스(100%) 등 자회사들이 우선 거론된다. 이들은 LNG를 연료로 활용한 발전사업을 하는데, 작년 합산 영업이익이 6000억원을 넘는 알짜 회사다.

      이 외에 SK이노베이션이 보유한 해외 LNG 광구와 LNG 도입 및 트레이딩 사업 등 LNG 밸류체인 전반이 유동화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리즘에너지(Prism Energy International Pte., Ltd.)는 SK이노베이션 E&S의 LNG 트레이딩 자회사로 해외 자원 개발 및 LNG 무역 등을 하고 있다. 나래에너지서비스 등에 LNG도 공급한다.

      이를 감안하면 SK이노베이션이 작년에 합병한 SK E&S의 사업 상당 부분이 유동화 대상에 놓이게 된다. 거래 구조나 조건은 아직 유동적이지만 과거 SK E&S가 도시가스 자회사 7곳을 묶어 KKR에 3조원대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한 것과 유사한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도시가스 거래 때는 KKR에 현금이나 현물(도시가스사 인수) 상환 선택권이 있었다. 이번 LNG 관련 사업 유동화 때는 현금 상환 조건만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매각보다는 사실상 유동성을 일정 기간 빌리는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알짜 자산의 소유권을 계속 보유하고 직원들의 동요를 불식시키기 위해 이런 구조를 고민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아직 구조는 유동적이지만 SK E&S의 도시가스 유동화와 비슷한 방식일 가능성이 크다"며 "다만 이번엔 SK이노베이션이 현금으로 상환하는 대출에 유사한 형태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유동화를 통해 최대 5조원을 조달하길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는 화학 및 배터리 사업 부진에 SK엔무브와 SK온 재무적투자자(FI) 자금 상환 고민도 크다. 이번 거래가 성사되면 업황이 회복될 때까지 버틸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재무구조 개선 고민은 사실상 일단락된다.

      SK그룹과 거래한 이력이 있고 인프라 투자에 전문성을 가진 KKR과 브룩필드가 유력한 투자자로 꼽히고 있다. 단 거래 규모가 크고 원매자군은 좁은 만큼 실제 거래 규모는 SK이노베이션의 희망가보다 낮아질 것이란 평가도 있다.

      다른 투자업계 관계자는 "SK이노베이션이 LNG 관련 사업을 유동화하려 하는데 KKR과 브룩필드 등이 관심을 갖고 있다"며 "회사는 5조원을 조달하길 바라는데 실제 거래는 3조~4조원 사이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주요 금융사들도 이번 거래에 관심을 갖고 있다. 시중은행은 물론 대형 증권사도 함께 투자할 기회를 살피고 있다. SK이노베이션 재무 임원들이 직접 금융사들과 접촉해 투자 관련 논의를 진행하는 모습이다. 다만 일부 금융사는 SK그룹 관련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많아 고민하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아직까지 구체적으로 밝힐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