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자사주 소각 유한양행, 주가 부양은 신약 '렉라자'에 달렸다
입력 2025.05.19 07:00
    유한양행, 자사주 소각으로 밸류업 시동
    장기적 주가 부양은 신약 성과에 달려
    폐암 신약 '렉라자' 미국 시장 안착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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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혜진 기자)

      유한양행이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자사주를 소각한다.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을 이행하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유한양행이 진정한 밸류업을 실현하려면 신약에서 성과를 내야 한다. 특히 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의 글로벌 확장이 주가 상승의 '열쇠'가 될 것이라는 평가다. 

      유한양행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이달 23일 보통주 24만62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유한양행의 자사주 소각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유한양행이 소각할 주식은 전체 발행 주식의 0.3%로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 중 3.7% 수준이다. 소각 예정 주식의 주당 가격은 10만5000원이고, 전체 소각 예정 금액은 253억원 규모다.

      유한양행이 자사주를 소각하는 이유는 주주 가치 제고다. 유한양행은 지난해 10월 제약사 중 처음으로 '밸류업 프로그램'을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2027년까지 발행한 보통주의 1%를 소각할 예정이다. 주당배당금은 2023년 결산 배당 대비 30% 이상 증액하고, 주주환원율도 30% 이상으로 높인다.

      소액주주들이 지속해서 주가 부양을 요구한 점도 이번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유한양행 주주 일부는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며 회사 측에 자사주를 신탁이 아닌 직접 매입하라고도 요구한 바 있다. 유한양행의 주식이 공매도에 활용돼 주식이 하락한 것 아니냐는 우려에서다. 유한양행의 주가는 현재 10만원대로, 지난해 10월 16만원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50% 정도 낮다.

      유한양행의 자사주 소각이 주가 상승을 담보하진 않는다. 결국 실적이 받쳐줘야 하는데 안팎에선 신약 '렉라자'가 밸류업의 키라고 한목소리를 낸다.

      렉라자는 유한양행이 오스코텍에서 물질을 받아 얀센에 기술 이전한 폐암 신약이다. 얀센은 글로벌 빅파마 존슨앤드존슨(J&J)의 자회사다. 얀센은 렉라자를 또 다른 폐암 약물인 리브리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와 병용하는 방법으로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렉라자가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면 향후 얀센으로부터 더 많은 기술료(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선 임상 역량 수준이 높고 넓은 판매망까지 보유한 얀센에 힘입어 렉라자가 성공 가도를 달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문제는 렉라자가 미국 시장에 출시된 이후 시장에 제대로 침투할지다. 현재 폐암 시장치료제로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가 많이 쓰인다. 얀센은 렉라자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리브리반트의 투여 방법을 정맥주사(IV) 제형에서 피하주사(SC) 제형으로 변경했다. 이렇게 되면 약물 투여 시간을 4시간 이상에서 5분 정도로 크게 줄일 수 있다. 새로운 제형은 현재 미국 허가를 진행하고 있다. 렉라자의 성과는 사실상 이 허가에 달렸는데, 그 결과가 올해 안에 나올 가능성이 크다. 통과 시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 요법이 미국에서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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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혜진 기자)

      얀센에 따르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의 병용 요법은 올해 1분기 전 세계에서 1억4000만달러(약 199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미국 허가를 받은 이후 실질적인 첫 실적이다. 반면 유한양행의 실적은 렉라자의 상업화 이후에도 폭발적인 성장을 보이지 못했다. 지난해 매출 2조원의 문턱을 넘기며 소기의 성과는 거뒀지만, 연구개발(R&D) 비용이 증가하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1년 전보다 감소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렉라자가 미국 시장에 안착하면 향후 글로벌 성과를 확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추가적인 로열티를 기대할 수 있고, 차후 다른 신약을 개발할 때도 트랙레코드가 돼 글로벌 빅파마들에 큰 인상을 주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