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절한 밸류 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하겠다"
악화된 투자심리 무시 못한다는 시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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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내수시장을 가진 인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가운데 지난해 현대자동차의 인도 상장 이후 LG전자와 CJ다슬 등 후발주자들은 속도조절에 나선 모습이다. 인도법인의 성장세가 뚜렷한 만큼 적절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상장하겠다는 입장인데, 시장에서는 글로벌 불확실성으로 악화된 투자심리 영향을 간과하기 어렵다는 평도 나온다.
인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LG전자는 최근 노이다와 푸네에 이어 스리시티에 세 번째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현지 공급망을 강화해 인도의 국민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목표다. LG전자의 인도법인 매출은 2021년 2조6255억원에서 2024년 3조7910억원으로 우상향하고 있으며, 올해 매출은 4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12월 LG전자는 인도 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예비심사서류(DRHP)를 제출하면서 현대차에 이어 두 번째로 인도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관심을 모았다. 제출한 예비심사서류는 지난 3월 승인을 받았지만, LG전자는 상장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기조다. 1년의 유효기간을 감안하면 아직 내년 초까지 시간이 있는 만큼, 제대로 된 '몸값'을 인정받을 수 있는 최적의 시기를 고르겠다는 것이다.
김창태 LG전자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달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인도법인의 최종 상장 시점에 대해 "현재 재무상황이 매우 안정적이고 인도법인의 사업성과가 꾸준히 개선되고 있기 때문에 무리하게 서두르기보다는 인도법인의 공정 가치를 확보할 수 있는 시장 상황과 상장을 통해 추진하는 주요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는 시점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J대한통운의 인도법인 CJ다슬은 2023년부터 인도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상장예비심사를 마치고 연내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도 상장은 요원한 분위기다. CJ대한통운 측은 적절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한 피어그룹 선정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입장이다.
CJ다슬은 지난 2017년 CJ대한통운이 인도 현지 물류회사 다슬로지스틱스의 지분 50%를 인수한 자회사다. CJ다슬의 매출은 2021년 5339억원에서 2024년 7944억원으로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1분기도 운송사업 밸류체인 확대를 기반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 상승한 24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상장을 추진하던 당시 피어그룹으로 삼을 만한 기업들이 저평가돼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예비심사통과 이후 다른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성장세 등을 감안해 최적의 시기를 다시 살피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CJ다슬은 LG전자와 달리 다시 예비심사를 받아야 하는 입장이지만, 절차 중 철회한 것이 아니고 앞선 예비심사에서도 문제가 없었던 점을 근거로 언제든 다시 진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국 관세 등 글로벌 불확실성의 여파로 투자 받기 어려워진 상황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인도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기관투자자 등의 투자심리가 좋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라 현지 IPO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쿠쿠 역시 당초 예정보다 일정이 소폭 미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한 자문업계 관계자는 "미국 관세 부과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한국뿐만 아니라 다른 시장도 한동안 투자자 모집이 쉽지 않았다"면서 "그래도 인도 현지에서 적극적으로 해외 기업들의 상장을 유치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최근 인도 증시는 파키스탄과의 전쟁 가능성 등으로 변동성은 작지 않았지만 하락 국면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국지전은 처음이 아니다"면서 "최근 확전 가능성으로 변동성은 컸지만, 그래도 행보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인도 상장 역시 인도 내부의 문제라기보다 글로벌 불안정성 때문으로 보고 있어 급하게 진행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