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본현대생명, 후순위채 콜옵션 코 앞…누적 적자 어쩌나
입력 2025.05.20 07:00
    6월 150억·9월 500억원 규모 콜옵션 앞둬
    킥스 비율 유지해 콜옵션 행사 가능성 크지만
    누적 적자에 채권시장 의구심 커져
    • 푸본현대생명, 후순위채 콜옵션 코 앞…누적 적자 어쩌나 이미지 크게보기

      롯데손해보험이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지 못하면서 보험업계를 바라보는 채권시장의 눈빛이 날카로워졌다. 당장 다음달 콜옵션 시점이 다가오는 푸본현대생명이 관심사다. 보험손익 적자가 누적된 데다 지급여력비율(K-ICS·킥스 비율)이 금융당국의 기준을 간신히 넘은 상황이라 콜옵션 가능성에 의문을 품는 투자자가 많다.

      18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푸본현대생명은 오는 6월 말 1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을 행사하고자 금융당국과 조율 중이다. 금융당국은 상환 후 킥스 비율 등을 중점적으로 들여다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말 기준 푸본현대생명의 킥스 비율은 157.3%(경과조치 후)로 상환 기준인 150%를 소폭 상회한다. 이번 콜옵션 행사의 관건이 될 3월 말 기준 비율은 아직 집계 중이다. 보험업계에선 별다른 이변이 없는 한 150%를 살짝 넘는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푸본현대생명은 1분기 말 킥스 비율이 작년보다 조금 떨어지더라도 150%를 넘는 것으로 확인하고, 콜옵션 관련 금융감독원 보고까지 마친 것으로 안다"며 "이번 조기상환 금액은 150억원으로 적어서 상환 직후 킥스 비율에도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세훈 금감원 수석부원장 역시 지난 15일 보험사 킥스비율 관련 브리핑에서 "후순위채를 발행한 회사 중 한두 곳이 경계선에 있는데 이들 회사도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방안을 진행 중이어서 상환이나 차환에 전혀 무리가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시장 안심시키기에 나섰다.

      문제는 푸본현대생명이 본업인 보험업에서 계속해서 적자를 보고 있다는 점이다. 

      꾸준한 유상증자와 자본성증권 발행을 통해 규제 기준은 충족하고 있지만, 사업의 지속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이번 콜옵션 후 차환에 나서더라도 새로 발행한 채권 금리가 높아지면 건전성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오는 9월 또다시 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증권 콜옵션 기한이 다가오는 점도 부담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푸본 측에서 6월 초 상환 계획을 가시화하겠다고 밝혀 기다리는 중"이라며 "이번 콜옵션보다 9월 다가오는 500억원 만기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신용평가사들도 보수적인 태도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12일 푸본현대생명의 후순위사채신용등급을 A+에서 A0로 강등했다.

      나신평은 "푸본현대생명의 2023년 및 2024년 보험손익은 각각 -232억원, -598억원으로 업권 평균 수준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며 "계열의 재무적 지원으로 자기자본이 확충됐으나 자기자본 관리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푸본현대생명만 이번 콜옵션 이슈를 무사히 넘기면 보험업권의 자본성 증권 관련 이슈는 사그라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많다. 금융당국은 3분기 중 후순위채 콜옵션 등에 사용하는 킥스 비율 기준을 기존 150%에서 130%로 낮추기로 했다. 현재 관련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중이다.

      규제 완화 이전에 콜옵션 기한이 다가오는 흥국화재(7월·400억원)와 신한라이프(8월·3000억원)는 킥스 비율이 200% 전후로, 건전성 우려에서는 일정부분 거리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롯데손보에 이어 또다시 콜옵션에 실패하는 사례가 나오면 채권시장에 어떤 파급효과가 생길지 모른다"며 "감독당국으로서도 이런 부담을 감당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