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보험사 인수 승인 받았지만…끊이지 않는 ABL생명 '매각설'
입력 2025.05.21 07:00
    동양·ABL생명 패키지 인수 했지만
    '알짜' 동양생명만 인수 가능성도 거론
    자본여력 낮은데 ABL생명 유증 부담
    한국투자금융지주, 유력 인수후보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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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하는 가운데, 벌써부터 ABL생명을 재매각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자본여력이 넉넉하지 않은 상황에서 ABL생명의 낮은 지급여력비율(K-ICS) 등을 고려하면 인수보다 매각 실익이 크다는 해석이다. 시장에서는 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한 한국투자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보고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금융은 지난 2일 금융위원회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 조건부 인수 승인을 받았다. 동양생명과 ABL생명은 7월 초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CEO 등 새로운 경영진 선임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우리금융이 보험사를 인수한 이후에는 두 보험사를 합병해 하나의 생보사로 운영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됐다. 다만 인수 후 통합(PMI)작업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합병 전까지 약 2~3년 동안 두 보험사를 따로 운영하다가 합병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우리금융이 ABL생명을 따로 떼어내서 재매각할 수 있다는 '설'이 나온다. 앞서 우리금융은 중국 다자보험으로부터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패키지로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SPA)를 체결했는데, 이 중 ABL생명만 떼어내 재매각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야기가 흘러나오는 건 우리금융의 자본여력이 타 금융지주 대비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ABL생명 킥스비율(경과조치 전 기준)은 111.8%로 생보사 평균(182.7%)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금융당국 권고치인 150%를 밑도는 생보사는 24곳 중 ABL생명을 비롯해 7곳에 그친다. 

      경과조치 후 기준으로도 ABL생명 킥스비율은 153.7%로 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간신히 넘겼다. 인수 이후 우리금융의 대규모 유상증자가 불가피한 셈이다.

      앞서 우리금융은 두 보험사를 인수하면서 6280억원의 염가매수차익을 거뒀다. 일각에선 이를 통해 보험사 유상증자 여력을 확보했단 관측도 나온다. 다만 자본비율 방어를 위해 보유 부동산 자산까지 매각하고 있는 우리금융 입장에선 양 보험사 합병 뿐만 아니라 매각을 통해 차익을 얻는 방안 또한 유력하게 검토할 수 있다.

      두 보험사 합병 시 자산 규모와 인력을 비교해 보더라도 매각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34조5776억원)과 ABL생명(18조8144억원) 자산을 단순 합산하면 53조3920억원으로, NH농협생명(53조2536억원)과 약 1400억원 차이로 업계 5위권 생보사로 올라설 수 있다.

      반면 합산 임직원 수는 동양생명과 ABL생명이 농협생명보다 500명 이상 많다. 지난해 말 기준 동양생명의 임직원 수는 937명, ABL생명은 752명으로 합산 1689명이다. 자산 규모는 생보사 중 다섯 번째인 것에 비해 인력 규모는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에 이어 생보업계 네 번째로 높은 것이다.

      우리금융 보험사 인수와 관련한 실무는 성대규 동양·ABL생명 인수추진단장이 주도했다. 성 단장은 과거 신한생명과 오렌지라이프 통합 경험이 있는 인물로 인수 후 통합(PMI) 작업 등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성 단장은 차기 동양생명 신임 대표로도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과거 희망퇴직 등으로 인력 효율화를 진행했던 성 단장이 '키'를 쥐게 되면서 ABL생명 매각 가능성에도 힘이 실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노조 측에서는 ABL생명 매각이 아니라 합병을 추진한다고 하더라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효율화 작업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다만 인수 승인 이후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매각설이 언급되면 향후 인수 및 통합 과정에서 당국의 '눈살'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관련 언급을 아끼고 있단 관측도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M&A 초기 단계로 아직 대주주 변경도 하지 않은 상황인데, ABL생명을 재매각하겠다고 하면 우리금융 뿐만 아니라 이런 형태의 M&A를 승인한 금융당국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불똥이 튈 수 있지 않겠느냐"라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보험업 진출을 공식화한 한국금융지주를 잠재 매수자로 거론하고 있다. 한국금융지주는 현재 우리금융 지분 3.92%를 보유한 과점주주이기도 하다. 한국금융지주는 이강행 전 한국금융지주 부사장을 우리금융 사외이사로 추천해 우리금융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