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3부, 정치-경제 사건 담당 엘리트조직
본격적인 수사 시작은 새 정부 들어선 이후
기소권 박탈 위기의 검찰, 핵심 사안서 존재감 증명해야
클린턴 전 대통령 회동…美 인맥 동원 거론되는 김병주 회장
미국 정치권 네트워크 통할지는 지켜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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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검찰이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 사태와 관련해 MBK파트너스의 마이클 병주 김(이하 김병주)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 홈플러스와 MBK 주요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MBK의 최고 핵심인 김병주 회장까지 출금조치하면서 검찰의 수사는 이제부터가 본게임으로 들어섰다는 평가다.
홈플러스 사태를 수사중인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 제3부의 구성원들의 면면은 상당히 화려하다. 반부패3부의 총 7명의 검사들은 특히 정치권과 연계한 사건을 다수 맡았던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해 전주지검에서 중앙지검 반부패3부로 자리를 옮긴 이승학 부장검사는 전주지검 형사3부장으로 재임하던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연루된 타이이스타젯 특혜채용 의혹을 수사했다. 중앙지검으로 발령난 이후엔 대장동 로비의혹과 관련한 관계자들을 기소하며 정치적으로 굉장히 민감한 사건을 맡은 인사로 잘 알려져 있다.
반부패3부 소속 검사 가운데는 과거 대규모 정치권 인사들이 연루됐을 것이란 혐의가 있었던 엘시티 건설 특혜 의혹을 수사한 검사와, 과거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사건과 관련해 기소를 담당한 검사도 포함돼 있다.
부부장검사인 이주현 검사는 대검찰청이 인증한 공정거래분야 공인전문검사로 해당 분야 권위자로 평가 받는 인사다.
대검찰청 초엘리트 집단의 수사망을 맞이한 김병주 회장은 미국에 기반한 네트워크를 최대한 활용하려는 움직임이 포착된다. 최근엔 빌 클린턴(Bill Clinton) 미국 전 대통령과 자택에서 회동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시민권자인 김병주 MBK회장은 영어로 된 자서전 오퍼링스(offerings)를 출간했고, 미국 내 다양한 기부 활동을 하며 영향력을 키워왔는데 이를 통한 정재계 인맥이 상당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만 그의 미국 정치권 네트워크가 본인을 향한 수사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간 미국 내에서 하버포드 칼리지 기부나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기부 활동 등은 알려졌지만 현 트럼프 행정부 및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밀접한 네트워크를 지녔는지는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미국 정치권과 관계가 돈독하다고 평가받는 사모펀드는 글로벌 운용사인 KKR, 칼라일 정도가 거론된다.
KKR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재무부와 의회의 조율을 맡은 브래드 베일리(Brad Bailey)를 공공정책팀 전무로 영입하는 등 전현직 정부 관계자들과 네트워크를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칼라일은 파트너였던 랜달 콸스(Randal Quarles)가 트럼프 대통령에 의해 연방준비제도 이사회(FRB) 부의장 임명되는 등 좀 더 뚜렷한 관계가 드러난다. 칼라일그룹 창업자인 데이빗 루벤스타인 (David M. Rubenstein)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많은 사람들을 놀라게 할 것"이라고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병주 회장은 칼라일그룹의 아시아법인 헤드 출신으로 한미은행 딜을 성사한 이후 2005년 독립해 MBK파트너스를 설립했다. 당시 핵심인력들이 빠진 칼라일은 한국 시장내 입지가 상당히 좁아졌다. 이후부터 현재까지 칼라일 그룹 내부에서 김병주 회장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이라고는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 인맥을 동원하는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지적도 무시하기 어렵다.
한가지 분명한 점은 칼과 방패의 견고함과는 무관하게 홈플러스 사태의 결말이 새 정부에서 내려진다는 점이다.
새 정부가 검찰의 활용도를 얼마나 높게 평가할지, 이와 별개로 MBK를 포함한 사모펀드 업계 전반을 어떤 방식으로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기조가 선 이후에야 홈플러스-MBK 수사 또한 속도를 낼 수 있을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홈플러스 사태가 다수의 개인투자자 및 소상공인들이 얽혀있는 사건임은 분명하다. 아직은 피해규모가 얼마나 될지, 실제 피해자들의 범위가 어디까지일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또 법률위반 여부도 섣불리 판단하기 이른 상황이다. 하지만 새 정부에서 반드시 운용사에 책임을 묻고 PEF 최고 경영진에 대해 단죄(?) 하겠단 '책임론'을 부각한다면 김병주 회장의 운신의 폭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
반대로 MBK를 비롯해 대형 사모펀드를 정책적 자금줄로서 활용할 '역할론'에 무게를 둔다면 MBK와 김병주 회장에 대한 수사의 깊이가 다소 얕아 질 수 있단 전망도 나온다.
실제로 검찰의 수사는 다소 속도 조절을 하는 모습처럼 비쳐지고 있다. 압수수색 과정이 고스란히 노출되고, 실시간으로 MBK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알려질만큼 수사 활동이 공개돼 있는 것과는 별개로 본격적인 수사를 시작하기까진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사건을 이첩받은지 한 달 동안 증거물들을 확보하긴 했으나 아직도 구체적인 수사계획을 수립하진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PEF 업계에선 김병주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가 부정적인 선례가 될 수 있단 우려도 제기된다. 투자에 실패한 운용사들의 사례는 상당히 흔한데 자칫 투자 실패에 대한 제도적 잣대가 지금보다 엄격하게 적용된다면 전반적인 투자 시장의 위축과 연결될 수 있단 불안감이 감도는 것도 사실이다.
반대로 홈플러스 사태에 대한 MBK 핵심 경영진들에 대한 책임론을 강조하는 목소리도 결코 작지않다. 국내 운용사와 해외 운용사를 명확히 구분하자는 목소리와 함께, 형사 사건과 관련한 운용사의 문제에 대해선 수사 당국의 명확한 조사와 합리적인 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