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코 앞…연기금·공제회 수장들 '인사 태풍' 예고
입력 2025.05.22 07:00
    김태현 NPS 이사장, 尹 정부 연금 개혁 핵심 역할
    사학연금·군공·건근공 이사장도 尹 정부와 '인연'
    퇴직연금 기금화되면 연기금·공제회 역할도 커져
    CIO도 사정권에…"최소한의 기준·절차 마련해야"
    • (그래픽=윤수민 기자) 이미지 크게보기
      (그래픽=윤수민 기자)

      대선이 임박한 가운데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 수장들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연금개혁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에서 기금 운용의 전략적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이사장과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둘러싼 인사 변동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수장들이 다수 포진한 만큼, 여야 어느 쪽이 정권을 잡더라도 전면적인 교체가 단행될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임기 만료와 관계없이 정치적 고려가 우선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이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오는 8월 말까지로, 대통령 선거 직후 종료된다. 김 이사장은 행정고시 출신으로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국장, 금융정책국장, 상임위원, 예금보험공사 사장 등을 거쳐 2022년 국민연금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특히 예금보험공사 사장 재임 중이던 시기에 국민연금 이사장 공모에 응모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임기를 남기고 자리를 옮긴 사례로, 전임자인 김용진 이사장 또한 임기를 1년 가까이 남기고 중도 사퇴한 바 있어 '임기 보장'에 대한 공공기관 수장직의 상징성이 약화됐다는 비판이 있었다.

      취임 후 윤석열 정부의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였던 국민연금 개혁의 핵심적인 역할을 맡아 왔다는 평가가 많다. 실제로 취임사를 비롯해 매해 신년사 등을 통해 연금 개혁에 대한 의지를 수차례 피력한 바 있다. 

    • 김 이사장 외에도 윤석열 정부 인사로 분류되는 주요 연기금 및 공제회 이사장들의 교체 가능성도 점쳐진다. 송하중 사학연금 이사장은 윤석열 대선캠프에서 정책고문을 맡았고, 김상인 건설근로자공제회 이사장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다. 군인공제회 정재관 이사장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육사 동기로 알려졌다.

      이 밖에도 직접적인 연관성은 없지만, 현재 자리에 있는 이사장들 대부분이 윤석열 정부 하에서 인사 검증을 거쳐 임명됐다는 점에서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경우 인사 재편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 연기금 관계자는 "정권이 바뀌면 예외 없이 수장 교체가 단행되어 왔다"며 "특히 이번에는 정책 기조가 크게 바뀔 수 있는 만큼, 기금운용 철학이 다른 인사를 앉히려는 시도가 강하게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연기금 수장의 거취가 주목받는 배경에는 제도적 변화 가능성도 자리잡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퇴직연금 기금화'를 주요 연금개혁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현재 퇴직연금은 기업별로 운용되는 DC(확정기여)·DB(확정급여) 구조이나, 이를 국민연금처럼 중앙 기금으로 모아 전문 운용기관이 관리하는 '기금형'으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실제로 국민연금이 100인 이상 사업장의 기금형 퇴직연금 운용기관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관련 법안도 국회에 계류 중이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민연금 및 주요 공제회의 자산운용 규모와 역할이 확대되며 기금 수장들의 정책적·경제적 영향력도 함께 강화된다.

      또한 상법 개정 등 기업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법안이 입법화되면, 주주로서의 의결권 행사를 주도하는 연기금의 목소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이사장 및 CIO의 권한이 커지는 것인 동시에, 인사의 중요성을 높이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

      이사장뿐만 아니라 기금운용을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CIO들도 인사 태풍을 피해가기 어려울 전망이다. CIO는 각 기관의 자산운용 전략 수립과 의결권 행사, 대체투자 등 핵심 사안을 결정하는 위치에 있어 정권에 따라 그 중요도가 더 커질 수 있다.

      실제로 국민연금의 서원주 CIO는 당초 임기 종료 이후 후임 인선이 지연되면서 예외적으로 1년 연임됐다. 이는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본격적인 CIO 교체를 단행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도 가능하다.

      한 공제회 관계자는 "CIO는 기관 수장의 전략을 실행하는 핵심 보직"이라며 "이사장이 바뀌면 CIO의 성향도 조율될 수밖에 없다. 다만 잦은 교체는 자산운용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훼손할 수 있어, 최소한의 기준과 절차는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