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적어 영향 없다"...트럼프發 리스크에 드러난 K바이오 신약 수준
입력 2025.05.22 07:00
    취재노트
    트럼프 美 대통령, 약값 인하 행정명령 서명
    美 신약 출시한 한국 기업도 영향권…우려↑
    짐펜트라·엑스코프리, 美 매출 타격 있지만
    "美서 韓 기업 입지 좁아 향후 상황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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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우선주의를 앞세워 글로벌 빅파마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미국은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의약품 시장이다. 고가의 신약이 많이 출시돼 있어 미국에서는 약값을 낮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미국의 약값을 다른 국가 수준으로 낮추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국민이 부담하는 약값을 낮추고, 보건의료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국내 기업들도 트럼프 대통령의 약값 인하 압박 기조를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미국에 신약을 출시한 기업들이 이번 행정명령이 시행될 경우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 중 미국에 신약을 출시한 기업으로는 셀트리온과 SK바이오팜이 있다. 셀트리온은 신약인 짐펜트라의 매출이 적어 전체 매출에 미칠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SK바이오팜은 트럼프 대통령과 글로벌 빅파마의 협상 추이를 지켜본다는 입장이다.

      두 기업은 각기 다른 답변을 내놨지만, 덧붙이는 말에는 공통점이 있다. 미국에서 한국 신약의 입지가 대단하지 않기 때문에 약값 인하 정책으로 받을 영향이 적거나, 협상 결과를 지켜봐야만 한다는 것이다. 셀트리온이 최근 진행한 온라인 간담회에서도 이런 웃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 미국의 약값 인하 정책이 짐펜트라의 매출에 미칠 영향을 묻는 질문에 서정진 셀트리온그룹 회장이 "(짐펜트라의) 매출이 미미해 전체 매출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셀트리온은 짐펜트라를 미국 시장에 안착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올해 짐펜트라의 매출 목표도 7000억원에서 3500억원으로 낮춰 잡았다. 셀트리온은 주로 유럽 시장에 바이오시밀러를 팔아 매출을 일으키는데, 짐펜트라는 미국 시장에 출시한 것이다 보니 사업 계획을 예정대로 추진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서 회장은 "짐펜트라를 보험사 처방집에 올리는 과정에서 8~9개월이 지연됐다"라며 "짐펜트라 매출 목표는 낮췄지만, 전체 매출 목표는 여전히 5조원"이라고 강조했다.

      SK바이오팜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SK바이오팜은 신약 엑스코프리를 2020년 미국에 출시했고, 출시 5년 차인 올해 초 엑스코프리 누적 매출 1조원을 달성했다. SK바이오팜은 매출의 상당 부분을 엑스코프리에 의존하고 있어 약값 인하 정책의 영향을 크게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그럼에도 나름의 대응책만 마련한 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엑스코프리가 미국 시장에서 차지하는 입지는 글로벌 빅파마의 매출 수십조원을 담당하는 블록버스터 의약품과 비교해 미약한 수준이다.

      한국 기업의 신약 개발 역량은 20~30년 전과 비교했을 때 눈부시게 발전했다. 유수의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해 글로벌 빅파마에 기술 이전했고, 케미컬의약품의 복제약만 생산하던 제약사도 체질 개선을 통해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성과도 속속 나고 있다. 신약 개발 '기술'을 글로벌 빅파마에 수출하고 신약 개발 기업은 글로벌 빅파마의 기술 도입 대상이 돼 전반적으로 약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해보인다.

      그러나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특히나 세계 최대 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두드러지는 신약이 없다는 점은 이번 트럼프발(發) 리스크를 통해 다시 한번 드러났다. 미국에 출시된 신약의 수도 손에 꼽히고, 그마저도 이제야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수준이다. 일부는 해외 기업에 넘겨져, 사실상 한국 기업의 제품이라고 보기 어려운 경우도 다반사다. 한국의 수많은 신약 개발 기업과 정부의 "제약·바이오 강국"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질적·양적 투자와 실질적인 성과가 뒷받침돼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