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후순위채 수요예측 참여키도
9월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자금운용 한계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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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A급인 B기업은 매년 공모 회사채 시장을 찾는 정기 이슈어다. 실적은 반등세를 보이고 있으나, 업황 부진으로 지난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일부 트랜치(만기) 미매각이 발생하기도 했다. 최근 B기업의 공모채 발행을 앞두고 C저축은행이 찾아왔다. C저축은행은 B기업에 공모채 대신 사모채로 조달할 경우 해당 물량을 총액 인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B기업은 공모채로 자금 조달을 결심했다.
저축은행 자금운용부서에서 투자처가 줄었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핵심 투자처였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딜이 감소하면서다. 저축은행은 직접 발행사를 찾아가 사모채 총액 인수 조건을 제시하거나 보험사 후순위채 등 비교적 높은 금리의 회사채에 투자하는 등 신규 투자처 발굴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PF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량은 지난 2023년 1조9150억원에서 2024년 1조7724억원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은 같은 기간 29조9150억원에서 28조9264억원으로 감소세를 보였다.
최근 부동산 업황 침체가 장기화하자 PF 유동화증권 발행량도 자연스레 감소했다. PF 유동화를 통한 채권 투자의 경우 선순위는 대부분 은행이 투자한다. 선순위 대출 상환 비율은 대부분 담보인정비율(LTV) 안에 포함되며 안전성이 높아 투자수익률이 낮기 때문이다.
나머지 중〮후순위는 저축은행과 증권사가 나눠서 투자한다. 저축은행은 평균 듀레이션이 은행 대비 짧아서 PF를 통한 여신이 대표 투자수단 중 하나다. PF 유동화증권 신규 발행 물량이 감소하면 저축은행의 투자처도 사라지게 된다. 결국 저축은행이 직접 발행사를 찾아가 사모채 총액 인수 조건을 제시하는 등 투자처를 직접 찾아 나선 모습이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당장 투자할 수 있는 PF 물량이 없어서 손을 놓고 있다"며 "증권사도 대형 공모 사업에 입찰하는 것과 기존 사업을 이어가는 등 상황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AA급 채권과 BBB급 채권 사이 갭을 부동산 PF, 담보대출 등으로 메꿨는데 현재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상황"이라며 "4~5%대의 금리에서 안정성이 보장된 수익이 나오는 자산을 채우기가 어려운데, 그걸 찾는 수요는 엄청 많다"고 덧붙였다.
또 저축은행의 일부 자금은 보험사의 후순위채로 흘러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초 보험사들의 후순위채는 우려와 다르게 수요예측 과정에서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과정에서 저축은행들이 대거 참여한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자본성증권 발행을 마친 보험사 총 9곳(한화손해보험, 메리츠화재해상보험, DB생명보험, DB손해보험, 흥국생명, KB손해보험, NH농협손해보험, ABL생명보험, 현대해상〮발행 자진 철회한 롯데손해보험 제외) 가운데 미매각이 발생한 곳은 단 1곳(ABL생명)에 불과했다.
한 자산운용사의 채권운용역은 “연초 저축은행들이 보험사 후순위채 수요예측에 적극 참여했다”며 “부동산 PF 투자가 힘들어지자, 그 대안으로 보험사 후순위채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오는 9월 예금자보호 한도가 현행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상향 조정을 앞두고 있다. 예금자보호 한도 상향 후 은행에서 저축은행으로 자금이 일부 흘러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저축은행의 자금운용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또 다른 시장 관계자는 "예금자보호법 개정으로 저축은행으로 돈이 흘러갈 텐데 기존의 부동산 대출은 훨씬 더 엄격해졌고, 금리가 많이 내려왔기 때문에 운용에는 한계가 있다"며 "돈이 금융기관 안에서만 돌고, 실물 경제로 안 가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 정책이 뒷받침돼야 조금 더 신용이 낮은 곳으로 돈이 흘러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