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채널 성장성’이 인수 핵심 요소
애경산업 매각도 영향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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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팡의 유통시장 장악력이 소비재 M&A 시장에서도 결정적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유통 채널의 변화가 소비재 기업 실적에 직결되면서, 쿠팡에서의 매출 추이가 매수인의 인수 여부와 가격을 가늠하는 핵심 바로미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매각이 진행 중인 애경산업 사례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뚜렷하게 관찰된다.
쿠팡은 올해 1분기 매출 79억800만달러(약 11조4876억원), 영업이익 1억5,400만달러(약 2377억원), 당기순이익 1억1400만달러(약 1656억원)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11.2%, 영업이익은 285% 증가하며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실적 발표 직후 쿠팡 주가는 하루 만에 12% 상승하며 시장 기대를 반영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쿠팡은 내수 소비 침체에도 불구하고 견조한 성장성과 수익성 개선을 동시에 달성했다”며 “로켓배송의 지속 확장과 대만 등 신규 사업의 턴어라운드가 중장기 성장 기반을 강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 플랫폼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쿠팡의 신용·체크카드 기반 결제 추정액은 3조2213억원으로, 2위인 11번가(약 2900억원)의 11배 이상에 달했다. 상위 10개 이커머스 사업자의 총 거래액 중 쿠팡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50% 이상으로 추정되며, 1인당 결제액과 재구매율 모두 압도적이다.
가격경쟁력, 로켓배송, 간편결제, 콘텐츠 연계 등 자본력을 기반으로 한 종합 쇼핑 생태계가 형성되며, 쿠팡은 기존 오프라인 유통망은 물론 다른 온라인 채널까지 위협하고 있다.
애경산업 매각을 검토 중인 주요 사모펀드(PEF)들은 이 기업이 쿠팡에서 얼마나 매출을 일으킬 수 있는지에 주목하고 있다. 유통 채널의 집중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쿠팡 매출의 변동성은 기업가치 평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애경산업은 올해 1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대비 10.7%, 영업이익은 63.3% 감소하며 실적 부진을 보였다. 화장품 부문은 중국 수요 부진과 브랜드 경쟁 격화로 타격을 입었고, 생활용품 부문도 국내 원가 상승과 채널 경쟁 심화로 실적이 악화됐다. 특히 국내 온라인 유통의 경우, 쿠팡이 단일 최대 영향 채널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매출 의존도와 향후 성장성은 인수자 입장에서 핵심 분석 지표다.
애경산업도 인수 후보들에게 국내 생활용품 부문의 ‘업사이드 포텐셜’로 쿠팡 유통 채널 내 성장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다.
2019년 쿠팡과 LG생활건강 간의 납품 갈등 사례는 단일 유통 채널과 브랜드 간의 긴장이 소비재 기업 실적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쿠팡이 로켓배송에서 LG생활건강 제품 판매를 중단한 이후, 양사는 약 5년간 직거래를 멈췄다.
그러나 2024년 1월 갈등은 해소됐다. LG생활건강은 ‘오휘’ 등 화장품 브랜드를 로켓럭셔리에 입점시키며, 생활용품 부문도 순차적으로 쿠팡 입점을 확대했다. 해당 사태로 쿤달 등 경쟁업체 상품 매출이 크게 늘어났다. 애경산업의 국내 생활용품 디지털 채널 매출 비중도 2022년 32%에서 2023년 38%로 중가했는데 업계에선 이와 무관치 않다고 보고 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생활용품과 화장품 시장에서 LG생활건강은 독보적인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며 “이들이 쿠팡에 복귀하면서 경쟁사인 애경의 디지털 채널 실적에 압박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유통 영향력은 단지 소비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루터PE는 2022년 부산·울산·경남 지역 1위 마트체인인 탑마트에 투자했으며, 최근 실적이 개선되고 있다. 업계는 쿠팡이 해당 지역에서 물류망을 아직 완전히 구축하지 못한 점이 오프라인 유통사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해석한다.
한 PEF 관계자는 “과거엔 대형마트 점유율이 M&A의 핵심 판단 요소였다면, 이제는 쿠팡 채널에서의 매출 탄력성이 더 중요한 변수”라며 “소비재 인수에서 ‘쿠팡 영향도’는 이제 필수 점검 항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