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G넥스원, 노사 갈등에 한화에어로 등 경쟁사로 ‘인력 유출’ 우려
입력 2025.05.23 07:00
    실적 뛰었지만 성과급 논란…'비상경영'에 불만 커져
    연구개발 인력 이탈 조짐…생산직까지 번질 가능성
    경쟁사 인재 유치 경쟁 본격화에 LIG넥스원 '흔들'
    급성장 따른 성장통?…보상 체계 정비는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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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LIG넥스원이 내홍을 겪고 있다. 사상 최대 실적에도 경쟁사 대비 낮은 성과급을 제공하며 내부 불만이 고조되면서다. 연구개발 부서를 중심으로 인력 이탈 가능성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모습이다. 

      LIG넥스원은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매출 9076억원, 영업이익 11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8.9%, 69.6% 증가했다. 방위 산업 전반의 수주 호조와 맞물린 결과다. 지난해에는 연매출 3조2763억원, 영업익 2298억원으로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문제는 호실적과 성과급 간 괴리다. LIG넥스원은 기본급의 100% 안팎(연구직 기준)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타 방산업체 대비해서도 낮은 수준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기본급의 710%와 일시금 500만원를, 현대로템은 기본급의 500%와 일시금 1800만원을 성과급을 제공했다.

      이에 내부 직원들을 중심으로 불만이 제기됐다. LIG넥스원은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비용 절감이 필요함을 설득했지만 회사가 성과를 보상하지는 않고 고통 분담만 강요한다는 비판이 새 나왔다. 회사는 자사주 10주를 제공하겠단 방침이지만 입장 차이는 여전히 줄어들지 않는 모습이다. 

      방산업계에서는 인력 유출 우려가 현실화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연구개발 부서를 중심으로 인력 유출이 실제로 일어나고 있다"며 "더 좋은 조건으로 가겠다는 움직임을 막을 수는 없는 부분이지만 기업의 미래 사업 경쟁력엔 부정적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방산업 연구원은 "연구개발 인력도 문제지만 생산직 인력이 유출될 경우 무기체계 완성도 등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방산, 조선은 다 경험 사업이라 인력이 핵심"이라고 밝혔다. 수출 중심으로 방산업이 역대급 호황을 맞다 보니 기업들이 인재 유치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은 상반기 채용을 진행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4월 30일부터 5월 18일까지 국내외 경력사원 모집 공고를 냈다. 현대로템 또한 5월 초까지 신입과 경력 사원 지원자를 모집했다. 연구개발 고도화가 절실하고 경쟁업체들이 전방위적 인력 확충에 나서는 상황에서의 인력 유출은 부정적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한 방위산업 전문가는 "수출이 잘되는 시기에 사업을 다각화하려면 전문 인력이 추가적으로 필요하다 보니 기업들이 채용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라며 "인재 유치가 중요하다면 LIG넥스원 차원에서 직원들의 처우나 근무 환경 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당장의 생산 차질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다. LIG넥스원은 연구개발 인력만 약 2800명에 달해 일부 이탈이 전체 운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다만 노사 간 갈등이 장기화하고 핵심 인력 이탈이 누적될 경우 미래 사업 일정 지연이나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단 분석이다. 

      LIG넥스원이 급성장하며 겪는 과도기적 현상이라는 해석도 있다. 2019년 1조4526억원이던 매출액은 지난해 3조2763억원으로 빠르게 늘었다. 2024년 기준 자산규모도 전년비 2조원 이상 증가하며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신규 지정됐다. 내부 체계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이라 보상 체계 역시 단계적으로 정비해 가는 것이 현실적이라는 시각이다.

      LIG넥스원은 현재 22조8000억원이 넘는 수주잔고를 확보하고 있다. 기수주한 물량에 더해 신규 일감계약도 꾸준히 진행 중이다. 1분기에만 4조2000억원 규모를 신규 수주해 올해 예상 매출 전망치를 넘겼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중동향 사업 등 수출 확대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노사 갈등은 회사가 전방위로 성장하는데 따른 성장통으로 보인다. 처우에 따른 인력 이동은 어느 제조업이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지만 지속 성장을 위해서는 완만한 협의가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LIG넥스원은 영업익의 10%를 성과급으로 배정하는 것에 대해 노조측과 합의된 부분이란 입장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발생한 입장 차는 간극을 좁혀나가는 과정 중에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