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상환 1년 앞두고 일각선 원금 상환 검토 가능성도
에코프로비엠, 첫 CB투자자 IR 추진…투심 달래기 나서나
-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급락하면서 과거에 발행한 전환사채(CB)가 잠재적인 부채 리스크로 부각되고 있다. 현재 주가가 전환가액을 밑돌면서 투자자들이 보통주 전환 대신 조기상환을 택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조기상환 청구가 가능한 시점까지 1년가량 남은 가운데, 에코프로비엠이 원금 상환 압박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은 2023년 양극재 공장 설비 투자와 운영자금 마련을 위해 440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가 전체 발행 규모의 절반에 가까운 2000억원을 투자했다. 이외에도 IMM인베스트먼트 550억원, 프리미어파트너스 450억원, SKS프라이빗에쿼티 300억원, 이음프리이빗에쿼티 300억원, 키스톤PE 100억원, 신한투자증권 100억원 등 국내 주요 PE들이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2차전지 업종의 기대감이 정점을 찍던 시기였던 만큼, 발행 조건은 에코프로비엠에 유리했다. 표면이자율은 0%, 만기이자율은 2%에 불과해 금리 메리트는 사실상 없었다. 투자자들은 이자 수익을 포기하고 주가 상승에 베팅한 셈이었다.
그러나 이후 전기차 수요 둔화 등으로 업황이 꺾이면서 주가도 급락했다. CB의 최초 전환가는 27만5000원이었으나 두 차례 조정을 거쳐 20만6250원까지 낮아졌다. 지난 20일 기준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8만8100원으로 조정된 전환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CB 전환가는 최초가 대비 최대 25%까지만 하향 조정이 가능해, 더 이상 전환가를 낮출 수 없다. 이 때문에 PE들은 작년 7월부터 주식 전환을 청구할 수 있었음에도 아직 누구도 보통주로 전환하지 않고 있다. 전환가격이 주가보다 높아 전환 시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 PE 관계자는 "현재 주가가 전환가격보다 낮아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적어도 주가와 전환가액이 비슷해져야 보통주 전환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업계에서는 에코프로비엠이 44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준비해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2차전지 시장에 비관적 전망을 가진 투자자들이 조기상환청구에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2026년 5월부터 조기상환을 요청할 수 있어, 회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자금 상환 부담이 현실화될 수 있는 상황이다.
CB 조기상환 권리 행사까지 아직 1년여 기간이 남았고 기준금리보다 낮은 연복리 2%에 만족해야 하는 조건 때문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현재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에코프로비엠에 투자한 한 PE 관계자는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를 결정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일시적일 것으로 예상했던 전기차 수요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업계 전문가들은 기대치를 낮추고 있다. 손실이 지속되기 전에 원금이라도 보전하려는 투자자가 나타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2차전지 산업 성장성에 대한 눈높이가 불가피하게 낮아지고 있다. 전기차 소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당초 예상보다 배터리 수명이 길어져 교체 수요가 줄어드는 문제와 전기차 감가상각에 대한 평가가 어려워 시장 형성이 지연되는 상황 등으로 이전만큼 긍정적 전망이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른 PE 관계자도 "최근 2차전지 업체들의 자금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에코프로비엠은 운영자금뿐 아니라 기존 투자 자금에 대한 상환 부담까지 안게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달 말 CB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처음으로 IR(기업설명회)을 개최할 예정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기차 수요 부진 장기화와 글로벌 통상환경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투자자 이탈 방지와 재무적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소통에 나설 필요성을 느낀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