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시절 20%대 수익성…국제유가 하락에 SMP 시차효과 코앞
배럴당 60달러 장기화 전망에 국내외 변수多…"서둘러야 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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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이노베이션이 액화천연가스(LNG) 밸류체인을 기반으로 조 단위 조달 채비를 갖추고 있다. 최대 5조원을 희망하는 것으로 전해지는데 국제유가를 비롯해 각국 정책 변화, 통상 위협 등이 얽혀 있어 변수가 적지 않다. 회사 재무사정까지 감안하면 속도전을 치러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유동화에 나선 자산은 SK이노베이션 E&S(이하 SK E&S)의 7개 도시가스 자회사를 제외한 LNG 밸류체인 내 잔여자산이다. 과거 KKR에 발행한 상환전환우선주(RCPS)의 상환 자산을 제외한 대부분 사업장이 목록에 오른 상태다. SK이노베이션의 사내독립기업(CIC)인 SK E&S는 도시가스 외에도 해외 탕구 자원개발(E&P)부터 운송, 트레이딩, 터미널, 민자발전까지 LNG 밸류체인 수직계열화를 마친 국내 유일 민간기업으로 통한다.
작년까지의 실적만 놓고 보면 5조원 정도는 너끈하단 평이다. 핵심인 나래·파주·여주에너지서비스 등 수도권 3개 민자발전 자회사들의 합산 영업이익만 6000억원에 달하는데, 평균 15~20% 수준의 수익성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가스공사 물량에 기대는 경쟁사와 달리 인도네시아, 호주 탕구 장기계약 물량을 기반으로 원가 수준 LNG를 직도입하는 덕이다.
그러나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있어 지금의 고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울 거란 전망이 많다. 국내 LNG 발전 사업의 수익성은 계통한계가격(SMP)으로 결정되는데, SMP는 국제유가의 4~6개월가량 시차를 두고 반영한다. 지난 4월,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배럴당 60달러 아래로 떨어진 만큼 하반기면 LNG 발전 자회사들의 매출액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다.
에너지시장 한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국제유가와 SMP가 치솟으면 영업 레버리지가 크게 작용하는데 지금은 정반대 구간"이라며 "해외 탕구 직도입에 기반한 연료비 원가우위는 희석되고 고정비 부담은 늘면서 마진율이 줄어드는 속도도 가팔라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국제유가가 폭락했을 당시 SK E&S의 발전 자회사의 수익성도 급락했다. 2021년 기준 LNG 발전 부문의 합산 순이익률은 3.85%에 그쳤다. 2년 뒤 전쟁으로 SMP 가격이 kWh당 270원까지 치솟자 순이익률이 최대 27%까지도 올랐던 걸 감안하면 영업 레버리지가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회사가 이번 조달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SMP 기반 실적이 하락하기까지 수개월 밖에 남지 않은 데다 하반기로 갈수록 국내외 정책 변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외국계 투자은행(IB) 한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의 관세 분쟁은 현재 상황에서 적당히 마무리될 가능성이 높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인플레 부담을 낮추려고 현 수준 저유가를 2년 가까이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라며 "SK이노베이션의 자금 사정이나 재무적투자자(FI) 대응 문제 등을 봐서라도 최대한 빨리 조달을 마치는 게 유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곧 있을 대통령 선거에서 국내 반도체 생태계 확장과 데이터센터 등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확대 방안이 공통적으로 거론되는 점은 긍정적이다. 각각 막대한 전력 수요를 전제로 하는 정책들인 데다 국내 에너지 시장 수급을 감안하면 LNG 발전소의 역할이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NG 발전은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건설 기간이 짧고 탈탄소로 가는 과정의 가교에 해당해 정치적 부담이 적은 선택지로 통한다.
다른 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SMP에는 유가 외에도 국내 에너지 수요나 정부의 발전계획 변동까지 가격 하락을 상쇄할 다른 변수들도 작용한다"라며 "다만 미국이 자국 LNG 구매를 압박하는 상황이기도 하고, 국내 정책이 얼마나 빨리 집행될지도 알 수 없다. 회사가 더 이상 차입을 늘리기 어려워서 유동화에 나서는 걸 텐데 여러모로 풀어내기엔 복잡한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