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發 가상자산 제도권 기대감…VC업계, 블록체인 스타트업 다시 '군침'
입력 2025.05.27 07:00
    가상자산 제도화 공약에 VC들 '들썩'…스타트업 투자 다시 고개
    혹한기 벤처투자 시장서 예외…"블록체인은 놓치기 힘든 기회"
    "선거용 아니어야"…정책 동력 사라질 가능성에 경계감도 상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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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는 가운데 국내에선 가상자산 제도권 도입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대선 정국과 맞물려 급물살을 타는 모습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는 가상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 거래 수수료 인하 등을 공약으로 발표했다. 이어 스테이블 코인 도입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 또한 가상자산을 금융산업으로 육성하겠단 방침을 내세웠다.

      두 후보는 국민연금의 가상자산 직접투자를 허용하겠단 계획도 밝혔다. 현재 국민연금은 코인베이스 등 가상자산 관련주를 통해 간접 투자만 하고 있다. 연기금의 직접투자 효용성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지만, 연기금 내부적으로도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선 일부 가상자산 연구원들에게 가상자산을 자산배분 관점에서 분석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제도권 도입에 대한 기대감이 가시화하자 벤처캐피탈(VC)업계는 블록체인 기반 스타트업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 인터베스트는 최근 투자심의에 올라온 17개 스타트업 중 블록체인 보안 관련 기업을 포함해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B인베스트먼트와 일부 글로벌 VC 또한 한국 블록체인 스타트업과의 접촉을 늘리고 있다.

      한 VC업계 관계자는 "국내뿐 아니라 글로벌에서 큰 자금을 굴리는 VC들이 한국 블록체인 시장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다른 나라에 비해 아직까지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았다 보니 성장가능성을 크게 보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다른 VC업계 관계자는 "원화 기반 스테이블 코인이 나온다면 DSRV나 오지스(Ozys)가 수혜를 볼 것으로 보인다"며 "제한돼 있던 시장이 열리는 형국이다 보니 새로운 사업 기회들이 생기고, 이에 따라 VC들도 관련 업체에 더욱 주목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VC업계는 올해 유례없는 혹한기를 겪고 있다. 스타트업 분석 플랫폼에 따르면 2025년 4월 기준 국내 VC의 스타트업 신규 투자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했다. 올해 연간 투자 규모 또한 전년비 축소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유동성이 마른 상황에서도 블록체인 기술에 대한 투자 검토가 활발히 진행된단 점에서 성장 가능성이 크단 평가다. 

      VC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반등 기미를 안 보이다 보니 확실한 곳에만 투자하는 등 큰 돈을 넣지 않는 분위기"라며 "그럼에도 현재 시점에서 블록체인에 투자한다는 건 향후 성장가능성을 크게 본단 의미"라고 분석했다. 

      국내 VC가 운용하는 펀드의 주요 출자기관(LP)은 정책자금이기에 블록체인 분야 투자를 사실상 지양해왔다.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2018년경 VC들은 모태펀드 출자사업에서 가상자산 및 거래소 관련 기업에 투자하지 말라는 지침을 받기도 했다. 다만 정치권을 중심으로 가상자산에 대한 정책 도입 및 제도화 논의가 이뤄지자 급물살을 타고 있단 분석이다. 

      과도한 낙관론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최근 업계 움직임이 '제도화' 기대감에 기반한 만큼 대선 이후 동력이 급격히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가입자 수는 1600만명에 달해 정치권 입장에선 무시할 수 없는 유권자 수다. '표심' 공략을 위해 여러 방침을 내세우지만 선거 이후 정책 추진력이 꺾이거나 논의가 흐지부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상자산 스타트업계에 자금을 대는 투자자들 역시 정책 불확실성을 염두에 두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제도화를 위해선 변경해야 할 요건들이 많고도 까다롭다"며 "다만 이번이 가상자산을 제도화할 마지막 시점이라고 본다. 선거 기간에 잠깐 나오고 마는 얘기는 아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