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효성, 타이어코드 매각 본격화…거래 성사엔 '중국과 차별점'이 관건
입력 2025.05.27 07:00
    효성, 숏리스트 선정…내달 초 본입찰 진행
    실사 포인트로 '중국과의 차별점 검증' 꼽혀
    최근 빠르게 성장한 중국 업체들 공세 거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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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HS효성첨단소재가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 매각을 추진하는 가운데, 원매자들이 실사에 착수하며 본격적인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효성 측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프리미엄 타이어’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다만 최근 중국 업체들이 기술력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이들에 대한 대응력을 입증할 수 있는지가 거래 성사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HS효성첨단소재는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부문에 대해 주관사를 선정해 매각을 위한 예비 입찰을 진행했다고 20일 공시했다. 효성 측은 적격 예비 인수후보(숏리스트)를 선정했으며, 주관사를 통해 후보들에게 개별 통보했다고 밝혔다. 매각 주관사는 삼정KPMG다.

      숏리스트에는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스틱인베스트먼트, JKL파트너스, 베인캐피탈, 중국계 전략적 투자자(SI) 등이 포함됐다. 원매자들은 현재 실사에 돌입했으며, 본입찰은 6월 초에 진행될 전망이다. 이후 우선협상대상자가 선정되면 연내 최종 계약 체결이 점쳐진다. 

      스틸코드는 타이어의 내구성과 형태 안정성을 보강하는 핵심 소재다. HS효성첨단소재는 폴리에스터, 나일론, 스틸코드 등 3대 타이어 보강재를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기업이다. 타이어 스틸코드 사업은 사실상 HS효성의 ‘캐시카우’로, 2023년 기준 전체 매출의 26%, 이익의 40%를 차지했다. 해당 부문은 지난해 매출 86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 1400억원을 기록했다.

      스틸코드 부문의 예상 매각가는 1조원 중반대로 거론된다. 이는 지난해 EBITDA에 약 10배 멀티플을 적용한 수치다.

      효성 측은 이 사업의 강점으로 ‘프리미엄 타이어 시장’에서의 높은 점유율을 강조하고 있다. 미쉐린, 브리지스톤, 굿이어, 콘티넨탈, 한국타이어 등 글로벌 주요 타이어 업체들이 주요 고객이다.

      업계에서는 해당 부문의 성장 가능성을 가늠할 핵심 변수로 '중국 업체들과의 차별성'을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타이어 스틸코드 주요 기업으로는 벨기에의 베카르트, 일본의 스미토모 전기공업 등이 있으며, 완성 타이어 제조사인 브리지스톤도 일부 스틸코드 생산 라인을 운영 중이다. 중국의 장쑤 싱다 스틸코드는 자국 내 최대 생산업체 중 하나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스틸코드 수요는 자동차 산업의 흐름에 따라 좌우되며, 중국·인도 등 신흥국의 성장세가 주요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중국 경쟁사들의 가격 공세 속에서도 효성이 차별화된 기술력과 안정적인 현금창출력을 갖추고 있는지가 실사의 핵심 포인트”라며, “이 부분의 검증 여부가 딜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효성 타이어 스틸코드 부문이 시장 내 탄탄한 입지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톱티어 타이어 제조사들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전방산업인 글로벌 타이어 시장도 전통 강자들과 신흥 브랜드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은 고려사항이다. 최근 중국계 타이어 브랜드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글로벌 점유율을 빠르게 높이고 있다. 런던에 본사를 둔 브랜드 컨설팅 기업 브랜드 파이낸스(Brand Finance)의 2024년 조사결과 기준, 지티 타이어(Giti Tire)는 전년 대비 9억2400만 달러의 브랜드 가치 상승을 기록하는 등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타이어 브랜드 중 하나로 꼽혔다.

      한편 공개 매각에 들어가기 앞서 효성 측은 일부 후보에 인수 제안을 하기도 했는데, 한국타이어 등 완성 타이어 제조업체도 포함됐다. 그러나 국내 타이어사들은 중국 업체들과 질적인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한 분위기로 전해진다. 

      PEF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의 기술력도 상당히 올라온 상태라, 기술과 가격 측면에서 효성이 경쟁 우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조현상 HS효성 부회장은 스틸코드 부문 매각 대금을 탄소섬유, 아라미드 등 슈퍼섬유와 전기차 배터리 소재,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투자에 활용할 전망이다. HS효성은 앞서 2차전지 소재업체 유미코아와 우전지앤에프에 투자를 단행했다. 

      그러나 핵심 사업 매각에 대한 우려의 시선도 있다. HS효성첨단소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197억원으로 전년 대비 26% 증가했지만, 2022년(3151억원)과 비교하면 3분의 2 수준이다. 스틸코드 부문 매각 거래도 거래 규모에 비해 주관 수수료는 높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