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째 ‘제자리걸음’ 삼성물산, 새정부·JY 재판 앞두고 다시 바이오 띄우기
입력 2025.05.28 07:00
    삼성물산, 로직스·에피스 최대주주로
    JY 사법리스크 벗기 위해선 물산 가치 증대 필연적
    주주환원, 역대급 수주에도 제자리 걸음하던 물산 주가
    결국 바이오 재편으로 물산 기업가치 띄우기?
    에피스 나스닥 상장 기대감 꺾여 '한계'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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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삼성그룹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의 인적분할을 추진하며 거버넌스 재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사실상 그룹에서 유일하게 성장세를 증명하고 있는 삼성바이오를 사업적으로 또 지배구조개편 측면에서 활용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이는데,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최대한 불확실성을 해소하려는 노력으로 해석된다는 평가다.

      삼성바이오의 개편으로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계열사는 단연 최대주주인 삼성물산이다. 이재용 회장이 단일 최대주주이자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는 10년 넘게 정체했는데 삼성바이오의 구조개편이 어떤 영향을 미칠진 지켜봐야 한다. 삼성물산의 가치를 키우는 일은 이재용 회장의 사법리스크를 온전히 벗어내는 것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삼성바이오 인적분할은 크게 보면 본업인 위탁개발생산(CDMO)사업과 신약개발을 하는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개별 회사로 분할하는 작업이다.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바이오 사업의 특성상 분할을 통해 상장회사를 두 개로 늘리면서 자금조달 창구를 다변화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가 글로벌 제약회사들로부터 수주를 받는데 걸림돌을 제거하겠단 복안도 깔려있다. 분할 재상장이 완료되면 분할 비율에 따라 삼성바이오의 시가총액이 현재보다 줄어들게 되지만 양사가 각각 상장돼 투자자들을 유치할 수 있단 점에선 긍정적이란 평가도 나온다.

      연초까지만해도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먼 얘기로 여겨져왔다. 그룹 주력인 삼성전자의 사업적 불확실성이 너무도 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투자금융업계 한 관계자는 "연초 삼성그룹 IR 과정에선 ‘삼성바이오’ 활용을 비롯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아주 천천히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최근 급물살을 탄 분위기"라며 "새정부 출범 이후 상법개정안, 삼성생명법(보험업법 개정안) 등이 탄력을 받게되면 부담스러운 상황이 펼쳐질 수 있기 때문에 속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삼성바이오의 분할이 완료하면 삼성물산은 삼성바이오와 삼성에피스홀딩스의 각각 최대주주가 된다. 삼성전자는 기존과 마찬가지로 두 회사의 2대주주로 남는다. 당장 삼성물산이 한쪽의 지분을 정리하고 현금을 마련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기는 어려우나 추후 선택지가 늘었다는 평가가 충분히 가능하다.

      삼성물산의 시가총액은 25조5000억원으로, 바이오로직스의 지분(43%) 가치 약 30조원에도 못미친다. 이마저도 최든 2~3개월 사이 주가가 약 50% 가까이 오르며 달성한 수치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하고 기업가치가 10배가량 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삼성물산의 가치는 10년째 제자리걸음하며 심각한 저평가 구간에 머물러 있다.

      이는 삼성물산이 사업적으로도, 거너넌스의 중요도 측면에서도 투자자들에게 주목받지 못한 요인이 크다. 삼성물산은 우리나라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시공사로 최근 도시재정비사업에서 역대급 수주잔고를 쌓으며 승승장구하고 있지만 주식시장에선 그리 주목 받진 못했다. 또 삼성전자의 대주주(5%)이지만 반도체 업황의 부진과 함께, 지주회사는 아니지만 지주사 디스카운트 요인들이 발생하며 국내외 기관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이번 삼성바이오의 구조 개편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단 기대감과 별개로, 그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진 지켜봐야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의 삼성물산의 주가 상승이 삼성바이오에 기인한 것인지, 원자력 발전과 소형원전(SMR) 시장 확대 기대감에 기댄 것인지는 명확하게 구분짓긴 어렵다. SMR 사업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기까진 다소 시일이 걸리고 또 정책적 불확실성이 크다. 

      특히 삼성바이오에피스가 향후 5년간 나스닥에 상장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갖고 있던 대형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오히려 사라졌다는 지적도 있다. 우라나라 증시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미국 증시 상장은 삼성바이오 및 삼성물산 투자자들에게 잠재적 기대감으로 작용해 왔던 게 사실이다.

      투자은행(IB)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나스닥 상장이 무산됐다는 점은 삼성바이오의 분할이 삼성물산에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을 상쇄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했다.

      삼성그룹 차원에선 삼성물산 가치 증대가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재용 회장에 대한 제일모직-삼성물산 부당합병 혐의와 관련한 재판은 현재 진행형이다. 2심에서 무죄 판결이 내려졌으나, 검찰이 즉시 상고를 결정하면서 아직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벗어내진 못했다.

      2심 법원은 합병을 통해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이 이득을 봤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이 합병 당시 내세운 시너지는 예상치에 근접하지도 못한 것도 사실이다. 대법원에 상고한 검찰의 논리는 합병을 통해 기존 삼성물산 주주들이 손해를 입었다는 것이다. 합병을 정당화하기 위해선 삼성물산의 가치가 커졌단 점을 입증해야한다. 

      삼성전자의 지배력, 파격적인 주주환원책, 주력사업인 건설부문에 집중 등 어느하나 삼성물산의 기업가치 제고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는데, 이번 그룹차원의 구조 개편이 삼성물산의 가치 증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진 지켜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