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개미'만 쳐다보는 BBB급 회사채들
입력 2025.05.28 07:00
    CJ CGV 신종자본증권 올해도 미매각
    롯데손보 콜옵션 미행사 여파로 투자자 이탈
    비우량채도 업종별 차별화…리테일 수요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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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BBB급 비우량채가 시장에서 외면받고 있다. 홈플러스 사태로 비우량채에 대한 투심이 위축된 데다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 여파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면서다. HL D&I 한라(BBB+)와 두산에너빌리티(BBB+) 등 수요예측을 앞둔 BBB급 기업들의 투심 위축 우려도 덩달아 커지는 상황이다. 다만 미매각된 비우량채들은 리테일 시장에서 셀다운(재매각)되는데, 채권 개미들의 시장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CGV는 지난 22일 총 4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BBB+) 발행을 위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100억원의 주문에 그쳤다. 30년 만기 2년 후 콜옵션을 조건으로 최대 800억원의 증액 발행 계획을 세웠으나, 어렵게 됐다.

      CJ CGV는 이번 발행을 위해 주관사단 선정, 발행액 규모, 수요예측 일정 등 모든 발행 조건에 변화를 줬다. 직전 발행인 지난해 3월 총 8곳으로 대규모 주관사단을 꾸렸으나, 이번 발행에서는 KB증권을 단독으로 선임했다. 그 대신 총액 인수 계약을 맺었다. 최초 모집액도 1200억원에서 400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였으며, 수요예측 일정도 당초 지난 4월 말에서 5월 연휴 이후로 연기했다. 또 매월 이자를 주는 월 이표채로 방식을 택해 리테일 친화적인 구조를 제시했다.

      실제로 CJ CGV는 수요예측에서 목표액을 채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발행에 관심을 보이는 기관투자자들도 많았으나, 롯데손해보험 콜옵션 미행사 여파로 투자자 이탈이 발생했다는 후문이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총액 인수 계약에 따라 주관사인 KB증권이 미매각 물량을 떠안은 후 리테일을 통해 셀다운(미매각)할 것"이라며 "발행 금리는 직전 발행(7.3%)보다 낮은 수준에서 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투자자들의 관심은 오는 6월 공모채 발행 계획을 세워둔 HL D&I 한라와 두산에너빌리티로 쏠린다. 두 곳 모두 신용등급 'BBB+'로, 오는 6월 17일 발행을 목표로 수요예측 일정을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HL D&I 한라는 1년물 400억원, 1.5년물 200억원 등 총 600억원, 두산에너빌리티는 2년물과 3년물로 총 800억원의 공모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각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900억원, 1500억원까지 증액 발행할 예정이다. HL D&I 한라는 공모 희망 금리로 1년물은 6.7%, 1.5년물은 7.0%까지 고정금리 밴드 상단을 열어뒀다.

      시장에서는 비우량채도 업종별로 차별화 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또 금리 인하 사이클이 본격화하는 가운데, 절대금리 매력을 내세워 리테일 투자자의 매수세가 수요를 뒷받침할 것이란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두산에너빌리티는 하이일드펀드를 중심으로 기관 수요가 많이 몰릴 것으로 보이지만, HL D&I 한라의 경우 건설채에 대한 우려가 여전한 편"이라며 "금리 밴드 상단이 7%대로 워낙 높아 미매각이 발생하더라도 리테일에서 물량 소화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또 다른 채권시장 관계자는 "홈플러스 사태 이후 A3 등급 이하 단기채부터 시작 된 투심 위축 분위기가 A급까지 이어졌다"며 "거기에 롯데손해보험이 불을 지핀 것 같다. 개별 기업 이슈에서 그칠지 시장 전체에 파급을 미칠지 당분간 분위기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