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후순위채로는 대응 한계…신형 영구채 발행 검토 본격화
스텝업 배제 등 요건 충족시 일부 인정…관건은 실현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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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들의 자본 규제가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기본자본 킥스(K-ICS) 비율’을 새로운 핵심 지표로 삼으면서, 자본 확충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선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신(新) 영구채' 발행 방안을 살펴보고 있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보험사의 ‘기본자본 킥스 비율’을 의무 준수 항목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특히 이 비율이 50%에 못 미치는 경우, 경영개선 요구 등 적기시정조치를 내리는 방식이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험사가 보험금을 안정적으로 지급하려면 자본금과 이익잉여금 등 순수 자기자본을 일정 수준 이상 보유해야 한다는 취지다.
보험업계는 긴장하는 모습이다.
기존에는 지급여력비율(K-ICS, 킥스)을 채권 발행 등으로 손쉽게 개선할 수 있었지만, 기본자본 킥스 비율은 유상증자나 이익 확대 외에는 개선 수단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조건을 충족할 경우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기본자본에 일부 포함시킬 수 있지만, 인정 요건이 까다로워 지금까지는 실제로 활용된 사례가 드물었다.
작년 말 기준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50% 미만인 보험사는 롯데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MG손해보험, KDB생명, 푸본현대생명, IBK연금보험, iM라이프 등 7곳에 달한다. 이들 보험사는 대규모 증자나 수익성 개선이 쉽지 않아 현실적인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부담이 크다.
금융당국이 충격 완화를 위해 계도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대주주가 개인이나 PEF(사모펀드)인 경우 자금 여력이 부족해 유상증자 추진이 녹록지 않다는 점이 문제다. 실적을 단기간에 개선할 마땅한 묘수도 없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을 도왔던 증권사들이 ‘기본자본 인정 요건을 갖춘 영구채’ 발행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보험업 감독규정 시행세칙에 명시된 기준에 따라, 기존 영구채 조건을 일부 수정하는 방안이 모색되고 있다.
기본자본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 영구채와 크게 두가지가 다르다. 우선 금리 상향(스텝업) 조항이 없어야 하며, 이자 지급도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만 가능해야 한다. 콜옵션(조기상환 청구권)을 행사 하지 않아도 금리 상향 조정의 혜택을 볼 수 없으며 배당가능이익이 없다면 이자 지급이 지연될 수도 있다. 발행사의 이자지급 재량이 높아진 것으로 해석된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본자본 인정요건을 충족시키는 형태의 영구채 발행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라며 "스텝업 조항 삭제와 배당가능이익 내 이자 지급이 기존 영구채와 핵심적 차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요건을 갖추면, 해당 영구채는 보험사가 필요로 하는 자본의 최대 10%까지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필요한 자본이 10조 정도라면 1조까지는 영구채 발행을 통해 충당할 수 있는 셈이다. 이는 증자에 대한 부담을 어느정도 덜어줄 수 있다.
조건부 자본증권 역시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최대 인정 한도는 요구자본의 15%다. 조건부 자본증권은 일정 상황(부실 지정 등) 발생 시 상각되거나 보통주로 전환되며, 상각형, 보험회사 전환형, 금융지주회사 전환형 등으로 구분된다. 이 중 상각형은 사채 상환 및 이자 지급 의무가 면제되는 조건이 붙는다.
증권가에선 앞으로 이러한 신형 영구채를 발행하려는 보험사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다른 IB업계 관계자는 "기본자본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영구채를 검토하는 보험사가 점차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배당가능이익 내에서만 이자 지급이 가능한 구조 때문에 실제 이자 지급 여부가 불투명하다는 점에서 업계에선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도 있다. 작년 기준 삼성생명, 삼성화재, DB손보, 한화생명, 현대해상, 한화손해보험, 동양생명 등 일부 대형사만이 배당을 실시한 바 있다.
보험사는 해약환급준비금 등 별도 준비금 부담이 커, 호실적을 기록함에도 불구 배당률이 저조하거나 아예 배당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특히 기본자본 킥스 비율이 낮은 보험사들은 실적 자체도 부진한 경우가 많아, 이같은 우려에 힘이 실린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은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이라며 "기본자본을 늘리기 어려운 만큼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구상 중"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