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운용사 경영권 변화 본격화
창업자·FI 지분 매물로 시장 출회
IPO 난항 속 자금 확보 압박 심화
당국 징계 리스크에 경영권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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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국내 1세대 부동산 운용사들이 경영 세대교체의 기로에 섰다. 마스턴투자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의 오너 지분 일부와 주요 재무적투자자(FI) 지분이 매물로 나오면서 업계에 적잖은 파장이 일고 있다.
창업자가 물러난 뒤 오너 일가의 지분 정리, RCPS 발행 등 자금 구조 변화가 이어지고 있지만, 뿌리 깊은 오너십 구조를 해체하려는 시도는 아직 조심스럽다. 다만 금융당국 징계 리스크와 내부 유동성 압박이 맞물리며 두 회사 모두 경영권 이동의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스턴투자운용은 최근 250억~300억원 규모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발행을 추진 중이다. 싱가포르계 사모펀드 운용사 CCGI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 조달 목적은 유동성 보완 차원이다. 시장에서는 해당 딜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최대주주인 김대형 고문이 보유한 경영권 지분의 향후 매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마스턴투자운용 측은 "RCPS 발행은 아직 검토 단계에 있으며, 구체적으로 확정된 바는 없다"며 "해당 증권에는 경영권 옵션 조건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 설명과는 별개로, 시장에서는 이미 김대형 고문의 일부 소수지분이 매물로 나왔던 전례가 있다는 점에서 경영권 전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는 분위기다.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김대형 고문이 보유하고 있는 마스턴 지분 약 10%가 300억원 전후의 밸류로 거래가 논의됐다. 이번 RCPS 인수 후보 중 하나인 CCGI가 당시 실사를 검토한 바 있다. 다만 CCGI는 블라인드 펀드를 통한 ‘실탄’이 부족해 실제 거래로 이어지진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스턴은 최근 두산타워, 강남파이낸스플라자(GFP) 등 주요 오피스 자산 매각으로 자금 여력을 일부 확보했다. 하지만 운용자산 가치 하락과 이에 따른 대규모 충당금 설정 부담이 여전해, 캐시플로우만으로는 운용사 본체의 자본 적정성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상법상 오너가 운용사에 직접 자금을 투입하기 어렵다는 점도 이번 RCPS 발행 배경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지난해부터 시도했던 '마스턴캐피탈' 매각이 불발된 것도 유동성 보완 수단을 찾는 데 영향을 미쳤다.
최근 이지스자산운용 역시 주요 지분이 시장에 나오며 이슈의 중심에 섰다. 고(故) 김대영 창업주의 배우자인 손화자 씨가 보유한 지분 12.4%에 대해 매각 작업을 공식화했다. 자문사로는 모건스탠리를 선정했다. 지분 단독으로는 경영권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 아래, 모건스탠리는 주요 FI들을 직접 설득하는 방식으로 매각 지분 확대에 나섰다. 실제로 몇몇 자산운용사, 사모펀드가 관심을 보였지만 가격이나 구조 측면에서 성사까지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이지스의 주요 FI들은 ▲지에프인베스트먼트(9.90%) ▲대신증권(9.13%) ▲우미글로벌(9.08%) ▲금성백조주택(8.59%) ▲현대차증권(6.59%) ▲한국토지신탁(5.31%) ▲태영건설(5.17%) ▲KB증권(4.13%) ▲신에프앤아이(3.00%) ▲우리은행(0.80%) 등이 있다. 이중 현대차증권과 마스턴투자운용은 이미 손 씨와 보조를 맞추며 지분 매각에 동참하기로 한 상태다.
시장에서는 이들 외에도 일부 주주들이 가격만 맞으면 매각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최소 27% 이상, 많게는 40%에 이르는 '경영권 딜'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번 매각 작업은 단순한 지분 정리 성격을 넘어 자금 수혈 차원의 목적도 깔려 있다는 평가다. 이지스는 최근 자기자본(PI) 투자 확대를 주요 전략으로 삼고 있다. 운용 수수료만으로는 성장 한계에 부딪힌 만큼, 자체 자본을 활용한 투자 비중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2020년대 초반 이후 PI 포트폴리오에서 성과가 지지부진했던 데다, 금융당국의 건전성 규제도 강화되면서 실질적인 투자여력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 결국 대규모 자본 확충 수단으로는 IPO(기업공개)나 전략적 지분 매각 외에는 대안이 없는데, 시장에서는 이지스의 IPO 추진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자연스럽게 지분 블록 매각 시도가 먼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배경이다.
다만 이번 매각 작업이 실제 성사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일부 주주들은 경영권 매각에 부정적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지스자산운용 측은 "현재 IPO를 준비 중인 상황은 아니며, 경영권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정해진 바 없다"고 말을 아꼈다.
마스턴투자운용과 이지스자산운용은 1세대 부동산 운용사의 상징 같은 회사로 평가받아왔지만, 현재 두 회사의 후계 구도는 사실상 공백 상태다. 이에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의 제재 조치가 확정되면 양사의 지분 정리가 더욱 본격화될 가능성이 강하게 거론된다.
현재 양사는 최대 영업정지 수위까지 거론되는 당국의 제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 김대형 고문과 조갑주 전 단장 모두 금감원 제재 수위를 예의주시하고 있어, 공식 경영권 매각보다는 우회적인 소수 지분 정리부터 진행하는 모양새다. 당국의 최종 징계 수위가 경영권 매각 또는 지분 이동에도 중대한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표면 아래서의 수면 조정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이들 사례를 1세대 부동산 운용사 세대교체의 신호탄으로 보고 있다. 대체투자 중심의 고수익 구조가 금리 인상기와 맞물리며 흔들렸고, 오너 리스크까지 겹치며 독립계 운용사 구조의 취약성이 부각됐다는 해석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이지스와 마스턴 외에도 다른 1세대 운용사들이 자금 충당을 위해 신주를 발행하고 있지만 펀딩 분위기가 미지근한 상황"이라며 "단순한 유동성 확보나 지분 재편 수준을 넘어, 세대교체의 서막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