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카드 '사옥 매각' 설, 최근 업계에 떠돌아
'카드사 1위 탈환' 혹은 '리스크 관리' 추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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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카드에 '위기설'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희망퇴직을 계획하고 있으며, 퇴직금 지급을 위해 사옥 매각에 나설 거라는 내용이다. 카드업계에서도 지주로부터의 실적 압박이 큰 데다, 리스크 관리 등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한카드 측은 해당 소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사옥 매각을 위한 움직임도 관측되지 않고 있다. 다만 작년 카드사 1위 자리를 삼성카드에 내어준 뒤 분위기가 침체된 것은 사실이라는 분석이다. 내부 출신인 박창훈 대표 역시 취임 6개월차로 아직 자기 색깔을 완전히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신한금융에 따르면 1분기 신한카드는 1357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대비 26.7% 감소한 수치다. 같은 기간 삼성카드의 순이익은 3.7% 증가한 1844억원을 기록했다. 신한카드는 작년 말 업계 1위 자리를 삼성카드에 내어준 뒤 올해 1분기에도 2위에 머물렀다. 순이익이 급감하면서 그룹 내 비은행 효자 자리도 신한라이프가 차지했다. 1분기 신한라이프의 순이익은 1652억원으로 신한카드보다 295억원 많았다.
카드업계 고위 관계자는 "신한카드가 당기순이익으론 업계 1위를 차지하다가 작년에 뒤처졌고, 1분기엔 격차가 더 벌어지면서 위기감이 클 것"이라며 "2등으로 밀려나 지주에서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격차가 당분간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경기 둔화로 카드론 등의 자산에서 건전성이 나빠지면서 충당금 부담이 커지고 있다. 1분기 말 신한카드의 연체율은 1.61%로 2015년 9월 이후 약 10년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에 1분기 충당금전입액은 2557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3.8% 늘었다.
반면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1.03%로 전년 말(1.00%)대비 0.03%포인트 늘어나는 데 그쳤다. 충당금전입액은 1740억원으로 오히려 전년동기 대비 0.7% 감소했다. 부실자산이 발생하면 대부분 매각하는 타사와 달리 일단 손실로 인식한 뒤 정상화까지 기다리는 방식의 처리법도 순익 확보에 도움이 됐다.
사옥 매각설이 제기되는 배경은 이처럼 최근 신한카드의 실적이 부진한데다, 호전이 쉽지 않을거라는 우려 때문이라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이번에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 신한카드 본사는 서울 을지로에 위치한 파인에비뉴 A동이다. 지난 2020년 약 5200억원에 매입했다. 3월 말 기준 장부가액은 4800억원이다. 사옥을 매입한 지 5년도 되지 않아 다시 내놓을 거란 소문이 날 정도로, 신한카드 안팎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는 방증이란 평가다.
수익성 악화와 함께 '구조조정'에 대한 우려도 상존한다. 신한카드의 임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2587명으로 전업카드사 중 가장 많다. 인원은 많은데 순이익은 줄어들며 지난해 회사의 생산성을 나타내는 1인당 당기순이익이 삼성카드는 물론, KB카드와 하나카드에도 밀린 4위를 기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직원 수가 700여명에 불과한 하나카드가 2000억원대의 순이익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신한카드 입장에선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대규모 희망 퇴직을 실시할 것이고, 퇴직금을 충당하기 위해 사옥을 매각할 것이란 풍문이 돈 건 이런 배경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신한카드가 사옥을 내놓을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현재 감지되는 움직임도 없을뿐더러, 현재 오피스 빌딩 시장 상황과 매각가 대비 현 시세 등을 고려해 내놓을 실익이 없다는 것이다. 만약 내놓는다 해도 이는 일회성 비용 충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리스크 관리 차원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위험가중치가 높은 부동산 자산을 그룹에서 처분하고 싶어할 수는 있다"며 "만약 넘긴다면 과거 신한라이프처럼 신한리츠에 넘기는 방향을 우선 고려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올 초 취임한 박창훈 대표는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카드론 등 대출 위주 영업을 축소하고 결제(페이먼트) 부문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6년 만에 새로운 프리미엄카드를 출시하고, 월세 납부 대행 등 부수서비스도 확장했다. 최근 국내 체류 외국인을 위한 전용카드를 내놨고, 애플페이 역시 연내 런칭할 전망이다.
다만 조직 개편 및 영업 방향 전환을 이제 막 시작한만큼, 가시적인 성과가 보이려면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는 게 신한카드 안팎의 중론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사옥 매각 등 시장에 떠도는 풍문은 현재로선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