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순위 에쿼티에 사실상 회수 불가능 판단한 듯
현재 주가 1554원…매입 평균 단가 3052원 '절반'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가 우선…매각 시간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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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모펀드(PEF) 운용사 JKL파트너스가 롯데손해보험을 인수할 당시 활용했던 블라인드펀드의 기관출자자(LP)들 중 일부가 롯데손보 투자금 전액을 상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매각 등을 통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JKL은 현재 상시 매각 형태로 전환하고 회사의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하고 있지만, 주가는 지난해 매각을 진행했을 당시 대비 반토막 이하로 떨어진 상황이다. 최근 후순위채 콜옵션 행사와 관련해 금융당국과 갈등을 빚으며 건전성 문제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당분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2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JKL파트너스의 네 번째 블라인드펀드인 'JKL 10호 펀드'에 출자한 복수의 LP들은 롯데손해보험에 대한 투자금 전액을 상각했다. JKL은 지난 2019년 롯데손보를 인수하며 해당 펀드를 활용했다. 당시 LP로는 산업은행, 교직원공제회, 고용보험기금, 산재보험기금, 과학기술인공제회, 공무원연금공단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각 처리는 현재 회계를 보수적으로 인식하는 일부 LP들에 한해서만 진행된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롯데손해보험의 경영 환경이 더 악화할 경우, 손실을 인식하는 LP들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평가다.
아직 회수(엑시트가)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롯데손보 지분의 장부가를 전액 상각했다는 것은 사실상 LP 입장에서 매각 등을 통한 회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장부가를 0으로 처리한 LP 입장에선 일부라도 회수를 하면 이익 재인식이 가능하지만, JKL은 전체 펀드의 IRR(내부수익률)을 고려해 '제값'을 받기 전까지는 매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LP 관계자는 "10호 펀드에 출자한 금액 중 롯데손보에 투자한 비율 만큼의 투자금이라 규모 자체가 크지는 않지만, 회계상으로 전액 상각처리를 했다"라며 "일부라도 회수를 하면 이익이 날 수 있기 때문에 빨리 매각이 이뤄지면 좋겠지만, 이는 GP의 고유 권한이기 때문에 섣불리 이야기를 꺼내기가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롯데손해보험의 대주주는 지분 77.04%를 보유한 빅튜라다. 빅튜라는 JKL파트너스가 2019년 회사를 인수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당시 빅튜라는 JKL 10호 펀드로 2000억원을, 프로젝트펀드와 IMM인베스트먼트의 전환우선주로 약 2500억원을, 인수금융으로 약 3000억원을 조달했다. 10호 펀드 2000억원이 후순위 에쿼티로, 프로젝트펀드 2000억원이 중순위 에쿼티로 들어갔다.
10호 펀드의 규모를 고려하면, JKL 입장에서도 롯데손보를 '헐값'에 매각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10호 펀드에서 롯데손보가 차지하는 비중만 약 30%에 달하는 만큼, 전체 펀드의 IRR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까닭이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10호 펀드 전체 IRR을 고려할 때 JKL 입장에서는 목표한 2조원 이상의 금액으로 롯데손보를 매각하고 싶을 것"이라며 "당분간은 건전성 관리가 우선이기 때문에 매각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롯데손보의 주가를 고려하면 지금 당장은 매각이 쉽지 않다는 평가다.
27일 롯데손보는 한국거래소에서 1554원에 거래를 마쳤는데, 이는 JKL의 롯데손보 인수 평균 단가에도 훨씬 못 미친다. 빅튜라는 인수 당시 롯데그룹으로 롯데손보 구주 7182만여주를 주당 5199원에 매수했고, 이후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1억6725만여주를 주당 2130원에 인수했다. 이를 고려한 주당 평균 단가는 3052원으로, 현재 주가는 그 절반 수준이다.
이에 지난해가 매각 적기였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지난해 6월 롯데손보는 공개입찰을 통한 매각을 진행했는데, 본입찰 전이었던 26일 기준 주가가 4090원까지 치솟았다. 당시 주가 기준 시가총액은 1조2700억원에 육박해 60% 정도의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이면 2조원 이상의 몸값도 기대해볼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 시총은 4823억원에 불과해 1조원의 몸값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이르면 내달 시행될 자본비율(K-ICS·킥스) 감독기준 하향 조정에 기대를 걸고 있다. 금융당국이 콜옵션 행사에 제동을 걸었던 건 롯데손보의 킥스 비율이 기준치인 150%에 못 미친 탓인데, 이 기준이 130%로 하향 조정되면 콜옵션 행사가 가능해진다. 이에 JKL 내부에서도 대응책을 논의하며 제도 변경에 촉각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롯데손보는 9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문제를 해결하고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급선무"라며 "금감원의 경영실태평가 결과가 어떻게 나올 지는 모르겠지만 적기시정조치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는 상황이라 현재는 매각을 이야기하기엔 이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