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권력 사라진다" 기대감은 잠시…새 정부 '군기잡기'가 더 두려운 PE들
입력 2025.05.30 07:00
    尹 정부 검사 권력에 숨죽였던 PE들
    새정부 감독당국 대거 물갈이 기대감
    RWA 규제에 중소형PE는 이미 직격탄
    홈플러스 발 LBO 요건 강화하면 대형사 여파
    금감원 GP 검사대상 확대 방침 발표
    LP 發 운용사 및 투자조합 심사 강화 공약도
    모태펀드 활성화에 VC 업계는 훈풍 예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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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새 정부 출범이 불과 한 주 앞으로 다가왔다. 유력 대통령 후보들 모두 경제 활성화란 대승적 차원의 키워드를 제시하긴 했으나 자본시장과 관련한 '손에 잡히는 공약'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당과 야당, 어느 곳이 집권하든지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이어진 금융·자본시장의 불확실성이 걷힐 것이란 희망은 있어 보인다. 또 기관전용 사모펀드 운용사, 일반 사모펀드 운용사 그리고 벤처캐피탈(VC) 구분할 것 없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을 필두로 한 검사 출신 인사들의 권력 집중 현상이 해소돼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을 갖고 있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다만 정책의 뚜렷한 방향성을 가늠하기 어려운 새 정부 출범 초기부터 9월에 시작하는 정기국회까진 자금을 푸는 기관투자가(LP), 운용사(PEF, VC)들 모두 긴장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주요 기관투자가들의 출자 사업이 다소 밀리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전례대로라면 국민연금의 정시 출자사업은 이미 진행했어야 하는 시점이지만, 아직까지도 대략적인 가이드라인도 나오지 못한 상태다. 

      국민연금은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돌입 사태로 국회와 감사원의 질의가 아직도 끊이질 않아 관련 부서가 상당히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전해지고 있다. 국내 기관 맏형 격인 국민연금 출자가 지연되면서 펀드 매칭자금을 주로 대온 LP들 역시 사업 계획을 구체화하지 못했고 여기에 주요 기관 최고투자책임자(CIO)들의 인선이 겹치면서 줄줄이 밀리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그나마 앵커출자자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교직원공제회만이 서둘러 사업을 진행한 것이 전부다.

      새 정부가 사모펀드 업계를 향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 일단 기관전용 사모펀드에 대한 우호적인 법안이 등장하고, 제도적 완화 움직임이 나타날 것으로 기대하긴 어려워보인다는게 PEF 운용사 고위 관계자들의 공통된 반응이다.

      이미 금융기관들이 보통주 자본비율(CET1)을 산정하는 방식을 보다 엄격하게 적용하는 ‘바젤Ⅲ’ 규제로 인해 출자 시장은 급격하게 위축한 상황이지만, 반전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은 큰 부담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금융기관이 비상장 기업에 투자하는 PEF에 대한 출자를 감행하면 위험가중자산(RWA) 비율이 400%까지 적용하는데, 결과적으로 CET1 비율을 떨어뜨려 출자사의 부담이 상당히 커지는 구조이다.

      당장 캐피탈, 저축은행을 비롯한 중소형 금융기관들로부터 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중소형 사모펀드들은 자금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를 완화하겠단 유력 대선 후보의 정책은 찾아보기 어렵고 또 중요도 측면에서도 밀리고 있단 평가가 나온다.

      대형PEF 운용사들 역시 향후의 업황을 낙관하긴 어려운 게 마찬가지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8일 PEF 운용사들의 불건전 영업행위에 대한 엄정 대응하겠단 방침을 밝혔는데, PEF 운용사에 대한 검사를 연간 5개사 이상으로 확대하겠단 계획이다. 2021년 10월부터 GP에 대한 검사권이 도입된 이후 현재까진 총 18개 GP에 대해서만 검사가 진행됐었지만 이번 금감원의 방침에 따라 검사 대상이 대폭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과도한(?) 배당에 대한 규제를 비롯해 금융당국 발(發) LP들을 향한 GP 관리 조치 강화 등은 이미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상황으로 전해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역시 PEF 운용사와 투자조합에 대한 LP들의 적격성 심사 강도를 높이겠단 공약을 낸 상태다.

      사모펀드 포트폴리오 기업들에 대한 관리 감독 강화, 운영 기업에 대한 고용안정성 강화 마련 등의 규제 역시 초기 단계에서 검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홈플러스 사태가 주목을 받으면서 차입매수, 즉 LBO에 대한 규제 강화에 대한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단 점에서 새정부 출범 이후 사모펀드들의 대형 M&A, 메가딜 시장이 크게 위축할 수 있을 것이란 불안감도 감지된다.

      국내 한 대형PEF 업계 한 관계자는 "야당과 여당 할 것 없이 일단 새 정부가 들어서면 금융당국 차원에서 입법을 통해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내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야당은 특히 경제 부처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도 예고한 상태이기 때문에, 이를 앞두고 PEF를 향한 규제의 수위를 높임으로써 감독 기관의 존재 가치를 증명할 움직임도 배제할 순 없다"고 말했다.

      벤처캐피탈(VC) 업계는 분위기가 다소 다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모두 벤처투자 활성화를 공약에 포함하며 스타트업 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나타냈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모태펀드 예산을 확대하고 존속기간을 연장하겠다고 발표했고, 김문수 후보 역시 2030년까지 모태펀드의 재원을 20조원 규모로 확대하겠단 공약을 발표했다. 지난 2005년 도입된 모태펀드의 누적 조성액은 지난해 말 기준 9조8617억원 수준이다. 유력 후보들의 공약이 실현될지 여부는 더 지켜봐야하지만, VC 업계에선 새정부 출범 이후 VC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 수 있단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