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가·고용 승계 조건 이견…우선협상 지위는 종료
GIC, 내부 심사 승인 임박했는데…MOU 연장 무산으로 불확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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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그룹의 글래드호텔 매각 협상이 결렬 위기에 놓였다. 당초 우선협상자로 선정됐던 그래비티자산운용은 협상 기한 만료와 함께 지위를 상실한 것으로 파악된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DL그룹은 최근 그래비티운용과 우선협상 기간을 연장하지 않았다. 지난 2월 우선협상자로 선정한 이후 약 3개월간 협상을 이어왔지만, 매각 조건을 두고 양측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DL그룹은 △글래드 여의도 △글래드 강남 코엑스센터 △메종 글래드 제주 등 글래드호텔앤리조트가 보유한 주요 호텔 3곳의 패키지 매각을 추진해왔다. 매각가는 약 6000억 원 수준이며, 그래비티운용의 투자 배후에는 싱가포르투자청(GIC)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 결렬의 핵심 배경은 매각가를 둘러싼 이견이었다는 분석이다. 호텔업계 호황세를 반영해 DL그룹이 가격 인상을 요구했지만, 운용사 측은 목표 수익률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조율이 쉽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여기에 DL그룹이 임직원 고용 승계 등 추가적인 조건까지 제시하면서 협상은 더욱 복잡해졌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일각에선 DL그룹이 과거에도 호텔 매각 협상을 번복한 전례가 있다며, 매도자 측의 '변덕'이 이번에도 작용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DL그룹은 앞서 한 외국계 자산운용사와도 호텔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매각가 인상 요구로 거래가 무산된 바 있다.
다만 협상이 완전히 종료된 것은 아니다. 그래비티운용은 우선협상자 지위를 잃었지만, 여전히 세부 조건을 두고 논의할 의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GIC는 이미 내부 투자 승인 절차를 거의 마친 것으로 안다"며 "다만 DL그룹이 MOU 연장을 하지 않기로 하면서 협상은 일단락됐고, 현재는 우선협상 지위 없이 비공식적인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DL그룹은 한때 호텔 사업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으려 했으나, 글래드호텔 브랜드를 보유한 계열사 '에이플러스디'가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당 내부거래 혐의로 고발된 데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호텔산업의 리스크가 부각되자 사업 정리에 나섰다. 여기에 최근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전반적인 사업 위축과 조직 슬림화 기조도 매각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DL그룹 측은 "협상 중 매각가 인상을 요청한 바 없고 임직원 고용승계는 처음부터 약속되어 있었다"라며 "호텔 매각을 번복한 전례도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