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마스터리스…기대 요인도 있지만
최근 리츠 전반 투심 냉각에 기관 수요도 '미지근'
매각 불발 자산 리츠로 돌린 데 따른 시장 불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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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상장리츠로 대신밸류리츠가 출격한다. 리츠 시장의 심리가 위축된 가운데, 낮은 배당수익률과 스폰서 리츠(기업이 보유 자산을 리츠로 만들며 주주이자 임차인이 되는 구조)에 대한 회의적 시각이 맞물려 시장의 진입장벽은 낮지 않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리츠의 핵심 경쟁 상품이었던 커버드콜 상장지수펀드(ETF)의 성장세가 주춤하고,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추가 인하 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은 우호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대신밸류리츠가 제시하는 배당수익률이 타 리츠 대비 큰 차이가 없는데다, '스폰서 리츠'에 대한 거부감이 여전히 상당한만큼 얼마나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을진 미지수란 전망이다.
30일 증권가에 따르면 대신밸류리츠의 공모가는 5000원, 공모주식 수는 1930만 주로 총 965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이 중 부대비용을 제외한 899억원은 사모사채 상환에 사용된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은 다음 달 12~13일, 일반 청약은 23~24일에 진행된다. 대표 주관은 대신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공동 주관은 삼성증권이 맡았다.
기초자산은 대신파이낸셜그룹 본사 사옥인 '대신343'으로, 감정평가금액은 약 7000억원이다. 대신밸류리츠는 계열사들과 최대 10년의 마스터리스 계약을 체결해 임대율 100%를 확보했으며, 연평균 6.35%의 배당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리가 인하 기조로 전환된 점은 리츠에 우호적인 환경이란 평가다. 한국은행은 29일 기준금리를 2.75%에서 2.50%로 인하했다.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 예상치를 0.8%로 하향조정하며, 하반기 기준금리 1~2회 추가 인하 가능성도 열어놨다.
일반적으로 금리 인하 국면에서는 안정적 배당이 가능한 리츠가 대체 투자처로 부각된다. 기초자산이 CBD(중심업무지구)인 을지로에 위치한 프라임 오피스이며, 대신증권이라는 우량 장기 임대차 계약을 확보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다만 최근 리츠 시장에 대한 투자심리는 여전히 회복되지 않은 모습이다. 배당수익률 자체는 프라임 오피스 리츠 기준으로 나쁘지 않다는 평가도 있지만, 절대적인 수익률 수준이 높지 않고, '배당'에 대한 대체투자 옵션도 풍부하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한 펀드 운용역은 "2년 전까지만 해도 상장리츠는 스팩처럼 손실은 안 보는 투자였지만, 금리 상승 이후 리츠 주가들이 급격하게 빠지며 최근 상장했던 4개 리츠에는 수요예측에 참여하지 않았다"며 "기초 자산도 중요하지만 6%대라는 배당수익률만 놓고 보면 메리트가 있지 않다"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한국리츠협회에 따르면 2024년 상장리츠의 평균 배당수익률은 7.5%로 나타났다. 리츠주 주가가 하락세를 보여왔기 때문에 시가 기준(배당부종가)으로 따지면 배당수익률은 8.1%까지 올라간다. 이런 상황에서 굳이 대신밸류리츠에 추가로 투자를 해야할 의미를 찾기 힘들다는 평가도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증권사 세 곳이 실권주 인수확약을 했기 때문에 상장은 무난히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른 상장리츠에 비해 기관 대비 개인 물량이 많은 편인데, 기관 세일즈가 쉽지 않은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개인 투자자의 투심도 변수다. 특히 스폰서리츠에 대한 회의적 시선이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이유에서다. 실제로 최근 상장된 스폰서리츠들은 공모가 대비 3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해에는 한화리츠(4730억원), 롯데리츠(1472억원), 신한알파리츠(1859억원) 등이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 시장 전반의 투심이 얼어붙었다.
이번 상장을 둘러싼 뒷이야기도 끊이지 않는다. 대신증권은 당초 종합금융투자사업자(종투사) 요건인 자기자본 3조원 확보를 목표로 사옥 매각을 추진했다. 2023년 9월 이지스자산운용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의를 진행했으나, 금리 부담에 따른 자금조달 문제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NH아문디운용과의 협상도 무산되면서 시장에서는 "매각 의지 자체가 크지 않았던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당시 이미 자회사 배당 등을 통해 3조원 달성이 가시권에 들어온 상태였다.
거래에 참여했던 한 업계 관계자는 "당시 제안서를 내면서 열심히 분석해놨는데, 거래를 철회하더니 그 내용이 고스란히 리츠 설명서에 실렸다"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신파이낸셜그룹은 대신밸류리츠와 함께 일본 도쿄 주요 자산에 투자하는 대신글로벌리츠도 상장을 추진 중이다. Pre-IPO에서 1700억원 모집을 목표로 했으나, 1차 모집에서는 260억원에 그쳤다. 이에 상장 시점도 기존 목표 대비 뒤로 밀릴 전망이다.
대신증권 관계자는 "글로벌 투심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점을 반영해 프리 IPO를 2차에 걸쳐 나눠하기로 결정했다"며 "1차 프리 IPO 결과가 좋지 않아 계획을 미룬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