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노리는 한국금융지주, 배경엔 '메리츠 모델'?
입력 2025.06.02 07:00
    취재노트
    '원 메리츠', 한투금융에 영향 미쳤단 평
    카디프 실사 중에도…ABL생명 등 設 '무성'
    인수 필요성 크단 방증…증권업 ROE 한계
    보험사 인수 후 전략은 메리츠와 다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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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한국투자금융지주(이하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앞서 김남구 회장이 중·소형 보험사를 중심으로 인수를 검토 중에 있다고 공식화한 이후, 사실상 시장에 있는 보험사 매물들을 모두 들여다보고 있는 모양새다.

      한국금융지주가 이토록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데엔 메리츠금융의 '사업모델'이 참고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통적으로 손해보험 중심이었다가 증권사를 계열화하며 '원 메리츠' 전략 아래 지주사 체제로 전환에 성공한 메리츠금융과 같이, 한국금융지주도 보험사 인수를 통해 증권사 의존도를 줄여 궁극적으로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금융지주는 현재 삼정KPMG를 자문사로 선정해 BNP파리바카디프생명 인수를 위한 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에 앞서 한국금융지주는 롯데손해보험과 KDB생명 등에 대한 실사도 진행했으나, 재무건전성 등을 이유로 인수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실사를 진행하고 있는 카디프생명 인수가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우리금융이 인수한 ABL생명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이야기도 끊이지 않고 있다. 그만큼 현재 한국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필요성이 크다는 방증이며, 이에 시간이 더 끌리면 끌릴수록 시장에 떠도는 '설(說)'들만 늘어날 것이란 평가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가 롯데손보와 KDB생명 등에 대한 실사도 진행했지만, 건전성 등에 대한 눈높이가 맞지 않아 드랍했다"라며 "내부적으로 '우리는 왜 메리츠처럼 못 할까'라는 생각이 있어 보험사 인수에 대한 의지는 상당한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금융지주는 국내 비은행 금융지주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 반면 금융지주 실적에서 보험사가 차지하는 비중과 존재감은 커지고 있다. 이는 1분기 실적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작년 동기 대비 34% 증가한 4593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순이익이 전년 대비 5% 남짓 증가한 메리츠금융지주보다 두드러진 성장세다. 다만 전체 순이익(6208억원)은 메리츠금융보다 크게 뒤졌다. 수익성 지표 역시 메리츠금융이 ROE 24.6%를 기록한 반면, 한국금융은 18.6%를 기록하며 차이를 보였다.

      메리츠금융의 수익성의 핵심은 보험 자회사 부문의 이익창출력에 있다는 설명이다. 1분기 메리츠금융의 순이익 대부분을 메리츠화재가 책임졌는데, 462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그룹 전체 순이익의 75%를 차지했다. 다른 축인 메리츠증권은 1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48.1% 늘며 준수한 실적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금융지주는 핵심 계열사 한국투자증권이 사실상 지주 실적 전부를 책임졌다. 금리 인하에 따라 채권과 발행어음 운용수익이 크게 증가하며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증권업 특성상 ROE가 제한적이다. 한국투자증권이 1분기 별도 기준 ROE 17.5%를 기록한 것도 일시적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연간 9.9%의 ROE를 보였다는 점과 2022~2024년 지주의 평균 ROE가 8% 수준임을 고려하면, 메리츠금융과의 연간 격차는 더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결국 수익성 제고를 위해서는 보험사를 인수해 증권 의존도를 줄이고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김남구 회장이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것도 이러한 맥락과 무관하지 않다는 평가다. 같은 비은행 금융지주인 메리츠금융과의 수익성 격차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설명이다.

      다만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를 인수하더라도, 향후 운용 전략은 메리츠금융과 궤를 달리 할 것으로 보인다. 미래에셋증권에 이어 자기자본 규모 업계 2위인 한국투자증권이 중심이 돼 보험사와 시너지를 도모할 가능성이 큰 까닭이다.

      메리츠금융이 보험영업 자체의 수익성과 언더라이팅 능력으로 그룹을 키웠다면, 한국금융지주는 자산운용 역량과 판매 채널 시너지를 통해 보험사를 운용하는 모델을 지향할 가능성이 크다. 이를 통해 고배당·자본축소 전략을 가져갔던 메리츠와 달리, 한국금융지주는 성장 기반의 시너지 창출 전략에 무게를 둘 것이란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의 '원 메리츠' 전략이 한국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의사결정에 영향을 준 것은 사실이지만, 보험사 인수 후 전략을 두 지주가 전혀 다른 행보를 보일 것"이라며 "한국금융지주는 보험사를 인수하더라도 증권이 메인이 돼 보험사를 이끌 가능성이 크고, 방카슈랑스가 중심이 되는 카디프생명에 대한 인수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