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 원전 올라탄 건설사 주가…대선 이후에도 상승세 이어질까
입력 2025.06.02 11:00
    미국·유럽發 '원전 르네상스' 본격화
    52주 신고가 경신한 건설사들
    원전 지을 건설사로 "한국이 주목"
    국민연금 지분 확대, 증권가 목표주가 상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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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전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원자력 부흥에 나서기 시작했다.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등은 지난주 미국의 원전 확대 정책 발표 이후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건설 능력을 확보한 국내 건설사들이 장기간 혜택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들이 나온다.

      2일 오전 11시 기준 현대건설 주가는 주당 6만5600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6만6900원 최고점을 찍은 이후 소폭 하락했다가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GS건설은 2만2800원, DL이앤씨는 4만9300원을 기록하며 상승세에 동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3일 원전 산업 활성화를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50년까지 미국 내 원자력 발전 용량을 현재 100GW에서 400GW로 4배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신규 원자로 인허가 기간을 18개월 이내로 단축하고, 핵연료 공급망을 미국 내에서 자급할 수 있도록 재편한다는 방침도 밝혔다.

      유럽 또한 원전 산업에 관심을 두고 있다. 장기간 이어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위기가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스웨덴은 21일 신규 원전 건설 자금을 지원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원 자금은 우리돈으로 약 43조~96조원이다. 독일은 EU(유럽연합) 내 원전 인정 반대 입장을 철회했다. 스위스와 이탈리아는 탈원전 종료를 선언했으며, 벨기에는 22년 만에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며 원전 재도입을 선언했다.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자의 발언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가 29일 소셜 벤처·스타트업 간담회에서 "원자력발전소 같은 시스템에 과도하게 의존하면 폐기물 부담을 다 후손에게 넘기는 것"이라 발언한 다음날 관련 건설사의 주가가 하락 전환했다. 

      다만 미국과 유럽이 원전 확대 흐름을 주도하고 있어서 국내에서 나온 반원전 정책이 '원전 르네상스' 대세를 바꾸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다. 

      KB증권은 "세계적으로 원전 부활이 공식적으로 선포된 것과 다름없다. 이제 논의의 중심은 '누가, 어떻게 지을 것인가'로 빠르게 이동할 것이다"라며 "▲국내외 다수의 원전 건설·운영 레퍼런스를 확보하고 ▲지속적 원전 건설을 통해 공급망을 유지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이유에서도 파트너로 부담 없는 한국이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주요 대선 후보자들이 모두 주택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공약을 내건 점이 건설 업황에 긍정적이다. 

      이재명 후보는 1기 신도시와 노후 계획도시(수원·용인·안산·인천) 재건축, 4기 신도시 개발을 약속했다. 또 서울 내 도심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높이고 분담금을 완화하겠다고 했다. 김문수 후보는 서울 주택 25만호 공급을 위해 재개발·재건축 권한을 기초자치단체로 넘겨 사업 기간을 단축하고, 매입 임대주택을 확대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금리 인하와 주택 부문 원가율 개선도 업황 회복에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건설 경기가 올해 하반기를 저점으로 회복되면서 내년에는 내수 성장에 기여할 거라 예상했다. 증권업계는 주요 건설사의 1분기 주택 부문에서 마진 개선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민연금은 연초부터 주요 건설사의 주식 지분을 늘리고 있다. 공시 기준으로 ▲현대건설 6.98%→9.07% (4월 1일) ▲DL이앤씨 10.30%→10.64% (4월 2일) ▲HDC현대산업개발 12.94%→13.65% (5월 28일) ▲GS건설 0%→10.01% (5월 30일) 등이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주요 건설사의 목표 주가를 올렸다. UBS증권은 GS건설 관련 투자 의견을 기존 매도에서 매수로 조정했으며 목표주가는 1만5500원에서 2만7000원으로 상향했다. KB증권은 현대건설의 목표 주가를 기존 6만2000원에서 7만4000원으로 상향했다.

      한화투자증권은 "1분기 주택 부문 마진 개선은 긴 그림의 시작에 불과하다"며 "주요 자재 가격 하락, 저마진 현장 해소 등으로 인한 이익 개선은 향후 2027년까지 2~3년간 이어질 것"이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