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모험자본 공급 역할 커져 자금 유입 기대
BBB급 경계심리 여전…"기업별·업종별 차별화 심화"
-
대선 이후 6월 둘째주부터 차환을 위한 공모 회사채 발행이 이어진다. 대선이라는 불확실성이 걷힌 데다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인한 발행금리 하락, 우호적인 수급 여건 등이 이어지면서다. 다만 하반기 경기침체로 인한 실적 저하 가능성에 기업별 펀더멘털에 따른 수요 양극화가 예상된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대선 이후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해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앞둔 기업은 총 11곳으로 집계됐다. ▲HL D&I 한라(BBB+) ▲코오롱인더(A) ▲두산에너빌리티(BBB+)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A-) ▲SK브로드밴드(AA) ▲에쓰오일(S-Oil·AA+/AA 스플릿) ▲녹십자홀딩스(A+) ▲세아홀딩스(A) ▲LS엠트론(A) ▲HDC현대산업개발(A) ▲현대지에프홀딩스(AA) 등이다.
회사채 시장은 6~7월 이후 발행량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오는 6월과 7월 각각 5조 8757억원, 5조 5541억원의 회사채 만기 도래를 앞두고 있다. 이후 ▲8월 2조 8574억원 ▲9월 4조 7820억원 ▲10월 3조 6623억원 ▲11월 2조 930억원 ▲12월 1조 6601억원 등 만기 도래액이 점차 줄어들며 발행량도 자연스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한 증권사 커버리지본부 관계자는 "1분기 실적 시즌 이후 대선이 이어져 수요예측 일정을 (대선 이후로) 넘긴 곳이 많다"라며 "경기 둔화가 예상돼 장기물 발행은 다소 신중한 분위기"라고 말했다.
회사채 시장은 대부분 발행 수요를 채우면서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회사채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크레딧 스프레드도 하반기에 축소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실제로 2일 오후 기준 AA-등급 기준 회사채 3년물 금리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를 뺀 크레딧 스프레드는 54.7bp(1bp=0.01%포인트)로 집계됐다. 올해 초 68bp 수준에서 10bp 이상 하락한 수치로, 연초효과로 기관들이 자금 집행을 재개하는 1~2월보다 오히려 크레딧 스프레드가 축소됐다.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이 이어지는 데다, 회사채 시장 내 수요(투자자)보다 공급(크레디트물)이 적은 수급불균형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기성 자금인 머니마켓펀드(MMF) 수탁고(설정액)가 220조원을 넘기는 등 시중 유동성도 풍부하다. 게다가 A급 이하 회사채에 대한 매수 자금 유입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올 하반기부터 증권사 기업금융(IB) 경쟁력 제고 방안으로 모험자본 공급 역할이 커지기 때문이다.
BBB급 발행사에 대한 경계심리가 여전해 HL D&I한라, 두산에너빌리티의 수요예측 결과는 주목할 만하다. 홈플러스 사태와 롯데손해보험의 후순위채 콜옵션(조기상환권) 미행사 여파로 인해 BBB급 신용등급을 보유한 발행사들은 기관투자자들이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으로 관측된다. 차기 정부 출범 전 마지막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도 일부 비우량 기업에 대한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기업들의 자금 조달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경민 DB증권 연구원은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신청 등 재무안정성 저하로 인한 크레딧 이벤트가 빈번해진 점은 위험의 전조 신호일 수 있다"며 "동일 등급 내에서도 선호 업종과 비선호 업종, 펀더멘털이 양호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에 대한 차별화 현상이 심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화진 현대차증권 연구원도 "영업환경이 비우호적인 업종도 대부분 발행 수요를 채우면서 견조한 크레딧 수요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하반기에는 관세 여파, 경기침체로 인한 기업실적 저하가 현실화되면서 기업별, 업종별 차별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