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 기치 내렸지만…KCGI, 세무조사 결과 따라 교공 출자 못받을 수도?
입력 2025.06.04 07:00
    교공 1000억 따내며 블라인드펀드 첫 단추
    세무조사 변수…개인·운용사 세금 탈루 조사
    조사 결과 안좋으면 교공 출자 철회할 수도
    행동주의 포기했지만 그간 잡음 사례는 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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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KCGI가 교직원공제회(이하 교공)의 사모펀드(PEF) 출자 사업을 따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블라인드펀드 첫 단추를 잘 뀄는데 세무조사가 중대한 변수다. 국세청은 KCGI와 강성부 대표의 세금 탈루 가능성을 살피고 있는데 중대한 문제가 확인될 경우 교공 위탁 운용사 지위를 잃을 수도 있다. 

      무엇보다 과거 '행동주의'로 시장에 파장을 일으켰던 전적이 향후 자금 모집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사다.

      교공은 이달 7000억원 규모 블라인드 PEF 출자 위탁운용사를 선정했다. 총 10곳의 운용사(GP)가 선정된 가운데 KCGI가 가장 눈길을 끌었다. 그간 주요 기관출자자(LP) 문을 두드렸으나 성과가 없다가 주요 출자 사업을 따냈기 때문이다. KCGI는 그동안 주로 중소기업이나 개인 투자자들의 자금을 받아 프로젝트 펀드를 운용해 왔다.

      교공은 KCGI가 그간 우수한 운용 성과를 낸 점을 높이 샀다는 입장이다. KCGI는 LIG넥스원 투자로 교공에 1000억원 가까운 수익을 내줬다. LS그룹의 에식스솔루션 투자는 6% 수준의 수익률이 보장돼 있다. 정량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고, 외부 위원들이 참여한 정성평가도 통과했다는 것이 교공 측 설명이다.

      하지만 블라인드펀드 결성 경험이 많지만 탈락한 곳에선 아쉬운 목소리가 나왔다. 

      KCGI가 교공에 벌어준 수익이 일반적인 'PEF 투자'와는 거리가 있다. 이런 성과가 블라인드 PEF 운용사 선정에 평가요인이 되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교공과 강성부 대표 간의 인연에 주목하기도 했다. 고재택 CIO는 교공에서 30년 이상 근무한 베테랑으로, 주식운용을 담당하던 시절 건설 애널리스트였던 강 대표와 접점이 생겼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한 PEF 업계 관계자는 “고 CIO와 강성부 대표의 친분이 업계에 많이 알려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그러나 CIO가 대부분의 주요 운용사 대표들과 연이 있는 만큼 KCGI와의 인연도 자연스러운 범주에 속한다고도 볼 수 있다”라고 전했다. 다만 관계자는 “시장에서 KCGI의 운용사 선정을 예상하지 못했던 만큼 배경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어쨌든 KCGI로서는 블라인드펀드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 출자자(앵커LP)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다른 기관투자가의 판단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최근 첫 크레딧 블라인드펀드 위탁운용사 숏리스트에 KCGI를 포함시켰다.

      하지만 현재 진행 중인 국세청 세무조사가 블라인드펀드 결성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현재 KCGI는 서울지방국세청 조사4국으로부터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조사4국은 통상 탈세, 비자금 조성 등 특수 혐의 사건을 다루는 부서다. 업계에서는 KCGI 법인뿐 아니라 강성부 대표 개인에 대한 세금 탈세 여부를 살필 가능성도 제기된다.

      세무조사에서 중대한 혐의점이 확인되거나, 운용사와 강성부 대표 개인의 법적 문제로까지 이어진다면 교공으로서도 최종적으로 출자하기 어려워진다. 실제로 강 대표가 검찰 고발을 당해 핵심운용역으로서 활동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면 교공 내부 품의에 올려 출자를 백지화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요 공제회·연기금의 출자 사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가 강해지는 분위기도 고려해야 한다. 또 KCGI는 세무조사 결과에 따라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는 한양증권 인수 건에서 결격 판정을 받을 수 있다. 금융당국은 탈세 등 위법 행위를 대주주 결격 사유로 규정하고 있어, 인수 무산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KCGI 측은 “세무조사가 큰 문제 없이 잘 마무리 될 것”이란 입장이다.

      세무조사 결과와 별개로 KCGI의 펀드레이징 여건은 녹록지 않다. KCGI는 이번에 교공에 1000억원 출자를 요청했는데, 교공 출자 한도(25%)를 감안하면 3000억원을 더 모아와야 한다. 펀드 결성 기한은 앞으로 10개월이다.

      교공은 그간 거래 성과에 따라 KCGI에 힘을 실어줬지만 다른 주요 연기금·공제회는 행동주의 색채가 강한 운용사에 대해 출자하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KCGI는 한진칼, 오스템임플란트 등 기업을 대상으로 행동주의를 펼치며 세간의 주목을 받아 왔다. 금융 계열 LP들은 더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 KCGI가 이번 교공 출자 심사 과정에서 ‘행동주의 전략을 지양하겠다’ 했지만 다른 기관들이 이를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선 대주주와 갈등을 빚는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운용사에 투자하는 것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KCGI가 거둔 성과는 ‘온건한 행동주의’(engagement) 성격의 ESG펀드를 통해 이뤄진 것이다. KCGI의 대다수 트랙레코드는 기업 지배구조에 개입한 경영권 분쟁 성격의 투자에 집중돼 있다. 이 때문에 정통 PEF로서의 역량을 어떻게 기관투자가들에 설명하느냐가 중요한 과제로 떠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