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서 시작되는 하반기 LP 출자사업…키워드는 '미드캡'과 'AI'
입력 2025.06.04 07:00
    우본, 하반기 중견 PEF 중심 출자사업 계획
    MBK 홈플러스 사태 여파, 대형 PEF 리스크 경계
    과기공 VC 비중 확대…새 정책 기조 발맞춰
    운용업계 "AI 포폴 없으면 제안서 탈락" 분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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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6월 조기대선 이후 들어선 새 정부 아래, 투자업계가 하반기 LP 출자사업의 지형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대형 PEF 위주로 돌아가던 자금 흐름에 균열이 생기고, VC 중심의 AI 출자 테마가 부상하면서 LP 시장의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올해 하반기 출자에 나서는 주요 기관은 우정사업본부, 과학기술인공제회, 노란우산공제회, 행정공제회, 신협중앙회, 총회연금재단 등이다. 국민연금 역시 일부 부문 출자를 저울질 중이다. 정권 교체 이후 대형 PEF에 대한 피로감이 퍼지는 동시에,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이 AI와 VC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각 출자기관마다 '테마 재정립' 작업이 한창이다.

      한 중견LP 관계자는 "올해 하반기는 그간 보기 드물었던 기류가 관측된다"며 "대형 PEF에 대한 회의, 미드캡에 대한 관심, AI·VC에 대한 정책적 드라이브가 맞물리면서 LP들 사이에서도 전략을 수정하는 움직임이 감지된다"고 말했다.

      출자 기조 변화의 배경에는 '대형 운용사 리스크'에 대한 경계심이 깔려 있다. 대표적으로 MBK파트너스와 국민연금 간의 홈플러스 사태가 여전히 여운을 남기고 있다. 일부 LP들 사이에선 "MBK를 대상으로 한 약정을 철회할 수 있느냐"는 이야기까지 나올 정도다.

      우정사업본부는 최근 산업은행 성장지원펀드에 선정된 운용사들을 대상으로 별도의 수요조사를 실시했다. 하반기 출자 구조는 펀드당 300억~500억원, 전체 2000억원 안팎의 중소형 규모로 예상된다. 대형보다는 미드캡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성이 유력하다. 그간 IMM PE, 한앤컴퍼니, VIG파트너스 등 대형 GP에 집중됐던 우본의 출자 방향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변화다.

      한국성장금융투자운용(이하 성장금융)도 최근 설명회를 열고 지역 기반 투자와 중견 운용사를 별도 트랙으로 구분해 출자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국민연금공단도 올해는 대형 PEF 출자를 사실상 중단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예외적으로 일부 우수 운용사에 한해 제한적 출자 가능성이 거론된다. 라지캡보다는 미드캡 위주로 수요가 조정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도 이와 맞물려 VC와 AI 테마를 부상시키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대선 과정에서 ▲100조원 규모 민간 AI펀드 조성 ▲청와대 직속 AI정책수석 신설 ▲모태펀드 존속 및 VC 출자 확대 등을 약속한 바 있다. 출자기관들도 이에 발맞춘 행보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인공제회는 하반기 2000억~3000억원 규모의 출자를 예정대로 추진 중이다. 작년과 유사하게 PEF 3곳, VC 4곳 전후로 나누는 포맷이 검토되지만, 복수의 관계자에 따르면 내부적으로 VC 쪽 비중을 높이려는 기류가 강해졌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과기공은 과기정통부 산하 기관으로서 정책 기조에 보폭을 맞추려는 경향이 있다"며 "결국 VC 위주의 출자가 불가피하며, 핵심 테마는 AI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신협중앙회, 행정공제회 등도 중견 PEF와 VC 중심의 콘테스트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AI에 대한 관심은 과거 소부장, 헬스케어, 반도체 중심의 테마와는 차원이 다르다는 평가다.

      한 PEF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AI로 제안서 안 쓰면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로 트렌드가 명확하다"며 "운용 규모 1조원이 안되는 중견 GP들 사이에서 '이번이 기회'라는 말이 공공연히 돌고 있다"고 말했다.

      그외 VC 출자 영역에서는 AI 외에도 K-컬처(한류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꾸준히 제기된다. 정부 차원에서도 국내 자금이 글로벌 콘텐츠에 '소외되는' 구조를 보완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된 영향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오징어게임이 전 세계에서 성공했지만, 국내 VC들이 얻은 이득은 미미했다"며 "이번 정권에서는 이런 부분에 정책적 보완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