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선 리스크 점검 강화
투자 구조 재편 가능성 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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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츠금융이 홈플러스 담보대출 관련 리스크에 직면한 이후 투자 전략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과거 조 단위 자금을 동원해 단독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집행하던 방식에서, 향후엔 보험사나 사모펀드(PEF) 등 외부 투자자들과의 공동 투자로 방향을 전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내부에서도 리스크 점검 기조가 강화되며, 보수적인 검토 관행이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다.
메리츠금융은 최근 열린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연체율 상승 대응 차원에서 충당금과 준비금 적립률을 금융당국 가이드라인 대비 1.2~1.4배 수준으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특히 홈플러스 대출과 관련된 채권 전액을 고정자산으로 분류하고, 이에 대한 준비금 2255억원과 충당금 178억원을 적립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종원 메리츠금융그룹 CRO(최고리스크관리자)는 “홈플러스에 대한 담보채권 1조2000억원을 보유하고 있으며, 4조8000억원 규모의 부동산 담보가 확보돼 있다”며 “담보는 회생계획의 영향을 받지 않고, 원리금 회수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시장의 시선은 회수 가능성보다는 ‘어떻게 이런 거래가 체결됐는가’에 집중되고 있다. 메리츠는 철저한 언더라이팅을 강점으로 내세워 왔지만,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그룹의 리스크 관리 체계에 의문 부호가 찍혔다는 평가다. 이번 딜에는 메리츠증권이 6551억원,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캐피탈이 각각 2808억원씩 참여하는 등 그룹 전 계열사가 관여한 대형 거래였다.
한 금융사 관계자는 “조 단위 거래에 계열사 자금을 총동원하는 방식은 이제 내부에서도 점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생겼다”며 “딜 간담회에 올리기 전부터 자체 스크리닝 단계가 훨씬 까다로워졌다”고 말했다.
실제로 메리츠는 과거 롯데건설 유동성 위기 당시 9000억원을 선수위로 투입하며 연 12% 금리를 적용해 약 1000억원 수익을 올렸고,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이나 M캐피탈 매각 자금 지원에서도 굵직한 성과를 냈다. 그러나 홈플러스 딜을 계기로 단독 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조명되면서, 내부적으론 공동 투자 중심의 전략 재편이 검토되는 분위기다.
공동 투자 구조가 강화될 경우 투자 성향도 자연히 달라질 수밖에 없다. 보험사나 PEF들은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보이며, 리스크 헤지 장치가 충분하지 않으면 참여를 꺼린다. 이는 구조적으로 수익률 일부를 포기하더라도 확실한 안전장치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투자 방식이 이동하고 있음을 뜻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예전에는 메리츠가 자기자본으로 단독 참여해 ‘빅딜’을 따냈지만, 이제는 시장에 셀다운하는 분위기로 바뀌고 있다”며 “두 자릿수 수익률을 고수하던 기조에서 벗어나, 정통 IB 부문을 강화해 수수료 수익 중심의 수익 다변화를 시도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실제로 메리츠는 연초부터 신한투자증권, NH투자증권 등이 발행한 증권채 주관사단에 이름을 올리며 보폭을 넓히고 있다.
미래에셋증권 출신으로 메리츠 종합금융본부장에 합류한 김미정 전무는 최근 SK이노베이션의 영구채 주관 및 인수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진다. 대형 딜임을 감안할 때, 복수의 증권사가 공동으로 참여할 가능성이 큰 건으로, 단독 거래를 선호해 온 기존 방식과 달라진 행보다. 더불어 NH투자증권출신 송창하 전무를 기업금융본부장으로 선임하며 전통 IB 강화에 나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