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인수 시 '카드업계 1위' 타이틀 가능하지만
글로벌 신평사 눈총·건전성 우려에 인수전 '신중 모드'
몸값 2조원대로 내렸지만…비우호적 환경에 가격 탐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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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매물로 나온 롯데카드를 두고 KB금융이나 하나금융이 인수에 나설 경우 카드업계 1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금융지주사들은 인수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경기 악화로 '카드업계 1위' 타이틀이 더는 장점이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다.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MBK파트너스가 금융지주를 비롯한 금융사 8곳에 롯데카드 인수 티저레터를 배포한 지 한 달여가 지났지만 아직 적극적인 인수의향을 드러내는 곳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금융지주 중에서는 KB금융과 하나금융, 우리금융 등이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다. 롯데카드 인수 시 카드업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어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는 평가다. 현재 금융지주들은 카드 부문의 순이익 비중이 높은 것이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등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지난해 주요 금융지주들은 글로벌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인 무디스가 신용도에 보수적으로 접근하자 내부적인 대응 방안을 논의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무디스는 특히 카드업 의존도가 높은 신한금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신평사들 입장에서는 금융지주 카드사들이 1위를 하는 걸 좋게 평가하지 않는다"라며 "신한금융이 외국인 투자자들에 저평가되는 이유 중 하나도 카드사 비중이 높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드업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은 경기 침체 우려 속에서 카드론 등 고위험 대출 상품의 부실 리스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분기 전업카드사의 평균 연체율은 1.93%로 10년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이는 전년 동기(1.85%) 대비 0.08%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카드사들의 건전성이 흔들리는 가운데, 금융지주들은 카드업 성장보다는 보수적인 관리를 택하고 있다. 금융지주 일각에선 현재로선 카드사 성장에 힘을 실을 이유가 전혀 없다는 설명도 나온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지금은 건전성 악화 여파가 일파만파 번지는 걸 우려하고 있는 상황이지, 카드업 성장을 요구하는 상황은 아니다"라며 "올해 4대 금융지주에서 카드업이 비은행에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곳은 사실상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롯데카드의 경우 MBK파트너스 인수 이후 단기적인 성장에 치중하면서 PF(프로젝트 파이낸싱)와 팩토링 대출, 카드론 등 고위험 자산을 빠르게 확대해 장기적인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론은 경기에 민감한 자산이라 한번 연체가 터지면 충당금 1조를 쌓는 건 금방이다"라며 "MBK가 매각 희망가를 2조원대까지 낮췄지만 2조 원도 비싸다는 분위기가 금융지주 내부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금융권 다른 한 관계자는 "M&A를 할 때는 회사의 현재 가치가 아니라 미래 가치까지 같이 봐야 되는데, 그동안 롯데카드의 경영 방침을 보면 미래 가치 측면에서 우려의 시각들이 조금씩 있다"고 설명했다.
밸류업 정책 영향으로 주주환원 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무리한 인수에 대한 주주들의 경계심이 커지고 있다는 점도 금융지주들이 섣부른 인수를 망설이는 이유 중 하나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최근 투자자들은 국내 금융지주들이 M&A를 통해 몸집을 불리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라며 "롯데카드 인수에 높은 가격을 베팅할 경우 시장에서 신뢰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몸값'이 관건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가격에 대한 눈높이만 조정되면 충분히 매력적인 매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하나금융은 타 지주 대비 약한 리테일 기반을 확대할 수 있다는 관점에서 롯데카드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은행 부문 확대가 절실한 우리금융 또한 인수 필요성이 높은 곳 중 하나다. 최근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인수한 만큼 적극적으로 롯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 상황은 아니지만 가격에 따라 인수를 검토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관측이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9년 롯데카드를 약 1조8000억 원에 인수해 이번 매각에서도 2조 원대 이상의 기업가치를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최근 매각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만큼 가격 협상을 놓고 치열한 탐색전에 들어갈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지주 M&A 담당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별다른 인수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지 않다"라며 "다들 분위기를 보며 눈치를 살피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