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채 금리 1년새 1%p 내려…조달 비용↓
경제성장 0%대...소비 침체에 대손 부담 여전
-
기준금리가 또다시 인하되면서 여신전문금융사들이 한숨을 돌렸다. 금리 인하 기조에 맞춰 여신전문채권 금리도 지속 하락할 전망이다. 자금조달 부담은 한결 덜었지만, 올해 경제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실적 부진 우려가 지속하고 있다.
1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기준 여신전문채권 발행금리(금융채Ⅱ 3년물 AA+등급)는 2.769%로 나타났다. 3.8%대를 기록했던 작년 5월에 비하면 1년새 1%포인트 이상 떨어졌다.
여전채 금리가 하락한 건 작년부터 이어진 기준금리 인하 영향이 크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 2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낮췄다. 작년 10월 이후 네 번째 인하다.
통상 기준금리가 여전채 금리에 반영되기까지 2~3달이 걸린다. 작년 11월 3.3%대를 유지했던 여전채 금리는 작년 12월 3.1%대, 올해 1월 3.0%대 등 꾸준히 하락했다. 당분간 여전채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대목이다.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기능이 없어 사업자금 대부분을 여전채로 조달한다. 금리변동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삼성카드의 신규 차입금 조달금리는 2023년 4분기 4.42%를 기록한 뒤 쭉 하락해 지난 1분기엔 3.13%까지 내려왔다.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결단하면서 여전사들도 숨통이 한결 트였다는 평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현재 여전채 금리는 최근 3년간 가장 낮은 수준"이라며 "이번 기준금리 인하분까지 반영되면 여전사의 자금조달이 좀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리가 내리면서 카드사들도 채권 발행에 적극적이다.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30일까지 발행된 카드채는 총 14조700억원이다. 전년동기(13조5300억원) 대비 5400억원 증가했다. 평균 표면이율은 3.977%에서 2.990%로 내렸다.
올 초 만기가 도래한 물량이 많았던 영향도 있다. 올해 상반기 만기가 돌아오는 카드채는 12조7800억원에 달한다. 카드사들은 특히 2022~2023년 발행했던 고금리 채권을 차환하면서 이자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시장은 금통위가 하반기 한 두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본다. 0%대 저성장이 예상되면서 정부가 소비·투자 살리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다. 한은은 29일 공개한 수정 경제 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추정치가 0.8%라고 밝혔다. 기존 1.5%에서 0.7%포인트 하락했다.
조달비용은 감소하겠지만, 카드업계의 전망이 밝지는 않다. 기준금리 인하는 카드업계를 둘러싼 환경 중 사실상 유일한 플러스 요인이다. 경제 성장이 둔화하면 민간소비가 감소할 수밖에 없다.
SK증권 리서치센터는 2025년 하반기 전망에서 "금리 환경이 낮아졌지만 카드·캐피탈 등의 조달비용 절감 효과가 아직 큰 폭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은 가운데 경기 성장 기조가 둔화되는 흐름이 나타나며 취약차주 중심으로 대규모 대손비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또 다시 인하된 적격비용과 금융당국의 타이트한 가계부채 관리 역시 카드업계를 죄고 있다.
또다른 카드업계 관계자는 "신용판매는 사실상 적자에다 카드론은 건전성 때문이라도 늘릴 수 없다"며 "여전채 금리가 내렸다지만 과거 1%대를 생각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고, 당분간 실적 부진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