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앤씨 투자로 K-뷰티 도전하는 정용진…목표는 제2의 올리브영?
입력 2025.06.09 07:00
    색조 ODM 씨앤씨인터내셔널 SI 참여…경영권 확보 구상
    자체 저가 제품 확대…CJ올리브영처럼 유통망 입점 플랫폼화
    정유경 프리미엄 노선과 차별화된 이마트 중심 접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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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신세계그룹이 색조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기업 '씨앤씨인터내셔널' 인수를 위한 사모펀드에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용진 회장이 이끄는 이마트를 주축으로 검토가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그룹 내부에선 씨앤씨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우선매수권을 전제로 한 구조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립·아이 중심의 색조 ODM 전문기업이다. 전체 매출의 95% 이상이 색조 제품에서 발생하며, 3CE·롬앤·클리오 등 다수 중저가 브랜드를 고객으로 두고 있다. 

      신세계그룹 내 출자 주체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과거 G마켓 지분 재편 당시 이마트가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며 어센트에쿼티파트너스(EP)에 지분 인수 기회를 열어줬던 전례를 감안하면, 이번 씨앤씨 딜에서도 이마트 측의 비중이 클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선 이번 움직임을 '이마트판 올리브영' 전략의 서막으로 본다. 단순히 뷰티 포트폴리오를 넓히는 차원이 아니라, CJ올리브영처럼 매장 밀도와 트래픽, 재구매율 같은 유통업의 핵심 구조를 화장품을 통해 다시 짜보려는 시도다. 자체 PB를 기반으로 ODM을 연계하고, 저가 기초 제품을 확대해 유통 채널을 입점 플랫폼처럼 활용하는 방식이다. 

      한 자문사 고위 관계자는 "과거처럼 브랜드를 앞세우는 대신, 다양한 제품을 들여와 유통 채널에서 풀어내는 방식에 무게를 둔 것 같다"며 "비디비치 등 자체 브랜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친 뒤로는, 백화점 중심보다는 이마트를 활용하는 구상이 더 많이 거론된다"고 말했다.

      올해 이마트가 LG생활건강과 손잡고 출시한 초저가 스킨케어 라인 '글로우업 바이 비욘드'는 정 회장이 강조해온 '노브랜드'를 화장품에도 투영한 사례로 꼽힌다. 각 5000원에 출시된 8종 제품은 패키지를 단순화하고 마케팅을 최소화해 원가 구조를 최적화한 것으로, 다이소 등 균일가 유통 채널을 정조준하고 있다. 실적보다는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장면이다.

      이번 씨앤씨 인수 건은 신세계그룹의 계열 내 화장품 전략과도 차별성을 보인다. 정유경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신세계백화점 계열은 비디비치, 뽀아레, 로라메르시에 등 프리미엄 브랜드 유통과 고급 자체 브랜드 개발에 무게를 두고 있다. 최근 정기 인사에서는 신세계인터내셔널 내 뷰티 소사장제를 도입하고, 시코르(CHICOR)의 기획력을 강화하는 TF를 발족하기도 했다. 다만 오프라인 소비 침체와 프리미엄 중심 구조로 인해 올해 1분기 뷰티부문 실적은 35% 감소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 인수를 두고 투자업계 일각에선 경쟁력이 제한적이라는 평가도 있다. 코스맥스, 콜마 등 대형 ODM사 대비 생산 캐파(생산력)는 작고, 롬앤 등 기존 고객사의 발주량도 줄고 있는 추세로 전해진다. 

      주요 고객이었던 롬앤의 경우 최근 일부 라인을 코스맥스로 전환했다는 정황도 관측된다. 실제 씨앤씨의 실적은 2021년 기준 영업이익 190억원(OPM 15%) 수준에서 정체된 상태다. 2022년 이후엔 콜마·코스맥스의 캐파 확장으로 인한 낙수효과 기대도 줄었다.

      그럼에도 신세계그룹이 이번 딜에 주목하는 것은, 최근 내부 전략 회의에서 다뤄진 유통구조 재편 구상과 연결된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홈플러스 사태로 리테일 업계 재편 가능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신세계그룹은 홈플러스나 롯데마트 등 일부 구조조정 매장의 인수 기회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시에 그룹 전략실 차원에서 애경산업과 LG화학의 에스테틱 사업부에 대한 사전 검토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딜을 확정짓기 위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해당 논의의 주도권이 특정 계열에 국한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이로 인해 시장에선 이번 투자 건이 단기 재무성과보다는 그룹 중장기 유통 구상의 연장선에서 해석돼야 한다는 시각이 나온다. CJ올리브영이 MZ세대 기반 인디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키며 리테일 밸류체인을 강화한 것처럼, 이마트 역시 저가 브랜드 기반 트래픽 확보와 ODM 제어권을 통한 유통 시너지 창출을 노리는 흐름이다. 

      정 회장 특유의 '빠른 시도 및 빠른 철수' 전략을 고려할 때, 씨앤씨인터내셔널에 대한 지분율이나 지배구조 자체보다는 시장 반응과 외부 수요의 흐름이 실제 투자 실행의 분기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신세계그룹 측은 "현재 어센트EP LP 참여 구조를 포함해 다양한 전략적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며, 구체적인 투자 조건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