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츄핑 천하'에 '아기상어' 설 자리 있을까…더핑크퐁컴퍼니 상장 주목
입력 2025.06.09 07:00
    신규 캐릭터 '베베핀' 흥행에 실적 반등…6년 만에 상장 재도전
    티니핑 열풍 속 업계 카니발리즘 우려…몸값 관련 기관 보수적 시각도
    "해외 비중 높은 매출 구조는 긍정적…IP 다변화로 차별성 입증이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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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캐릭터 '아기상어'로 글로벌 흥행을 이끈 더핑크퐁컴퍼니가 6년 만에 상장 재도전에 나섰다. 지난해 신규 IP(지식재산권) '베베핀' 캐릭터의 흥행으로 실적이 크게 반등한 만큼, 기업공개(IPO) 흥행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다만 단일 캐릭터 중심 수익 구조, 콘텐츠 생명 주기, 유아 콘텐츠 시장의 경쟁 구도 등을 고려할 때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평가도 병존한다. 계열사는 아니지만, 관계회사이자 2대 주주인 삼성출판사가 이미 상장사라는 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더핑크퐁컴퍼니는 지난달 29일 한국거래소에 코스닥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했다. 대표 주관사는 미래에셋증권과 삼성증권이며, 공모 구조는 전량 신주로 약 1000억원 규모 자금 조달을 목표로 한다. 이는 2019년 첫 상장 도전 이후 실적 정체로 연기됐던 계획을 6년 만에 재추진하는 것이다.

      실적 추이는 등락을 반복했다. 2020년 매출 672억원에서 2022년 1170억원까지 증가했으나, 2023년에는 946억원으로 감소했다. 영업이익 역시 2020년 214억원에서 2023년 영업손실 32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매출 974억원, 영업이익 188억원으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고, 올해 1분기에도 영업이익 61억원, 순이익 53억원을 기록하며 회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회사 측은 약 7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희망하고 있으나, 일각에서는 현 실적 기준으로는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시장 안팎에서 주목하는 변수는 IP 기반 콘텐츠 업계 특유의 '카니발리즘(cannibalism)'이다. 최근 SAMG엔터테인먼트의 '티니핑' 시리즈가 유아 콘텐츠 시장에서 압도적인 인기를 끌며 주도권을 확보한 가운데, 동일 소비층을 겨냥한 더핑크퐁컴퍼니의 콘텐츠는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 IPO 업계 관계자는 "특정 캐릭터가 대세가 되면 비슷한 타깃층을 노리는 IP는 시장의 관심에서 밀릴 수밖에 없고, 이는 상장 이후 주가 흐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SAMG엔터테인먼트는 '티니핑' 시리즈 흥행에 힘입어 공모가 1만7000원에서 최근 7만8500원까지 상승했다. 반면, 캐릭터 IP를 기반으로 상장한 타 기업들은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캐리와 친구들'로 알려진 캐리소프트는 2019년 공모가 9000원에 상장했지만, 현재 주가는 4600원 수준이다. 한때 3만8100원까지 올랐으나 이후 반등하지 못했다. '신비아파트' IP를 보유한 오로라도 2015년 고점 1만6350원에서 현재 6630원까지 하락했다.

      이처럼 콘텐츠 기업은 단일 캐릭터 의존도가 높아, IP의 인기 하락 시 실적과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라는 분석이 많다. 더핑크퐁컴퍼니 역시 아기상어 IP의 성장세가 둔화됐던 시기에 상장을 연기한 전례가 있다. 콘텐츠의 수명 주기와 이를 확장할 수 있는 역량은 결국 기업가치의 지속 가능성을 가늠하는 기준이 된다.

      다만 더핑크퐁컴퍼니는 지난해 기준 전체 매출의 74.2%를 해외에서 거두는 등 글로벌 시장 측면에서는 경쟁사 대비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평가도 있다. 또 시장에서는 SAMG엔터테인먼트의 티니핑 시리즈가 주로 4~7세 여아를 중심 타깃으로 하는 반면, 더핑크퐁컴퍼니의 콘텐츠는 남녀 성별 구분 없이 폭넓게 소비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부 차별적인 포지셔닝을 확보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결국 상장 흥행 여부는 IP 다변화 가능성과 수익 구조 안정성 확보 여부에 달렸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회사는 아기상어 이후 '베베핀'을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으나, '티니핑'급의 파급력을 입증하진 못했다는 평가다. 시장에서는 기업공개 이전까지 콘텐츠 확장 전략과 유통 채널에 대한 구체적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목소리가 크다.

      일각에서는 수급 분산에 대한 우려도 제기한다. 더핑크퐁컴퍼니는 김진용 삼성출판사 대표의 장남인 김민석 대표가 경영하고 있다. 김민석 대표가 최대주주이며, 삼성출판사는 초기 투자를 통해 2대 주주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아기상어' 빌보드 차트 진입 등 호재 발생시 삼성출판사 주가가 먼저 반응하기도 했다.

      엄밀히 따지자면 '중복상장'은 아니지만, 삼성출판사와 더핑크퐁컴퍼니는 혈연 및 주주 관계로 이어진 관계회사라는 점을 부인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수급 분산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더핑크퐁컴퍼니는 실적 반등과 신규 캐릭터 성과를 기반으로 상장 시도를 재개한 만큼, 과거와는 다른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며 "다만 콘텐츠 시장의 경쟁 구도와 캐릭터 IP 중심 구조의 한계를 고려할 때, 현재 희망하는 기업가치를 온전히 수용받기 위해선 콘텐츠 다변화와 글로벌 유통 전략에 대한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