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와 달라진 업비트 재계약 열기...IPO 앞둔 케이뱅크도 '긴장'
입력 2025.06.09 10:49|수정 2025.06.09 10:50
    케이뱅크-업비트 제휴 계약 오는 10월 만료
    IPO 재추진하는데…성장동력 잃을까 우려
    가상자산 시장 성장에 시중은행 경쟁도 치열
    업비트 높은 의존도에 실적 변동성은 문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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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케이뱅크와 국내 최대 가상자산 거래소인 업비트 간의 계약 만료가 다가오면서, 세 번째 기업공개(IPO)를 추진 중인 케이뱅크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시중은행들도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에 적극적으로 접근하고 있어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케이뱅크와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간의 실명계좌 제휴 계약이 오는 10월 만료를 앞두고 있다. 당초 양사는 3년 단위로 재계약을 맺어왔으나, 지난해인 2024년에는 1년짜리 단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계약 만료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케이뱅크의 긴장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만약 업비트와의 재계약이 성사되지 않을 경우 전체 원화 예치금의 20% 상당에 달하는 업비트 예치금이 일시에 빠져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케이뱅크가 최근 3번째 IPO를 추진 중이라는 점에서 더욱 우려가 큰 분위기다. 원화 예치금의 감소는 운용자금 감소로 이어져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IPO를 앞두고 몸집을 불려야 하는 상황에서 흥행에 마이너스 요소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시중은행들은 케이뱅크와 업비트 간의 계약 만료를 앞두고 제휴사로 발돋움할 기회를 찾고 있다. 현재 가상자산거래소와 제휴를 맺고 있지 않은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업비트와의 제휴를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현재 신한은행은 코빗과, 국민은행은 빗썸과 제휴를 맺고 있다.

      앞서 정진완 우리은행장은 지난 4월 국민의힘 정무위 소속 의원들과 은행장들이 만난 자리에서 가상자산 1거래소와 다자은행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가상자산거래소 유치에 대한 은행권의 열기를 확인할 수 있었단 평가다.

      이같은 열기는 과거 케이뱅크와 업비트와 재계약 때와 비교했을 때 크게 달라졌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특히 지난 3월 빗썸과 KB국민은행이 제휴를 통해 '윈윈'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도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를 보다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도입과 각 밸류체인별로 별도의 규제를 도입하는 방식, ETF 상품 편입 등으로 가상자산이 점점 고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라며 "모든 그룹이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는 사업인 건 맞다"라고 설명했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이라는 특성을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제휴에 있어 강점으로 거론하고 있다. 앞서 은행-가상자산거래소 제휴가 도입된 취지가 실명인증 계좌를 통해 자금세탁 범죄를 방지하기 위한 것인데, 모든 거래가 본사에 집중돼 있는 인터넷은행 특성상 다수의 지점을 갖고 있는 시중은행에 비해 자금세탁 사고가 발생할 여지가 훨씬 낮다는 것이다.

      반면 시중은행들은 케이뱅크 예치금에서 업비트 자금이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자금 운용의 안정성을 강점으로 거론한다. 시중은행의 여러 사업부문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지가 많다는 것도 업계에서 설명하는 강점 중 하나다.

      케이뱅크 가상자산거래소 예치금 이용료율은 지난해 7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이후 0.1%에서 2.1%로 상향 조정됐다. 이처럼 이자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가상자산 예치금이 너무 많은 비중을 차지할 경우 실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지난 3월 말 케이뱅크 업비트 예치금이 전체 예치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3%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신한은행과 전북은행에서 가상자산 예치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0.03%, 0.06%로 큰 차이를 드러냈다. 같은 기간 빗썸과 제휴를 맺은 KB국민은행의 가상자산 예치금 비중 또한 0.5%에 그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높은 업비트 의존도는 지난 1분기 케이뱅크의 실적에도 상당부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 케이뱅크의 순이익은 161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68.2% 감소하면서 인터넷은행 3사 중 유일하게 뒷걸음질쳤다.

      이처럼 순이익이 감소한 데는 가상자산 예치금 이용료율이 상승하면서 이자비용이 늘어난 점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지난 1분기 케이뱅크 이자이익은 1084억6700만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0.1% 줄어들었다. 이자수익은 늘어났지만, 이자비용이 506억원(44%) 큰 폭으로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시중은행 자금부 한 관계자는 "가상자산 거래소와 제휴를 통해 고객이 늘어나면서 부수거래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더 높은 비용이 나가더라도 전반적인 수익이 줄어든다고 하긴 어렵다"라며 "다만 케이뱅크는 전체 예치금의 20% 수준이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으로 구성돼 있어 실적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케이뱅크와 업비트가 지난 2020년부터 5년 동안 제휴를 맺어 왔던 만큼 새로운 은행과 제휴를 맺기가 쉽지는 않을 거란 관측도 나온다. 

      앞서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공약집에서 1거래소-다자은행 시스템 도입을 언급하며 제휴 기회를 노려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졌지만 현재는 관련 논의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황이다.

      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는 있지만, 양사가 5년동안 맺어온 관계가 있는데 갑자기 제휴 거래처를 바꾸는 게 쉽지는 않을 걸로 보고 있다"라며 "만료까지 기한이 남은 만큼 아직까지 구체적인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