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비용 절감 위해 공모채 발행 결정
단기차입금 1년 새 57% 급증…만기 구조 장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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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그룹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가 첫 공모 회사채 발행을 앞두고 있다. 녹십자홀딩스는 그간 사모채와 은행권 단기 차입을 통해 자금을 융통해 왔으나, 이번 공모채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 창구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또 최근의 금리 인하 기조에 따라 발행 금리를 낮출 수 있을 것이란 내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녹십자그룹(A+)은 총 1000억원 규모로 공모채 발행 계획을 세웠다. 트랜치(만기)별로는 2년물 400억원, 3년물 600억원 등이다.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2000억원까지 증액 발행 한도도 열어뒀다.
공모 희망 금리는 개별 민간채권평가사(민평) 평가금리 대비 -30~+30bp(1bp=0.01%포인트)를 가산한 이자율을 제시했다. 오는 18일 수요예측, 26일 발행을 목표로 한다.
녹십자홀딩스가 공모채를 발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녹십자홀딩스가 지분 51.3%를 보유하고 있는 녹십자는 그동안 공모채 발행에 적극적이었지만 녹십자홀딩스는 공모채 시장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
이번에 발행하는 자금은 은행대출 등 기존 차입금을 차환하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녹십자홀딩스 관계자는 "기존 대출금을 차환하기 위한 목적으로 공모채를 발행한다"며 "최근 공모채 발행 시장 상황과 금리 기조를 고려해 발행을 결정했다"고 말했다.
녹십자홀딩스는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과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을 적극 활용해 왔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단기차입금 규모만 7400억원으로 집계됐는데, 이는 지난해 말(4712억원)과 비교했을 때 57.04% 급증한 규모다. 단기차입금 중 대부분이 은행권 대출금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한도대출을 비롯해 시설자금대출, 일반무역금융 등으로 4%대 금리에 대출을 받아 쓰고 있다.
시장성 조달의 경우 지난 2021년 4월 사모채 발행이 마지막이다. 당시 2년물 200억원, 3년물 500억원, 5년물 600억원 등 총 1300억원 규모 사모채 발행이 이뤄졌다. 발행금리는 2년물 1.577%, 3년물 1.907%, 5년물 2.568% 수준이다. 당시에도 은행권 차입금 상환 마련을 위해 사모채 시장을 찾았다.
녹십자홀딩스는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발행금리가 내려가자 금융비용 절감을 위해 공모채 발행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와 동시에 만기 구조를 장기화해 자금운영 측면에서 보다 여유를 가지게 된다. 지난 5일 기준 민평 3사 평균 무보증회사채 A+등급 2년물 금리는 3.098%, 3년물 금리는 3.309%로 집계돼 은행권 대출보다 낮은 금리 수준에서 자금 조달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번 공모채 발행 대표 주관사는 KB증권, 신한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다. KB증권과 신한투자증권은 지난해 계열사인 녹십자 공모채 발행 주관사단이었으며,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21년 녹십자홀딩스의 사모채 발행 주관 업무를 맡은 바 있다.
녹십자홀딩스의 신용도엔 주력 자회사인 녹십자가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녹십자는 백신·혈액제제 부문에서 국내 1위의 시장점유율을 통해 안정적인 재무안정성을 보이며, 녹십자홀딩스 연결기준 전체 매출의 70%를 상회하는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한국신용평가와 NICE신용평가는 녹십자홀딩스의 신용등급에 대해 'A+(안정적)'로 평가했다.
권준성 NICE신평 연구원은 "녹십자 등 유가증권시장 상장 계열사에 대한 보유지분 가치, 약 5000억원을 상회하는 보유 유형자산, 투자부동산 등을 고려할 때 회사의 재무적융통성은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