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 업무의 경우 상위 임원 한명이 책임져야
은행과 성격 달라 책무 배분 어려운 성격도
'업권별 차등 없다'는 금감원…조직개편 준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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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이 종료되면서, 업계에 조직개편 가능성이 거론되는 등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핵심 업무 구조가 비교적 단조로운 은행과는 달리 보험사와 증권사는 이질적인 업무도 한 임원 아래 묶여있는 경우가 많아, '권한과 책임의 범위'에 추후 다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금감원의 금융투자·보험회사 대상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이 종료되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특히 최근 금감원이 시범운영 결과 발견된 미비점을 발표하자, 증권사 및 보험회사들은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금감원은 금융투자 및 보험회사가 작성한 책무구조도에서 상위임원이 아닌 하위임원에게 소관 업무에 대한 내부통제 책임을 배분했다고 지적했다. 실질적인 의사결정권한은 부문장 등 상위임원에 있는데, 관련 업무 책임은 하위 임원인 본부장 등에 배분하는 형태로 책무구조도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증권·보험업계는 업권별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의 경우 상위 임원인 부행장 한 명이 담당하는 업무가 유사하기 때문에 상위임원을 최종 책임자로 볼 수 있지만, 증권·보험업계는 한 명의 상위 임원 아래 이질적인 업무들이 배치돼 있어 상위 임원을 실질적인 책임자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은 상위 임원이 맡은 분야에 유사한 업무들이 많아 상위 임원에게 책무를 위임하는 형태를 비교적 쉽게 수용할 수 있었다"라며 "반면 증권사나 보험사는 한 명의 상위 임원이 맡는 업무들이 이질적인 경우가 많아 업무를 잘 아는 사람이 책무를 받는 게 타당하지 않냐는 주장이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보험사의 경우 한 명의 상위 임원 아래에 인수와 심사, 판매 등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 업무들이 배치돼 있는 경우가 많아 더욱 우려가 컸다는 설명이다. 기존 하위임원이 나눠서 맡았던 여러 업무에 대한 책임을 상위 임원 한 명이 지는 구조가 되면 이해상충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은 업무에 대한 권한은 위임이 가능하지만, 책임은 하부 위임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책무구조도가 지배구조법 개정에서 시작된 것인 만큼 업권별로 원칙을 차등 적용하기보다는 일괄적으로 적용해 관련 취지를 살리는 게 맞다는 입장이다.
금융투자업계와 보험사들은 책무구조도와 관련한 금감원 지적 사항을 개선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금감원이 제시한 개선 요구사항은 '권고' 형식으로 강제성은 없지만, 향후 정기검사나 수시검사 등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어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평가다.
가장 유력한 대응 방안으로는 조직개편이 거론된다. 한 명의 상위 임원이 성격이 다르거나 이해상충 우려가 있는 여러 업무를 동시에 책임지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될 경우, 임원을 추가로 배치하고 업무를 재조정하는 방식의 조직 개편이 대안으로 검토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 명의 상위 임원에게 이해상충이 있는 업무가 몰릴 경우 금감원에서는 부사장을 한명 더 만들어 이해상충 소지를 해소시키라는 입장인데 사실상 조직 개편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일부는 조직개편을 준비하는 곳도 있고, 당황스럽다는 곳도 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오는 7월 3일부터는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 67개사에 책무구조도가 도입된다. 앞서 시범운영에는 대형 금융투자회사와 보험사 53개사가 참여했다. 지난 1월 3일부터는 금융지주 및 은행 18개사에 책무구조도 제도가 정식 도입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사업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실무 혼란만 가중될 수 있다"며 "형식적인 책임자 지정이 아닌 실질적 통제가 가능하도록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