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모빌리티 소수지분 매각, 가격부터 회수조건까지 협상 장기화 예고
입력 2025.06.10 07:00
    대선 전 합의하려 했으나 지연되는 중
    VIG 분주했고, 가격에서도 이견 분위기
    컨소시엄 내 '가격 낮추자' 목소리 있어
    향후 컨소시엄 회수 조건 협상도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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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카카오모빌리티 소수지분 매각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당초 대통령 선거 전에 결론을 내려 했으나 5월 내내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가장 중요한 가격 요소에서도 다소 이견을 보이고 있어 합의를 도출하기까진 시간이 좀 더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2일 M&A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그룹과 VIG파트너스-무바달라-골드만삭스 컨소시엄(이하 컨소시엄)은 지난달 말 다시 거래 조건(Term Sheet)을 주고 받으며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4월말 해외 투자자들이 들어왔다 빈손으로 돌아간 뒤 한 동안 소강상태였다가 협상 절차가 재가동되는 양상이다.

      컨소시엄은 TPG(지분율 29%)와 칼라일(6.2%) 등 재무적 투자자(FI)와 카카오(57.2%) 보유 지분 일부를 합쳐 카카오모빌리티 지분 40%가량을 인수하는 안을 추진 중이다. 무바달라와 골드만삭스가 컨소시엄에 참여했고, 인수금융 주선단도 꾸려지며 자금 조달 윤곽은 거의 드러났다.

      양측은 당초 5월 중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할 계획이었다. 그간 카카오그룹은 정치권의 풍향에 따라 영향을 받아 왔다. 특히 카카오모빌리티는 민생과 관련이 있어 정치권의 주요 주시 대상이었다. 정세 변화의 영향을 피하기 위해 대선 전에 협상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정작 5월 중에는 협상이 소강상태였다. 한국에서 전반적인 협상을 조율하는 VIG파트너스가 프리드라이프 매각 및 마제스티골프 인수금융 리파이낸싱 작업 등으로 분주했던 영향이 일부 있었을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거래 핵심 조건에 대한 조율이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컨소시엄 측은 카카오모빌리티 기업가치를 6조원 수준으로 평가하고 2조원 초중반대 자금을 모으려 하는데 최근 해외 투자자 측에서 가격을 좀 더 낮추자는 의견이 제기된 분위기다. 반면 매도자 측에선 6조원 중반대 몸값을 원하는 목소리도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도자 사이에서의 기류도 조금씩 다르다. 매각의 키는 카카오모빌리티 출범부터 힘을 보탠 TPG가 잡고 있다. 카카오는 TPG의 회수를 위해 협조하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지분 매각 의지가 크지 않다. 검찰 수사 등을 거치며 투자 전문가 라인업이 바뀐 것도 협상 일정을 늦추는 요인으로 꼽힌다.

      새 FI로 들어올 컨소시엄에 어떤 회수 보장책을 안기느냐가 이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진 일정 기간 안에 상장이 되지 않을 경우 컨소시엄이 카카오의 지분 일부를 더 가져와 경영권을 확보하는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진다. 카카오는 일단 경영권 매각에 대해선 선을 긋고 있다. 단순 FI인 컨소시엄이 사실상 공동 경영자인 TPG 만큼의 역할을 해내긴 어려울 것이란 평가도 있다.

      카카오가 컨소시엄에 자사 보유 지분까지 묶어서 팔 권리(드래그얼롱)를 줄 것이란 예상도 나오는데 현실화 가능성은 불투명하다. 몇 년 뒤 전체 지분을 팔려한들 7조원을 훌쩍 넘는 금액을 제시할 곳이 있겠냐는 것이다. 실제 드래그얼롱과 관련한 논의는 거의 오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지분투자금(Equity)을 댈 해외 투자자 쪽에서 투자 가격을 좀 낮추고 싶어한다는 의견이 있었고 이 내용이 양도인 측에 전달된 상황"이라며 "양 측이 생각하는 가격 격차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협상이 예상보다 늦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협상이 지연되는 사이 그랩과 우버 등 해외 유사 사업자들의 등판 가능성이 부상하고 있다. 이들은 과거부터 TPG에 대해 투자 의향을 보였던 곳들인데 얼마나 적극 협상에 임하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컨소시엄과 매도자가 서로 협상 우위를 잡기 위해 장외 여론전을 벌이는 양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