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가 "정책 구체화 전까지 코멘트 지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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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출범과 함께 '정책 수혜주'로 부상한 카카오그룹 주가가 이틀째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국내 증권사들이 조심스럽게 긍정적 톤을 유지하는 반면, 외국계 증권사들은 즉각 부정적 의견을 내놓으며 뚜렷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10일 거래소에 따르면 카카오페이는 이날 오전 전일 대비 15.35% 오른 5만7000원대를 기록하며 이틀 연속 두 자릿수 상승률을 보였다. 반면 외국인 매도세로 인해 카카오뱅크는 전일 대비 소폭 하락한 2만9000원대, 카카오는 5만1000원대를 오가며 보합세를 기록했다. 그중에서도 카카오뱅크는 이날 오전 장 시작 전 거래량이 100만주 단위를 기록하는 등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카카오그룹 주가 급등에 대한 증권가 반응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JP모건은 9일 발표한 리포트에서 카카오그룹의 주가 급등이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새 정부의 정책이 일회성 효과에 그치며, 이는 카카오그룹 시가총액 대비 미미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카카오페이(비중축소), 카카오뱅크·카카오(중립)에 대해 보수적인 입장을 권고했다.
JP모건 측은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정책의 수혜주로 카카오페이를 단정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아직 불확실성도 크다"며 "카카오의 최근 주가 상승은 SOTP(사업별 가치 합산) 방식에 60% 지주사 할인율을 적용할 경우, 카카오페이·뱅크의 급등을 과도하게 반영한 결과"라고 지적했다.
반면 국내 증권사들은 상대적으로 온건한 톤을 유지했다. KB증권은 전날 카카오 목표주가를 4만9000원에서 5만5000원으로 12.2% 상향 조정하며 투자의견 Buy를 유지했다.
KB증권은 "카카오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메신저 카카오톡뿐만 아니라, 커머스, 핀테크, 콘텐츠, 모빌리티, 헬스케어에 이르기까지 일상생활에 쓰이는 모든 서비스를 아우르는 생태계를 보유하고 있다"며 "카카오의 생활 밀착형 서비스가 오픈AI의 고급형 AI 모델과 결합해 우수한 추론 능력과 자율성을 보유한 한국형 슈퍼 AI 에이전트 플랫폼이 탄생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2025년과 2026년의 영업이익 추정치도 각각 5.8%, 4.9% 상향 조정했다.
다만 국내 증권사들도 내심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최근 카카오그룹 주가가 정부의 AI 100조원 투자 계획 및 원화 스테이블코인 시장 개화 기대감으로 상승하고는 있지만, 정부 정책이 구체화되기 전까지 카카오가 받을 영향에 대한 코멘트를 지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국내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카카오의 AI 챗봇 앱은 부족한 AI 성능과 실용성으로 부정적 평가를 받고 있다"며 "오픈AI와 공동 개발 중인 AI 에이전트는 구체적인 개발 방향이 공개되지 않아 기대감이 적다"고 말했다.
국내 B증권사 연구원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카카오페이가 발행할 수 있을지도 모르고, 실제로 발행해도 유통은 업비트나 빗썸 등 가상화폐거래소에서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며 "결론적으로 카카오페이의 수혜가 크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지금 주가는 펀더멘털 근거 없이 단순 기대감으로 오르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국내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카카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카카오 그룹사들의 주가 흐름은 단순 정권 교체에 따른 수혜주 움직임으로 판단된다"며 "기관들보다는 개인 위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지만, 정책적 수혜가 구체화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랠리가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카카오와 카카오뱅크가 보합세를 보인 것도 이런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카카오페이만 홀로 급등을 이어가며 그룹 내에서도 명암이 갈렸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카카오그룹 주가가 정책 발표나 구체적인 사업 계획 공개 여부에 따라 변동성을 보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