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셀사태' 기억은 쓰지만…KKR 인수금융 제안에 다시 계산기 두드리는 금융사들
입력 2025.06.11 07:00
    악셀그룹 부실 사태로 상각까지 했던 국내 금융권, 다시 KKR 딜 검토
    SK에코 환경 자회사 인수 유력 후보 오른 KKR, 인수금융 조달 논의
    "조건 따라 제한적 검토 가능"…냉기류 속 온도차 보이는 금융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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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윤수민 기자)

      악셀그룹 부실 사태로 국내 금융권에 뼈아픈 손실을 안겼던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가 다시 대형 인수전에 나서며 국내 금융권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 

      SK에코플랜트가 매각을 추진 중인 환경 자회사(리뉴어스·리뉴원) 인수전에 KKR이 유력 후보로 떠오르면서, 국내 금융사들은 '딜 검토'라는 현실적 판단 앞에서 다시 계산기를 두드리는 분위기다.

      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KKR은 리뉴어스와 리뉴원 인수를 위해 약 1조9000억원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5000억 원은 사업 성과에 따라 지급하는 언아웃(Earn-out) 조건이 포함돼 있다.

      반면 경쟁자인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조7000억원 수준을 제시해 가격 면에서 다소 밀리는 상황이다. 현재 KKR은 사업장 실사를 진행 중이며, 스틱 측은 아직 가상데이터룸(VDR) 단계에 머무르고 있어 KKR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KKR은 인수를 위한 인수금융 조달을 위해 국내 금융사들과 접촉 중이다. 딜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만큼, 국내 기관들의 자금 참여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KKR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최종 선정된다면, 이에 맞춰 주선 금융사들의 움직임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주선사로 우리은행, 신한은행, 키움증권 등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금융권 내부의 분위기는 단순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영국 KKR이 인수한 유럽 악셀그룹의 부실로 인해 국내 대주단이 대출 전액을 상각 처리했고, 이후 양측의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다. 당시 영국 KKR 고위 임원이 국내 주선 은행을 직접 찾아 사과까지 했지만, 남은 감정의 골은 깊다는 평가다.

      금융사 내부에선 부서 간 온도차가 감지된다. 악셀 딜을 담당했던 글로벌 부서에서는 여전히 KKR에 대한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반면 인수금융을 담당하는 부서에서는 "조건이 맞으면 제한적 검토는 가능하다"는 실용적인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당시 사고는 영국 KKR의 책임이며, 이번 딜을 주도하는 한국 KKR과는 또 다른 차원의 이슈라는 점도 일부 금융사의 판단에 영향을 주는 요소로 꼽힌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상보다 인수금융 관련 딜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 단위 딜을 무조건 배제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물론 무조건적인 참여와는 거리가 있다. 시장에서는 리뉴어스와 리뉴원의 실적을 감안하면 1조5000억원 안팎이 적절한 기업가치로 평가된다. 이에 걸맞은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적극적인 자금 참여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한편 SK에코플랜트는 당초 2조 원 이상의 매각가를 희망했지만, 재무구조 개선 필요성이 큰 상황이다. 2021년 에비타(EBITDA) 기준 10조원 이상의 기업가치를 제시하며 상장을 목표로 했지만, 이후 인수한 환경 자회사들의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면서 차입금 상환 부담이 커졌다. 

      지난해 기준 리뉴어스는 305억원, 리뉴원은 98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SK에코플랜트가 당초 희망가에 못 미치는 가격이라도 매각을 성사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